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들이 치열하게 투석전을 벌이는 책을 보다가 지루해졌다.잠시 쉬고 싶었다.

 

내 방에 오디오라는게 처음 생기고 나서 처음 산 LP음반들이 생각났다.

 

 

 

 

 

이문세는 AM에서 별밤을 진행하고 있는 무명에 가까운 가수였다.툭하면 '삐리 삐리 삐리 파랑새'를 들먹이기도 하면서...

EBS 다큐에서 적절한 말이 나온다.그 흔한 '사랑'노래들이었다.그런데 그것을 넘어서는...

이 다큐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문세의 두 노래가 있다.<옛사랑>과 <슬픈 사랑의 노래>.

이 음반을 사준 사람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그 때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사주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뭐야...나에게 이 선물 받으면서 혹시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는 거 아니야..그래서 이거 좋아하는 거 아니야?"

창경궁 돌담길에서 (구)화신 백화점 길을 수 백번쯤 걸었던 것 같다.때로는 더 돌아가기 위해 광화문까지도 갔었다.은평구로 가는 159번 버스나 143-1번 버스였다.(나 원..기억력은 여전히 좋네.낼 모레면 20년전 일이 될 터이데...)

 인생이 재미있는 것이...이제 이 곡을 들으면 가끔 그녀가 떠오른다...그녀의 걱정은 기우였다^^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버스 정류장에서 눈을 맞고 있었다.어디 시험보러 다니고 있었을 게다.

눈이 오면 원래 주위가 조용해진다.눈이 허공에 그리는 원무...눈끼리 부딪는 침묵의 소리 밖에 없다.

그 때였다.

정류장 밖의 찌그러진 스피커 사이로...

.....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지.."

....

사람들도  ....

하늘에서 내리는 눈도 ....

모두들 잠시나마 그 노래에 집중하는 듯 보였다.무언가 자신이 두고 온 것들로 회귀하는 찰나적인 만남같은 것.비록 기다리는 버스가 오는 짧은 그 시간 동안일지라...그런 만남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러고 보니 <옛사랑>과 <슬픈 사랑의 노래>가 모두 눈과 관련이 있다.

꽃피는 봄에 눈이 오면 어떨까...

부산에는 이번 주말이면 벚꽃이 활짝 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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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9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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