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은 되고 여성은 왜 안되나”
‘미 페미니즘 대모’ 스타이넘
‘안티 힐러리’ 담론에 쓴소리
 
 
한겨레 서수민 기자
 








 

» ‘미 페미니즘 대모’ 스타이넘
 
“흑인인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인종통합이고, 여성인 힐러리를 지지하는 것은 남녀갈등 조장이라니 말이 되는 것인가?”

미국의 저명 페미니스트 운동가이자 언론인인 글로리아 스타이넘(74·사진)이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안티 세력’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는 8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여성들은 선두에 선 적 없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 사회의 남녀 차별은 흑백 차별보다 뿌리깊으며, “힐러리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기에 지지한다”고 말했다.

스타이넘은 “오바마처럼 지역사회 운동가와 변호사, 주의원 8년에 흑백 혼혈이라는 동일한 조건을 갖춘 정치인이 여성이었다면 대통령 후보에 오를 수 있었겠는가”라고 물으며, 미국 정치가 여전히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흑인 남성들은 어떤 인종의 여성보다도 반세기 일찍 투표권을 얻었다”며 “흑인들은 이미 여성들이 접근하지 못한 기업의 고위 임원직부터 군의 고위직까지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성차별이 인종차별만큼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은, 한때 인종차별이 그랬던 것처럼 성차별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스타이넘이 특히 표적으로 삼은 것은 힐러리처럼 ‘잘난’ 여성에 환호하는 여성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다. 스타이넘은 오바마를 찍은 아이오와 남성 유권자들이 ‘같은 남성’을 찍는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는 반면, 힐러리를 찍는 여성들은 ‘같은 여성이므로, 또는 페미니스트 시각에서 찍었다’는 오해와 함께 편협하다는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젊은 여성들과 달리 50~60대 장년층 여성에서 힐러리 지지도가 높은 점을 들어 “역시 여성들은 (남성과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과격해진다”고 풀이했다.

스타이넘은 언론 보도도 힐러리에 지나치게 적대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언론은 자신을 존 에프 케네디에 종종 비교하고, 힐러리를 워싱턴의 고질적인 병폐로 묘사하는 오바마의 구식 선거전에 눈을 감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타이넘은 여성운동과 흑인 인권운동의 갈등과 반목은 공멸로 이어진다는 게 역사의 교훈이기에 두 세력은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며 “어차피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남겨놓은 난장판을 청소하려면 (힐러리) 클린턴 행정부 2번과 오바마 행정부 2번 정도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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