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사 1
김하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평점 :
품절


김하인씨의 소설의 공통점은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가슴으로 느낄수 있게 해 준다는 데 있는것 같다. 그래서 읽고 나면 마음이 참 따스해 짐을 느낀다. 처음 읽었던 김하인씨의 작품은 [국화꽃 향기]였다. 그 책을 읽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따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뒷편의 국화꽃 향기 2권과 마지막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은 질질 끄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고, 차라리, 뒷 내용이 없이 국화꽃 향기 1편으로 끝냈으면 더 좋았을 껄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만들었으니 그것이야말로 그의 소설이 내게는 퍽이나 인상깊게 남아 있었나 보다. <아침 인사>라는 제목에서 웬지 모를 호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식물인간이 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더 솔깃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이런 남자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던것 또한 사실이고 부러웠던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을 해 보면 이런 사람이 없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책을 자주 접하게 되는 것은 어떤 미련이 남아서일까..... 김하인씨의 소설을 읽으면서 안타깝고 슬펐던 것은 꼭 사람이 죽는 다는 것이다. 해피엔딩을 꿈꾸는 나에게 그것은 마음을 너무나 아프게 만든다. 둘의 사랑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고귀하지만, 끝내는 죽어버리는 그 어떤 운명....

그래서인지 조금은 작가가 밉기도 하다. 국화꽃 향기, 아침인사에서의 두 주인공들의 죽음....뭐, 하늘나라에서 그들이 아름답게 사랑을 나누고 있을지도 모르고,그들의 사랑은 그 어떤것 보다 아름다웠다는 것은 인정하지만...그리고 죽음으로써 그 사랑이 더 아름답게 승화되고 감동을 주는 것인지도 모르지만....어쨌든 그 사실(주인공이 죽거나, 그 주변의 인물이 죽는 다는 설정)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나마 김하인씨의 작품중 가장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작품은 <목련꽃 그늘>인것 같다. 적어도 끝에서 울음이 아닌, 웃음을 날려 보낼수 있었으니 말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국화꽃 향기>보다 <아침인사>가 더 감동이 있었던것 같다. '식물인간이 된 여자를 사랑한 남자'라는 주제가 더 강하게 어필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그 남자의 마음이 그리고 그 여자의 마음이 더 간절히 전해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물론 나에게도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목 밑으로는 전혀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된다면 그 사람을 받아들일수 있을까...무척이나 어려운 질문인것 같다. 주위의 반응을 무시한채, 자신의 성공과 미래를 포기한채, 그 혹은 그녀를 위해서 살수 있을까..

어렸을 적 나의 할머니는 식물인간이셨다. 이 책의 여 주인공처럼 목 밑으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것 해라, 저것 해라' 목청껏 날 찾고 심부름 시키시는 할머니가 얼마나 싫었는지 모른다. 친구들과 놀지도 못한채 시중을 들고, 밥을 먹여주고, 대소변을 가려주고...그때 내 나이 고작 9살 이었다. 그때부터 연탄불 갈고, 할머니 진지 차려 드리고, 심부름 하고...친구들과 놀지 못하는게 다 할머니 탓이라며 화를 낸 적도 있다. 할머니에게 심부름 좀 시키지 말라며 소리를 친 적도 있었다. 9살..(어찌보면 어린나이, 어찌보면 알것을 다 아는 나이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때의 기억이 나는 것은 왜 일까..'식물인간'이라는 단어가 내 할머니를 떠올리게 만든 것일까..물론 책속에서의 이야기이고 실제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때의 날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럽다.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땐 참 많이도 울었었는데.... 지금도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과연 또 한번 그런 일이 생긴다면(나의 가족이나 남자친구가 식물인간이 된다면) 난 예전의 실수를 범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사랑할수 있을까...아마도..아마도 지금은 가능하지 않을까...하지만, 그런 일(가족이 식물인간이 되는일)이 없길 바란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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