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밖으로 나온 공주
마샤 그래드 지음, 김연수 옮김 / 뜨인돌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동화를 읽는 다는 것은 참으로 기분 좋은 일이다. 내 속에 있는 순수한 마음을 끄집어 내어, 나와 또 다른 나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웬지 모를 기쁨이 느껴지는 순간. 그 순간, 순간 하나, 하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주가 동화밖으로 나왔다구?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꽤 흥미진진하겠는 걸.'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한장, 한장 넘겨다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의 기대감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더니, 이윽고는 또다시 기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 실망이냐구? 하하. 그 이유인즉, 난 이 책을 읽어보기 전까지만 해도, 공주가 동화밖으로 나와서 현실에서 겪는 에피소드. 그 정도의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는 모험담이 펼쳐질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건 그런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의 실망감이 든 것이 사실이었지만, 읽다보니, 나의 처음 생각이 전혀 틀린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윽고 기쁨에 도취되어 버렸다고나 할까.

'어떡하면 좋을까? 응? 대답해봐'

'저걸 내가 할 수 있을까? 저걸...'

'있잖아. ~~가 뭐라고 했는지 아니? 아..속상해. 너두 그러니?'

바로 내가, 또 다른 나에게 물어보는 질문이다. 우리의 마음속엔 또 다른 내가 존재하고 있지 않을까. 여기서 또 다른 나란, 다중인격을 의미하는 것이다. 다중인격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나는 존재한다고 본다. 숙녀의 모습을 보이다가도, 장난기 많은 말괄량이가 됐다가, 또 다시 사색을 즐기는 철학자가 되었다가.

물론, 이 책속의 주인공 빅토리아 만큼은 아니겠지만. 빅토리아에게는 비키라는 친구가 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바로 빅토리아의 또다른 모습이다. 빅토리아는 비키가 자신의 부모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궁전에서, 비키는 언제나 말괄량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빅토리아는 부모님께 혼나고, 부모님께 자신의 친구 이야길 꺼내면 부모님은 언제나 인상을 구기며 그런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꿈에서 깨어나라고 한다.

그런 빅토리아는 늘 동화속의 왕자님을 꿈꾼다. 그리고 그런 멋진 왕자님을 만나고, 결혼에 이르지만, 곧 그런 동화속의 멋진 왕자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 곁에 있는 왕자님은 두얼굴로 자신을 대한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왕자의 고운 얼굴과 자상한 모습을 보는 날이 있는가 하면, 심술궂은 하이드의 모습을 보는 날도 있고. 점점 하이드의 모습을 보는 날이 잦아지자, 공주는 큰 결심을 하게 되고, 모험을 떠난다.

공주는 모르고 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를 것이다. 사람들은 으례 자신이 보고자 하는것, 믿고자 하는것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사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더 큰 진리를 발견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못본 것을 발견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아마 그것을 부정하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의 환경이, 주위의 사람들이 변화하면 우선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혹 자신때문이 아닌가 부터 생각해야 하는데, 우린 자신보다는 타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있으니.

공주의 모험담. 동화답게 여기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말을 한다. 사람처럼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에 대해서 조금씩 알려준다. 공주를 따라서 모험을 떠나면서, 난 또 다른 선물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저 평범하고 보잘것 없는 '나'가 아닌, 소중하고, 값진 '나' 말이다.

'나 자신을 사랑하자!'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또한 보이는 것만 믿으려고 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것에서도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진실을 직시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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