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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아홉살 인생]이란 제목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가져다준다. 내 아홉살 시절엔 어떠했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이다. 내 어린시절엔 어땠나 생각하니 그저 미소만 떠오를뿐이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것은 그 때의 나는 어리다고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위의 어른들이 어린아이처럼 대해주면 난 입술을 툭 내밀고 '난 아직 어린애가 아닌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무척이나 호기심이 많았던것 같다.
'왜 하늘은 파란색일까?' '저 애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할머니는 왜 날보고 내 강아지라고 하실까..난 사람인데..' 등등....참으로 호기심도 많았고 생각도 많았다. 연년생인 내 동생들도 그 점에서는 나 못지 않은 호기심으로 사고를 쳤던 기억도 난다. 남동생의 경우를 들더라도, 연필깍기의 원리를 알아낸다며 다 분리한후 고장을 내는가 하면, 참치캔이 어떻게 열리는지 알아낸다며 참치캔에 손이 찐겨서 피가 나고, 우리들은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았던 기억도 난다. 그러고 보면 내 아홉살 때도 주인공 여민이와 기종이 못지 않았으리라...
아홉이라는 숫자는 참으로 묘하다. 어떻게 보면 꽉 찬 숫자같다가도 어떻게 보면 뭔가 허전하고 부족한듯한...그래서인지...아홉과 열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주인공 여민이는 어린이의 동심을 지니긴 했지만, 영악하다. 어린아이가 그 많은 생각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 놀랍기만 하다(사실, 내 아홉살때도 그에 못지 않았겠지만..) 그리고 신기종은 참 재미있는 아이같다. 무한한 상상력을 지니고 있는 꼬마라고 할까.. '저것 봐라! 드이어 속셈이 드러났다...오바!!' '으으으으~당했다! 전우여, 나는 장렬히 싸우다 죽노라!..오바!' 등 말끝마다 오바를 붙이는가 하면 '~다' 라는 말투는 읽는내내 웃음을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했다.
가난은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해야 할일이 아니라고 여민이의 엄마는 말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나도 가난에 창피해 하고, 부끄러워서 친구들에에 우리집을 보여주지 않고 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난이 부끄러운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한 내 자신이 무척이나 부끄러운 뿐이다.
아홉살 백여민은 아홉살인생을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이별이 슬픈까닭이나, 여자의 마음을 이해하는거나 학교에서 보통아이와 특별한 아이로 나뉘는 까닭등...사실,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조금씩 그 이유를 깨달았으리라..
[아홉살 인생]을 읽으면서 순수하고 귀여운 여민이와 기종이를 통해 내 아홉살 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은 기쁨과 동시에 알수없는 그리움과 씁쓸함을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그 그리움과 씁쓸함은 또다른 무언가로 변해 내 가슴에 파고든다. 여민이가 열살이 되면서 이 이여기는 끝을 맺는다. 난 그 후의 일들을 상상해 본다. 내 아홉살 시절을 회상해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