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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투란도트
김종민 그림, 김윤수 글 / 을파소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만화를 보았다. 만화 투란도트는 페르시아 지방에 전해 내려오던 '칼리프 왕자와 투란도트 공주 이야기'를 만화로 옮긴 것이다. 이 작품은 18세기 베네치아의 작가 카를로 고치에 의해 우화극으로 각색되어 유럽에 전해지게 되었으며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작품화 되었고,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푸치니'에 의해 오페라로 만들어진 후 라고 한다.
일단 좋았던 점은 칼라로 된 그림과 함께 볼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만화로 보게 되면 인물들의 얼굴 표정과 글자가 매치되어 마치 내 바로 앞에서 이야기 하는듯한 느낌에 생동감이 전해진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페르시안 지방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것이라는데, 사실 아이들이 보기엔 안 좋은 부분들도 없지않이 발견되곤 했다.
첫째로, 외모 지상주의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만화의 주인공 투란도트 공주는 아름답지만 차가운 마음씨를 지닌 중국의 공주로,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이쁘고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결혼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낸 3가지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하며, 만약 그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죽음으로 내 몬다. 여러 곳에서 왕자들이 그녀의 아름다움에 반해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기 위해서 몰려들지만 칼리프 왕자를 제외한 모든 왕자들은 처형을 당한다.
외모가 전부는 아닐진데, 외모가 아름다운 투란도트 공주의 기고만장하고 차가운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요즘은 '잘못을 해도 이쁘면 용서가 된다'라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사실, 그것은 잘못된 말이다. 어린아이들은 예민하다. 자신도 모르게 이런 외모에 대한 관념이 머릿속에 박히지는 않을런지 심히 걱정된다.
둘째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파괴되었다는 점에 이내 씁쓸함을 감출수 없다. 생명이라는 것은 얼마나 고귀한 것인가? 그런데 여기에 나오는 왕자들은 단지 투란도트의 아름다운 외모에 반해서, 수수께끼를 풀지 못하면 자신의 목숨을 내 놓아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간다. 어떻게 보면 이건 그만큼 용기가 있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생명에 대해서 소중히 여긴다면 그렇게 쉽게 선택하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에겐 가족이 있으며 , 왕자라는 신분은 국가를 대표하는 사람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지 아름다움에 끌려 그렇게 행동했다는 것이 못마땅하다. 또한 자신의 외모만 믿고,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 왕자들을 처형하는 공주도 날 씁쓸하게 한다.
그리고 만화로 각색되었기 때문인지, 뒷부분에서 조금은 엉성한 느낌을 지울수 없다.
하지만, 반대로 차갑던 공주가 사랑의 힘을 깨닫게 되고 왕자와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되는 것을 통해서 사랑의 힘과 왕자의 용기등을 느낄수는 있다. 또한 왕자의 여행담이 어린아이들이 보기엔 잼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서 생생한 그림들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느낄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