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는 아이와 함께 부산에서 1시간 가까이 떨어진 진하해수욕장까지 갔다왔다.주말 오후를 주로 밖에서 보내는데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다.주말 마다 나가는데는 이유가 있다..

아토피가 있는 아기들은 신선한 바깥공기를 접해야 한다.평일에는 와이프가 하루 한번은 꼭 산책을 나간다.겨울에도 아주 춥지 않은 날을 제외하곤 동네 한바퀴라도 돌았다.그러니 주말에는 함께 약간 멀리나가줘야된다.바닷가나 산 밑이나....지난 주에는 금정산 아래 부산대학교 캠퍼스를 돌아다녔고 비가오는 데도 범어사에 다녀왔다.그 전 주에도 어딘가 갔을텐데 ..기억도 안난다.

또 다른 이유..

주말에 집 안에서 아기를 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좁은 집안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답답한 공간이다.일단 밖에 나가면 아기가 주변에 신기한게 많아서인지 훨씬 온순해진다.두리번 두리번....또 자동차를 타고 나가다보면 이내 잠이 들기도 한다.

 12시에 나가서 저녁 무렵 들어왔다.오늘은 바닷가에 바람이 많이 불어서 오래 서성이지는 못했다.돌아오는 길에 아기는 차 안에서 잘 잤다.오는 길에 대변항에서 오징어 두 마리를 사서 와이프랑 나누어 먹었다.조금 남았길래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대고 맥주 사와서 차 안에서 마셨다.엘리베이터 타고 이러다 보면 아이가 깰까봐...자는 틈을 이용하여 차 안에서 먹는 맥주도 괜찮았다.

저녁8시에 뉴스를 봤다.

한미FTA 반대 상경집회가 있었나보다.서울 종로일대가 한동안 마비되었던 듯...지역에서 올라가는 농민들을 경찰들이 톨게이트나 공항에서부터 원천봉쇄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아이 키우느라 험한말을 담지 않는 와이프가 뉴스를 보다가...

"으이구...노무현 도대체 왜저래...저런 저런 십장생들" 이라고 했다.

조금 귀엽게 했다.^^  FTA 앞 기사는 북미관계 개선,남북정상회담 4월쯤 논의가능 뭐 이런 기사들이 나왔다.한동안 평화체제와 FTA의 딜이냐 이런 말들이 나왔는데 뉴스만 보면 그래보이기도 한다.

와이프가 그런다.'사태가 저 지경인데 ..왜 사람들은 가만있지?'

그래서 나는 뭐라 뭐라 리뷰 쓸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며 대충 무슨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사실 마음 속에 남는 더 큰 마음은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부산에 있고 ..서울에서 있었어도 아기때문에 가기 힘들었을 것이다.그러 저러한 변명을 대도..나는 미안하다.나는 졸속적으로 처리되는  '한미FTA'에 반대한다.그렇지만 아직 반FTA 시위에 참여하지 못했다.그저 산별에서 3월말쯤 거국적인 반FTA 파업이 있다고 하니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산별 노조의 지도부는 한동안단식투쟁을 했었는데 아마 지금쯤은 접었을 것이다.물론 단식만 접었지 시위는 계속한다.대개 죽치고 앉아 있는 시위이긴 하지만.

물론 내가 글을 쓴다거나 다른 이들과 이야기한다거나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한다거나 할 때 나는 내 '신념'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한다.또한 직간접적으로 반FTA진영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그런데 그런 거.....다 하는 거다.그게 뭐라고...

졸속으로 추진된 한미 FTA는 분명히 국민 개개인의 삶에 직간접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런데 왜 뉴스에 나오는 시위대에는 일부 노동자,일부 농민,일부 사회단체,극소수의 학생들 밖에 없을까...그냥 이대로 끝나고 말것인가..

나는 계속 미안하다..몇 십년 동안 그런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논게 미안하다.

와이프가 그런다.

'촛불 시위같은 거 하면 예찬이랑 같이 갈까? 최연소 시위 참가 기록세우는거 아닐까? 생후8개월 한미FTA반대 머리띠를 두르다. '

진짜 8개월짜리 아기까지 나가야되냐? 응!!  아...미안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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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11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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