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 <반 고흐 효과>이 내게 뛰어들었다.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이 책은 내게 아주 시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번 서울 출장에서 나는 -주말 오후 덕분이기도 하겠지만-시립미술관 '반 고흐전' 앞에 1시간 가량 늘어선 대열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날씨가 차가왔는데 딱히 할 것도 없어서 기다렸다.거의 '고흐 신드롬'이다.가족과 연인이 대부분이었고 혼자 온 사람은 나와 외국인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 정도였다

이런 현상에 대한 분석?

좀 인식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분명 이런 댓글 달거다.

"한국 문화의 얄팍함.천민 자본주의의 패거리 근성.(좀 더 나아가서)획일주의,군사주의,전체주의 "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지만...

이제 이런 분석.좀 지루하지 않나?

박노자,진중권,강준만 등등의 맹활약으로 이런 비판을 위한 용어들이 마치 '전가의 보도'가 된 듯한 느낌도 든다.나는 그들의 분석과 비판에 동의하지만...늘 그 정도에서 멈추고 그런 생각에서 마침표 찍는 형태가 가끔은 아쉽다.

강준만이 이번 한겨레 21에서 그랬던가...'울분을 토로하고 마는' 진보에 대해 반성하자고.

그러니까...반 고흐 열광 현상에 대해 그저 '천민자본주의의 문화적 종속성''패거리문화' 댓글은 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강준만이 이번 한겨레 21에서 '중산층'문제를 뜨거운 감자 취급한 것(-물론 그도 답이 없다)과 아울러 이 책 서문에 담긴 엘리아데의 <성과 속>인용을 한번 생각해보자.

낯선 행동 양식이나 이국의 가치쳬계를 이해하려 할때에는 그것들의 신화를 부정하는 태도가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그렇게나 많은 원시인들의 믿음에 대하여,그들의 마음이나 집이 세계의 중심에 있지 않다고 공언해봐야 소용없다.우리가 그들의 믿음을 받아들이고,세계의 중심이 지닌 상징성과 고대 사회의 삶에서 그 상징성이 담당한 역할을 이해하는 한에서만 어떤 존재의 차원들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이 존재는 스스로 '세계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사실로 인해 이루어진다.

책은 평전도 작품집도 아니다.이 책을 애써 장르 구분하면 '문화사회학'책이다.

'반 고흐 효과' 밑에 있는 노란 글씨....

"무명 화가에서 문화 아이콘으로"

저자 나탈리 에니히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연구원이고 사회학자이다.이제 서문만 읽었는데 그녀는 이 책에서 사후 100년 뒤에 불고 있는 고흐 현상에 대해 '인류학적' 접근을 취한다고 밝힌다.

서문에 담긴 그녀의 이야기를 몇 개 인용한다.

특정한 개인의 운명뿐 아니라 좀 더 일반적으로 독보적인 위인들의 위상에 작용하는 이 효과는 고흐에게서 시작되었고 고흐로 요약된다.

이 책이 독자나 연구자가 선험적으로 친숙하게 겪고 있는 우리 사회 고유의 현상들에 관련된 주제를 다룸에도....

숭배와 거리를 두는 유일한 방식은 숭배하는 대상보다 숭배 자체의 성격에 관심을 갖는 것 뿐이다.이는 곧 일종의 물러나기,초연,단순화 피하기를 뜻한다.숭배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태도가 숭배를 거부하거나 숭배 행위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하거나 규탄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인기있는 화가는 고흐일게다.최근에 젊은 층에 떠오른 화가는 '구스타프 클림트'이고 클림트가 에어컨 그림으로도 쓰이자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에곤 쉴레'도 인기가 좋다.

이런 연쇄을 단순히 '나는 좋으니까 클림트가 좋아.그림이 예쁘니까 고흐가 좋아'라고 말해버리면 너무 썰렁하지 않은가.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환원해 버리는 것이라고? ^^    결코 아니다.

 손오공을 생각해보자.

머리카락을 불면 수 천개의 손오공이 나온다.그들은 각자 움직인다.그 중 어떤 녀석은 예술을 예술로,미학적으로 분석하려한다.그 중 어떤 녀석은 사회학적으로 예술을 파헤치고 싶어한다.그 중 어떤 녀석은 그냥 폼나게 감상하고 즐기려고 한다.어떤 녀석은 그냥 몰입해서 작품과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지난 번 미술관에서 나는 고흐의 자화상과 10분간 눈맞춤 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술을 사회학적으로 계급적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걸 싫어한다.

그런데..더 싫은게 있다.

예술은 지고지순한 예술일뿐...이라는 걸 더더욱 싫어한다.

십장생처럼 보이겠지만..난 그걸 무식하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다른 책들을 무찌르고 바로 손에 들어왔다.제길 페이퍼가 또 리뷰처럼 길어졌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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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9 21: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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