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 - 산도르 마라이 산문집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내 삶은 어떠한가? 내 삶에 대한 성찰과 고뇌..그것은 무엇인가?

산도르 마라이의 <하늘과 땅>이란 산문집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이런 문제는 예전부터 지니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삶이란 무엇이며,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며, 난 이러한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한번씩 삶에 대한 고뇌에 빠져보면서 연습장에 끄적이며 쓰는 그런 글귀와는 달리 이 산문집에선 삶에 대한 정열과 인생에 대한 고뇌를 옅볼수 있었다. 더불어 마라이의 진실한 모습과 인간애를 더욱더 느낄수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다른 류의 소설과는 다른...이전에 읽었던 소설이 사랑의 진실이나, 여러모습을 장엄하고 웅장한 대화체와 다소 어려운 문구로 이루어졌다면, <하늘과 땅>에선 마라이의 인생에 대한 고뇌와 삶의 모습등을 인간적인 각도에서 느낄수 있게 해 주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다른 류의 소설보다 이 책이 나에겐 더 읽기 편했다.

이 책은 크게 3가지로 나뉘어진다.

1부의 하늘과 땅에선 천상적인 것, 신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인간적일수 밖에 없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 인간이 신을 부르는 외침이라고나 할까. 성령강림절, 관여자, 표시가 있는 남자, 만남, 수의 가치등에서 그 면은 잘 나타나 있다.

2부의 詩論에선,여러시인들이나 화가들(위트릴로, 미할리톰파, 코츠톨라니, 쿠루디, 릴케등)이 등장한다. 마라이는 그들을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또한 그들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해부한다. 마라이의 이런 모습을 통해서 나또한 그들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옅보고, 그들에 대해 알게 되었지만, 더욱더 의의를 두는 것은 이런 모습을 통해, 마라이가 예술가로서, 문학가로서 얼마나 글에 대한 열정과 긍지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을 느꼈다는 것이다. 출판사에 기재하는 글의 이야기라던지, 소설의 주인공이나, 소설의 기법, 수식어에 대한 문학의 전반적인 그의 의견과 생각들은 이런점을 더욱더 뒷바침해 주었다.

3부의 후추와 소금에서 마라이의 삶의 고뇌와 절망에 대한 모습을 더욱더 옅볼수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마흔과 쉰 살 사이의 십년을 '후추와 소금사이'라고 일컫는다. 이 말은 차츰 빛 바랜듯 무미건조해 지는 삶을 빗댄다고 한다. 마라이의 삶 또한 그랬던 것일까? 3부에 실린 글을 읽으면서 마라이의 그러한 면을 더욱더 옅볼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분명 이때에도 삶에대한 행복이나 기쁨이 있었을텐데, 마라이가 삶에 대해 말하는 것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것들 보다는 웬지 무미건조한 삶과 고뇌에 찬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음 <하늘과 땅>이라는 제목을 보았을때에만 해도, 웬지 모를 무거움에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한동안 책장을 펼치지 못했는데, 그것은 나만의 편견이었다. 짧고 간결한 글 안에서 마라이의 이러한 인생관과 문학에 대한 열정을 느낄수 있었으니 말이다.

다만, 지금까지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마라이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그는 부르주아 작가라는 오명에 시달리다가 1990년까지 헝가리 입국이 금지되어 40여년간 해외를 전전하다 미국에서 자살했다. 병으로 죽은것도 아니고, 자연사한것도 아니다. 죽음을 자신이 정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천상적이고, 신적인 것을 가슴에 품고 있지만, 결국 지상에 두발을 딛고 살수밖에 없는 인간을 이야기한 그가 마지막으로 신의 섭리를 거스른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게는 글을 쓰는 것말고도 시대와 세상에 저항할 수 있는 다른 무기나 힘이 없다......그런데도 나는 무엇때문에 참고 있는가. 무엇이 내 목숨을 부지해 주는가.....냉정하고 순수한 정신...이 정신이 영원히 존속하리라는 믿음은 이 세상 무엇보다도 강하다. 나는 오로지 그것만을 믿고, 그것만이 내 목숨을 부지시켜준다. 그래서 나는 삶을 끝장내지 않는 것이다. 맹세코]

하지만, 무엇이 그의 결단을 무너뜨렸을까.. 삶을 살다보면 결심했던 대로, 마음먹은 데로 되지 않을때가 있다. 그것이 삶인 것이다..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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