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티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외신을 통해 대충 알고 있다.중국 정부의 강력한 보도 통제로 인해 실제로 벌어지는 상황이 그대로 전달 되진 못하고 있다.사망자 수만 해도 티벳망명 정부 발표와 중국 정부 발표가 천양지차이다.80년 5월의 광주 같은 일이 이 곳에서 벌어지지 않아야할 텐데...그런데 이미 벌어졌을 듯 하다는게 솔직한 내 생각이다.

나와 티벳은 인연이 이렇게 어긋나나 보다.
나는 3월 29일부터 보름 간 티벳 출장이 잡혀 있었다.그러니까 불과 열흘 앞의 일이다.그 때쯤 나는 비행기에 올라 있어야 했다.라싸로 바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 운남성부터 옆에 나오는 책의 길을 따라서 즉 '차마고도' 길을 따라서 보름간 티벳을 돌아 라싸에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출장 여행의 동선은 거의 옆에 책에 나온 것과 유사하다.이 책에도 나오지만 '차마고도'에서는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신만이 아신다.
결국 티벳의 신은 내가 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나 보다.
며칠 전 부터 티벳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회사 내에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고 현재 라인을 통해 전화도 오고 갔던 듯 하다.그리고 오늘 오전 전격 공식적으로 출장 취소가 결정되었다.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좀 그러하다.티벳에 가는 것만으로는 기대가 만빵이지만 또한 일과 관련해서 탐탁지 않은 부분들이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이번 출장은 무기한 연기되었다.아마 올림픽 이후나 어떻게 다시 한번 이야기가 나올 듯 하다.그때는 대상자가 내가 아닐 수도 있다.그 때 상황봐서 원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티벳의 하늘에 별들이 얼마나 많은지 보고 싶었다.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많은 별들이 내게 달려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을텐데....나는 브루크너 교향곡을 거기서 꼭 듣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은 ...티벳 땅에 더 이상 무고한 피가 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다.
언젠가 그 길이 나를 인연으로 여기고 품어주어야 만날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