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 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렸을 적 모순에 관한 이 이야기를 들었을때, 난 웃고 말았다. 웬지 모르게 웃음이 났기 때문이다. 난 주변에서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참 많이도 본다. 어렸을 적에 웃었던 이유와 지금 다시 한번 웃은 이유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어렸을 적엔 그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이 참 웃긴 아저씨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지금은 나도 그런 부류에 속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약간은 자조적인 웃음인 것이다.

작가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정신과 육체, 풍요와 빈곤..이러한 상반되는 단어를 가지고 이 소설을 만들었다. 우리의 인생은 이 모든 요소들이 뒤섞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니까...이 소설속 주인공 안진진과 그녀의 어머니, 남동생, 이모, 이모부, 그리고 그녀의 두명의 남자들....그들에게서 인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또한 모순된 인생을 느꼈다.

사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심오한 철학이나 깨달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웬지 모르게 '모순'이란 두 글자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했으니...하지만, 이 책은 철학적인 무거운 책이 아니라, 그저 가볍게 읽을수 있는 소설이었다. 그런데..점차 읽어나갈수록 그 가벼움 속에서, 모순된 우리들 삶 속의 중대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작자도 끝 부분에서 말하고 있지만,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라고... 웬지 모르게 이 말이 지워지지 않았다. 가슴에서 울려 퍼진다고 해야 옳을까..

사실, 소설의 내용만을 가지고 보았을때, 그런 느낌이었다. 뭐랄까...밥상이 차려져 있다. 그런데, 음식을 들여다 보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고기와 채소, 맛있는 음식과 맛없는 음식, 보기 좋은 음식과 보잘것 없어 보이는 음식을 한상에 차려놓고, 이제 젓가락만 들면 된다. 밥은 누구나 똑같이 한그릇인데, 반찬은 여러가지다. 그런데 사람들을 살펴보면 참 가지가지! 고기만을 집어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채소만을 집어 먹는 사람이 있고, 보잘것 없게 생긴 음식만 죽으라고 집어 먹는 사람도 있다. 누가 옆에서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협박하는 것도 아닌데...사람들 각자는 자신의 고유한 영역을 찾아내듯 젓가락질 하기 바쁘다. 그렇다. 이것은 우리들 인생이다. A로 가는 길이 있으면 B로 가는 길도 있고, C로 가는 길도 있는 것이 거늘....

그리고 평범한 이야기 속에서 난 이런 우리들 인생을 보았던 것이다. 지리멸렬한 삶...그래서 일까...나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 하지만, 그 웃음 안에는 웬지 모를 씁쓸함이 담겨 있었다.

사실, 난 이 소설에 불만도 많다. 안진진이 김장우가 아닌, 나영규를 선택한 것도 그렇고, 이모의 어이 없는 죽음도 그랬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것이 인생인 것이다. 내가 선택한데로, 누구나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던 데로 가지지 않는게 인생인게다. 그래서, 그 인생을 나무라거나 탓해서는 아니된다. 왜냐하면 나 또한 이런 지리멸렬한 삶을 살고 있고, 남들과는 다른 인생을 걷고 있으며...때론 나도 모르게 후회의 길을 걸을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의 삶 자체가 바로 모순이다. 책장을 다 덮고나서도 한참동안이나 메아리쳐오는 이 말.......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 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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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4-27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도 오래 전 읽어서 내용도 전혀 생각이 나질 않으니 머리가 나쁜건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