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영화 <색계>를 볼 뻔했다.사실 그 영화의 대략적 내용은 알고 있었다.만약 영화를 봤다면 '욕망과 타자'의 관계에 대해 한 번 글을 써보고 싶었다.

지난 한 해 나는 영화관을 가지 못했다.아기가 자는 사이에 나누어서 본 DVD가 사실 전부다.우연히 영화 <색계>의 CD를 구했다.아는 후배가 내가 이 영화를 보고 싶어했다는 것을 알고 다운로드 받은 것이다. 그 친구는 득의만만하게 "이 영화가 상당히 오래 업로드되지 않았는데 최근에 풀렸어요."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영화<색계>를 보지 못했다.집에서 보려는데 자막이 없었다.자막 파일은 따로 있었는데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몰랐다.

사실 나는 컴퓨터에 무지 약한관계로 다운로드니 업로드니 하는 것에 젬병이다.솔직히 MP3 다운도 아직 못받아 봤다.아...딱 한번. 고클래식에서 몇 천원 주고 조지 셀이 연주한 베토벤 9번 교향곡을 받은 적이 있다.

2007년 말 영진위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의 47.3%가 불법다운로드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영화쪽에서 불법다운로드 피해액을 연간 3천 3000여 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안성기나 박찬욱 같은 감독들이 불법다운로드 방지 캠페인을 하지만 그것을 막지는 못한다.불법다운로드에 대한 통제는 몇 가지 방식이 있는 듯 하다.우선 개인의 도덕문제로 치부하는 방식이다.즉 타인의 지적 재산을 훔치는 것은 나쁘다라는 윤리적 접근방법이다.그런데 이런 도덕적 각성을 요구하기에는 사람들이 그렇게 클리어하지 못하다.또 다른 측에서는 불법다운로드 자체를 없애기는 힘들다는 현실 토대하에서 다운로드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주장한다.일종의 온라인 플랫폼 방식이 그런 예이다.예를 들면 다운로드를 대행하는 합법적인 업체를 선정하고 일정정도 사용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그 대신 그 외의 다운로드에 대해서는 엄벌주의를 채택하겠다는 것이다.

지적 재산권은 사실 논쟁적인 주제이다.재산권의 성격 자체도 그렇고 역사적 맥락에서도 그렇다.지적 재산권이라는 담론에는 선진국의 이해가 대거 반영되어 있다.장하준식으로 말하자면 '사디리걷어차기'가 예가 될 듯하다.가장 저열하면서 치졸한 재산권 논리가 인류의 보편적 건강을 위한 약품에 대한 소유권같은 것들이다.어쟀거나 제조물에 대한 재사권보다 복잡한 것이 문화적 창작물에 대한 것이다.에 영화나 음반같이 문화 상품인 경우는 제조물과 또 다른 잣대가 적용되기도 한다.나는 개인적으로 지적 재산권에 대한 '무정부주의적  투쟁'을 지지하지 않는다.이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일부 정치적 다운로더 중에는 그들이 말하는 '불법적' 다운로드가 '저항'의 한 양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기때문이다.그들은 자본과 동일시해도 상관없는 메이저 영화사나 투자사들에 대한 일탈적 공격의 하나로 '다운로드'를 말한다.이는 '헤커'들의 논리와 유사하다.나는 그 의미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 '무정부주의적 정보공유' 태도에 공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개의 다운로더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지적 재산권에 대한 '아나키즘'적인 접근이 아니다.오히려 가장 대척점에 있는 논리이다.가장 저렴하게-또는 공짜로-타인이 만든 상품을 거저 얻는 경제적으로 가장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것이다.물론 영화관에서 보는 사운드의 웅장함과 영화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매력등은 기회비용으로 생각할 수 있다.이런 비용은 언제나 꺼내 볼 수 있고 급하면 나누어 볼 수 있는 비용 등에 의해 충분히 상쇄된다.

문제는 이 '자본주의적 합리성'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는가이다.더 큰 것은 이런 사소한 '합리성'이 모여서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가하는 문제이다.그리고 이런 '합리성'에 대해 서로 씩익하며 웃을 수 있는 '침묵의 카르텔'이 또 다른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문제이다.이건 개인의 도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알라딘의 중복 논쟁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산업적이며 문화적인 문제이다.물론 어떤 논의가 이루어진다하더라도 불법적 다운로드가 근절되진 않는다.그걸 기대하지도 않지만 한번 클릭을 하면서 그런 '사회적 연결망'들 사이의 관계를 생각해보는 것도 다운로드만큼 해가 되진 않을게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다운로드에 참가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다운로드가 옳바른 것은 아니다.또한 <꼬뮨주의>저자들이 그랬다는 말처럼 '세상이 변하지 않으니까라는 논리가 내가 변하지 않을 변명'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물론 답은 없다.다운로드를 플랫폼화 하더라도 불법다운로드를 전부 포용할 수는 없을것이다.더싸고 저렴하게 받는 방법에 불법이니 뭐니 하는 것은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나의 윤리를 타인에게 강제하지는 못하겠다만 .... 자제할 수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