당신이 어느날 로또 100억에 걸렸다. 당신은 계속 좌파로 남을 수 있을까? 좌파의 길은 험난하고 백화점의 명품매장 점원들은 고개를 90도 숙일텐데...막연히 '나는 그럴 수 있어' 라고 한다면 정말 소아적인 사람이다.기껏할 수 있는게 '환경운동'이나 정말 잘해야 '노브리스 오블리제' 아닐까? 좀 더 똑똑한 친구들은 아마 일부를 가지고 '문화 운동'을 할 것같다.하지만 그럴만한 역량이 없다면 자신의 물적 기반에 흔들림 없는 기부금 정도를 내고 몰디브에서 두 달 쯤 살다 올 것이다.
내가 지금 부자가 되면 '선'한 모든 일을 할 것 같지만 그것은 내가 지금 부자가 아니기때문이다.부자의 환경 속에서는 지금 그 생각은 그대로 갈 수 없다.교과서적 유물론의 공식을 재탕하는 것같지만 그렇다.
나는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진보'라는 구호에 열광하는 것보다는 그 '냉정함'에서 출발하는게 '진보'라고 생각한다.그 냉정하고 씁쓸함을 삭제하지 말고...더 치열하게 밀고 나가야 된다는 뜻이다. 칼날을 보수 우파에게만 돌리는 것은 2살 짜리 우리 아들도 초등학교 들어가면 할 수 있을 것이다.아버지와 엄마가 삐딱한데..뭐.그런데 그것 만큼 말로 하기 쉬운게 어디있나.
어려운 것은 그 한복판에서 몸으로 폭력에 맞서는 것이다.그리고 그 다음으로 어려운 것은 그 칼날은 유지하면서 그런 '냉정하고 씁쓸함'이 주는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자본주의와 그 속성을 성찰하지 않고,그리고 그 안에서 자기 삶의 형식에 대해 생각지 않으며 단지 자기정초적인 도돌이표로 '나는 진보여서 행복해요' 라고 믿는다거나.. ..'아..당신도 '식코'를 보고 분개하니까 '진보'군요.'라고 서로 어깨를 안아 주는 '진보'라거나.. 별반 투쟁하는 것도 없으면서 '진보'의 풍만한 배설에 쾌감을 느끼는 '진보'...이 모든 것들과 단절하지 않는다면 영원한 '패자'로서의 '진보'이고 의식있는 인간으로서의 '진보'에 머물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의식있는 인간으로서의 진보'에 아주 신물이 난다. 의식있다는 것을 다 아니까..이제 그 다음을 좀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진보가 그렇게 자기 의식의 정초를 다줘주는 도구로서만 기능한다면 그건 액세서리 아닌가? 역사에서 진보의 동학은 언제나 '변화'라는 것과 함께 가는 실천적 과제였다.포이에른 바흐의 테제를 생각해보자..문제는 이제 '해석'조차 못하면서 '변혁'의 의지는 '분명 변화되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에 남아있다면 어떡게 할 것인가? '의식있는 인간'이라는 '진보'가 이제 '진보'의 주류가 아닐까? 알라딘에도 그런 '의식 있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더 나아가면 안될까?
우리 시대 진보의 비극은 사실 거기서 시작될 지도 모른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진보'를 하나의 형태로 상정하는 '전체주의적 폭력' 같다. 최소한 나에게만 적용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도 잠시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듯이 진보를 만나면 진보를 죽여야 된다.
'파이트클럽'에서 에드워드 노튼의 자신에 대한 학대, '자본주의적 주체'에 대한 '자기구타'는 전복을 위한 첫 단추였다는 지젝의 지적은 확실히 정확하다.
이씨....안경 벗어...우쒸...눈 감아....퍽퍽퍽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