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의 정원 - 버몬트 숲속에서 만난 비밀의 화원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토바 마틴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의 정원은 아파트 발코니다.크고 작은 몇 몇 개의 화분이 나의 정원의 전부다.결혼 전 총각 때 키워온 화분 중에서 아직 건재한 녀석들도 있다.그러나 대개는 결혼 후 새로 들여다 놓은 녀석들이다.나의 화분 관리는 나의 인간관리만큼이나 즉흥적이다.평소에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애정이 있는 척 바라본다.게을러야 잘 키울 수 있다는 화분들이야 나의 호들갑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그러나 따뜻한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녀석들은 무척이나 반갑게 나를 맞이 한다.이러한 '무신경과 과대관심의 반복'은 식물들에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애정표현 방식이다.가끔은 와이프가 이미 물을 준 화분에 또 물을 주어서 아이들을 시들시들 하게 만들기도 한다.이 무지몽매한 애정표현으로 몇 몇 녀석은 이미 저 세상으로 보냈다.화분에서 앙상해져 버린 식물들을 걷어 낼 때는 마음이 아프다.화분을 정리하고 나면 곧 잊게될 죄책감도 느낀다.

요즘 집에 있는 화분 중에 요주의 대상은 '벤자민'이랑 '파키라'이다.신혼 초에 화원에서 사온 녀석들인데 최근 관리불량으로 상태가 좋지 못하다.요주의 대상목록에 올라와 있던 '고무나무'는 어젯 밤 마지막 잎을 떨구었다.고무나무의 주민등록은 말소 되었다.(고무나무의 명복을 빈다.못난 주인 만나서...ㅜㅜ) 비교적 키우기 쉬운 식물을 가져오지만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단순히 물만 맞추어 준다고 잘 크는 것이 아니다.빛,토양,습도,환기 등등 식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 관리해야 될 것은 너무나 많다.결국 '식물우기'에는 아이를 돌보는 마음이 필요하다.

<타샤의 정원>의 주인공 타샤 할머니는 1년 내내 아이를 돌보듯이 그녀의 정원 속 자식들을 돌본다.봄이 늦은 버몬트의 숲 속에서 겨울나기는 그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구근들이 눈 속에서 잘 견디는지 너무 많은 눈 때문에 뿌리가 썩어버리는 것은 아닌지...그녀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기 위해 정성과 땀을 아끼지 않는다.그녀의 정원 속 자식들은 그녀의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봄부터 가을까지 동화 같은 풍경을 선보인다.아름다운 장미와 함박 웃음을 띤 백합,정원의 배경이 되는 옅은 붉은 빛의 돌능금나무.....모든 꽃과 나무들이 그녀의 땀을 먹고 조화롭게 자란다.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보고 있으면-비록 사진이지만-눈이 휘둥그레 해진다.자연이 만들어 놓은 멋진 색의 조합과 부드러운 붓터치에 눈이 큰 호사를 한다.

타샤 할머니의 정원가꾸기에서 가장 큰 감명을 받는 것은 그녀의 끝없는 호기심과 탐구정신이다.지금 타샤 할머니의 연세가 90임을 생각한다면 정말 본받고 싶은 삶의 태도이다.그녀는 동화 속 정원을 꾸리기 위해 해마다 예쁜 구근들과 씨앗들을 얻는다.그녀는 아름다운 것들을 얻기 위해 끈임없이 정보를 얻고 연구한다.그녀의 몸이 갸녈프지만 건강한 이유는 정원일의 노동때문이며 정신이 건강한 이유는 이러한 정열때문이다.그에 비하면 나의 화분가꾸기는 너무 건성이다.모든 일에는 '인과의 법칙'이 적용되는 법.논리적으로도 나의 화분들이 시들 시들해지는 것은 당연한 듯 보인다.다시 한번 너무도 단순한 진리를 깨우친다.사랑은 세상의 모든 것을 키운다는 진리....

타샤 할머니의 정원을 보면서 상상 속으로 나의 정원을 그려본다.누구나 그런 꿈을 꿀테지만 나 역시 아파트살이를 마감하고 싶다.어렸을 때 살았던 마당이 있는 집같은 곳에서 살고 싶다.(어린 시절 우리집 화단에는 덩쿨 장미와 목련,홍매화가 아름다웠다.) 아파트는 집이 아니다.아파트는 사는 공간일 뿐 결코 집이 될 수 없다.집은 정서의 공간이며 기억의 공간이어야 한다.그런데 콘크리트 닭장 같은 아파트는 그런 향기를 머금을 수 없다.그저 포름알데히드나 시멘트 독같은 것이나 내뿜을 뿐이다.마당 있는 집에 사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타샤 할머니처럼 꽉 들어찬 정원을 꾸미고 싶진 않다.타샤 할머니의 정원은 유성페인트로 칠한 정원같다.아름답긴 하지만.그녀의 정원에는 너무 많은 꽃들과 나무들,풀들이 어우러져 있다.꽃잔치 속에 파묻히는 것도 좋겠지만 나는 조금 여백을 둔 정원을 만들고 싶다.우리나라의 수묵화가 그러하듯이 빈 공간이 보이는 그런 정원이 좀 더 여유로와 보일 듯 하다.마당이 조금 크다면 와이프가 좋아하는 느티나무를 심고 싶다.봄날의 반짝이는 잎새와 가을단풍이 예쁠것이다.여름철에 붉은 꽃이 예쁜 배롱나무도 여러 그루 심고 싶다.8월이 되면 뜨거운 햇살 아래서 붉은 빛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다.유실수도 몇 그루 심고 싶다.따먹지 않더라도 작은 나무에 몇 개의 사과,몇 개의 살구,몇 개의 감이 열리면 아이가 나무에 달려 있는 것처럼 귀여워 보일 것이다.연보랏빛 수국도 몇 그루 심어 놓고 싶으며 날렵하여 아름다 붓꽃도 가꾸고 싶다.담장 밑으로 부용꽃과 접시꽃도 심을 것이다.키작은 패랭이도 군데 군대 심어 놓으면 예쁠 것이다.

몸이 고될 것 같다.그러나 생각만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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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12-23 20:5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식물 키우기에는 아이 기르는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각별한 신경을 써야하죠. 그런데, 화분에 식물을 기르는 일은, 아이를 가둬키우는 것 만큼이나 식물에게 잔혹한 일이라 생각해요. 흙에 심어주면 식물은 어지간해선 안 죽거든요. 화분과 흙. 그것이 고아원과 부모 정도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연말연시 잘 보내시길~~~

ghwngo 2008-01-30 08:46   좋아요 0 | URL
하하, 고무나무의 주민등록이 말소되었다는 부분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