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구 하룻밤의 지식여행 12
지아우딘 사르다르 지음, 이영아 옮김 / 김영사 / 2002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하룻밤000' '한권으로 읽는 000'을 거의 읽지 않는 편이다.그런데 지아우딘 사르다르의 <하룻밤의 지식여행 -문화연구>를 덥썩 골랐다.세가지 이유가 있다.첫째, 요즘 너무 바빠서 책볼 시간이 거의 없다.오직 화장실만이 나의 해방구이다.두꺼운 책을 들고 화장실에 앉아 있어본사람은 안다.팔이 얼마나 아픈지...결국 얇은 책이나 재생지로 된 책이 가장 좋다.두번째 이유는 올해 소비사회에 관심을 갖고 책을 몇 권 읽다가 결국 옛날에 관심을 가졌던 문화연구까지 생각이 뻗쳐버렸던것.그리고 세번째는 두번째의 연결 선상에서 비슷한 주제에 가지고 대학원 공부까지 한 바람구두님이 이 책을 읽고 서평까지 쓰셨다는 것. 대략 이런 세가지 이유가 섞여서 거의 몇 십년만에 '하루만에 읽는' 책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은 특정장소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전 까지만 읽는 책이었다,그래서 이 책에서 한정하듯이 '하룻밤'에 읽을 수는 없었다.말처럼 '하룻밤'에 읽을 수 있었다면 나는 다음날 병원에 가서 관장을 했어야 할 지도 모른다.(하룻밤에 읽지 못하게 한 나의 건강한 장운동을 위해 건배!!)

사르다르의 <문화연구>는 결코 쉬운 내용이 아니다.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고등학교때 압축판 소설 보는 마음으로 달려들었다가는 '하룻밤'에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책은 얇고 만화도 많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문화연구의 개념부터 반세계화 분석까지 그 스펙트럼이 광활하다.그러므로 사회과학적 용어들과 사회과학적 상상력에 대해 전혀 준비가 안되어 있는 상태라면 문화연구에 대한 힘든 워밍업이 될 수도 있다.

사르다르의 <문화연구>를 통해 나는 그동안 내가 가진 '문화연구'의 범위가 '협의의 개념'이었다는 것을 알았다.이것은 '문화연구'가 가진 '경계선넘기' ,다른 학문과의 '이종결합' '잡종성' 등에 기인한다.그렇기 때문에 나는 개별적 학문으로 받아들인 '탈식민지론' '페미니즘' 오리엔탈리즘'이 광의의 '문화연구' 개념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생각치 않았다. 문화연구가 가진 '유목적' 인 성격은 사회과학,인문학,예술,심리학,철학,정치학 ..등등의 주제와 방법론을 빌려와서 제것으로 만들었다.그래서 현대의 문화연구는 거의 모든 것의 학문이자 비판자입장에서는 아무런 학문도 아닌 것 '비학문'이 되어버렸다.

내가 협의의 문화연구 개념만을 문화연구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내 전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학과 커리큘럼에는 대중문화론,대중매체 비평론,미디어 분석론,현대문화론 등등이 매학기 들어 있다.학과의 학문적 역사가 짧아서 사실 여기저기서 많이 퍼온다.어쨋거나 그런 연유로 스튜어트 홀에서 시작해서 부르디외 정도까지 해당되는 전통적의미의 '문화연구'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한 때 연애도 안되고 회사도 지겹고 했을 때는 '문화연구'나 '미학' 공부 하러 유학갈까도 심각하게 생각했다.불어나 독어는 ABC도 모르니까 포기하고 '뉴욕 대학' 에 홈페이지를 들락인적도 있었다.(그때 갔으면 결혼도 못했을 테고 인생도 달라졌을 게다.) 대학에서 배운 '문화연구'는 주로 '문화연구의 방법론' 과 '텍스트 분석' 이었다.딱잘라 말하자면 '대중문화연구'라는'문화현상과 문화상품'에 대한 철학과 분석, 논쟁들이 주를 이룬다고 할 수 있다.알튀세르와 그람시에 대해서도 알게 된 것이 그 때 였는데 이 책에서는 딱 절반까지만 그런 전통적인 의미의 '문화연구' 개념이 나온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무었으로 채워지고 있을까? '탈식민론' '페미니즘' '과학과 문화' '오리엔탈리즘' '소수자 문화' '퀴어이론'등에 대한 이야기도 '문화연구'의 주제 안에 들어와 있다.언급되는 학자들을 보는게 오히려 쉬울 수 있다.가야트리 스피박,에드워드 사이드,토마스 쿤,아이즈드 아마드,호미 바바,도나 헤러웨이,벨 훅스 등등.... 사실 이런한 '잡종성'은 문화연구의 장점이기도 하면서 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저자 역시 문화연구의 애매한 성격때문에 거의 모든 것이 '문화연구'로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말한다.학문의 한 분야로서의 문화연구는 그 윤곽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해있다고도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연구' 가 공부되어야하고 생존해야하는 정당성은 어디에 있을까? ... 저자는 '권력'에 있다고 말하는 듯 하다.문화연구는 학문으로서도 부대끼고 이데올로기로도 종교도 작용하지 못한다.그리고 어떤 의미를 부여해주거나 행동의 지침서도 되지 못한다.그렇지만 '문화연구'는 우리가 '문화 권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이에 저항하는 방법과 수단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다.설령 문화연구가 너무 추상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적 장을 펼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때라도 말이다.

철학은 의심이라고 말한다.정말 좋은 말이다.의심해보는건 어떨가? 내가 오늘 본 TV 프로그램에, 내가 어제 먹은 맥주에, 내가 오늘 입은 옷에, 내가 어제 한 말에, 내가 지난주에 정당하게 번 돈이라는 것에,내가 한달전에 아파서 병원에 간 것에,내가 앉아서 컴퓨터 자판을 누르는 것에.... 어떤 권력이 어떤 형식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문화연구는 매력적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 2007-05-20 13:11   좋아요 0 | URL
저도 읽었던 책인데, 제 읽어본 이 시리즈의 책들 가운데서는 번역이 가장 안 좋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자인 사르다르는 수준급이지만...

드팀전 2007-05-20 22:0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시리즈는 처음이었습니다.이런 책의 장점은 대략적인 족보를 한번 훓어보는 즐거움인 반면 압축과 단순화를 하다보니 전후 맥락을 모르면 오히려 더 난해해지는 경우가 있더군요.번역은 어땟는지 기억이 나지 않네요.번역이 어색했어도 '음 원래 이렇게 꼬인 내용인가보네' 하면서 넘어갔으리라 생각됩니다.^^
다음번 화장실에는 푸코를 데리고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