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전장 나남창작선 40
박경리 / 나남출판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시장과 전장> 웬지 모를 무거움이 드는 주제...이 책이 무슨 내용인지 알지도 못한채 이 책을 읽어 나갔다. 사실, 박경리씨의 소설이라는 점이 나에게 큰 기대를 가지게 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역시나 이 책은 나의 생각의 문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책장을 다 덮은 지금 이순간에도 아쉬운 점은 내가, 6.25라는 역사적 배경과 그 시대적 상황과 주인공을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생각의 문이 긴 꼬리 때문에 완전히 닫히지 못한채 열려 있는 느낌이랄까.... 그렇지만, 그 긴꼬리가 생각의 문을 통과하는 데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경리씨의 소설은 소설이지만, 실제 상황을 보는 듯하다. 아마도 작가가 그 시대에 살았기 때문이 아닐까...나에게 그건 가공의 인물이며, 상상속 세계가 아니었다. 마치 그 세계에 빨려 들 듯이 그 속에서 주인공들을 만나며, 현실감과 처절함, 슬픔과 기쁨을 함께 맛보았으니 말이다. 박경리씨의 비극이 내재된 다른 소설에 비해 이 소설은 긍정적이다. 작가도 말한다. 처음으로 이 작품속에서 긍정적인 여자 이가화를 만날 수 있었다는 데 대하여 기쁨을 느낀다고...나, 또한 그랬다.

<시장과 전장>엔 여러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대표적 주인공으로는 앞에서 말한 이가화와 그녀를 사랑한 하지만, 코뮤니스트로서 인민과 사상에 충실한 기훈, 또 평범함 소시민으로서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려는 기석, 그리고 한국 여인의 향기를 담고 있는 지영. 그리고 그 외의 인물들.... 각각의 주인공들의 특징과 성격이 말로서 행동으로 여실히 드러난다. 어느 성격이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의 성격은 개성적이다. 그 개성이 6.25라는 역사적 배경에서 어우러진다.

[모순]이라는 말은 창과 방패라는 것으로 이의 일화는 모두 다 들어보았을 것이다. 창이 제일이다, 방패가 제일이다. 그럼, 이 제일인 창과 방패의 대결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모습....6.25전쟁을 보면, 아니 크게 나아가 이때의 우리의 시대적 상황과 이 시대에 살았던 모든 이를 보면 이 단어가 생각이 난다. [모순]이란 이 단어가..... 시장과 전장을 읽으면서도 내내 [모순]이라는 이 단어가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시대적 상황이...내뿜고 있는 내용들이 나에게 이 단어를 일깨워 준것인가...아니, 우리의 시대가 그랬기 때문은 아닐런지...

<시장과 전장>에서 난 그 시대의 전쟁과 사랑을 보았다. 처절하고 비극적인 전쟁...전쟁속 에서 우리는 참으로 많은 것을 느낀다. 생명이 한없이 초라해 지기도 하고, 어쩔수 없는 현실에 무너지기도 한다. 하지만, 연약한 자를 더욱 더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전쟁이다. 잃은 것도 많지만, 얻은것도 많다. 단지 전쟁이란 것이 주고 간, 어둠과 적막이 너무나 슬프고 캄캄해서 미처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모르는 것 일뿐... 이미 태양은 내 마음속에서부터 떠오르고 있었단 것을...

이 이야기의 끝은 웬지 모를 서운함으로 종결된다. 이야기의 상황이 크게 변했거나, 전쟁이 끝남으로 이야기가 종결되는 것도 아니다. 아무런 결말도 알려주지 않은채 그렇게 이야기는 끝맺는다. 마치 수많은 이야기들이 그 뒤에도 쭈욱 펼쳐질 것같만 같아서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를 수없이 반복해 본다. 어렴풋이 그 뒷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그려진다. 아마도 뒷 이야기들은 읽는 이에 따라서 전개되리라....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느냐를 독자들에게 내 주는것...역시나, 박경리씨 답다.

처음, 책장을 펴고, 책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도 6.25라는 전쟁과 시대적 상황이 참 모호했다. 웬지 모를 무거움이라고나 할까...하지만, 그 무거움과 처절한 전쟁 속에서의 사랑과 그 전쟁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난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의 모습에 비취어진 내 모습.... 우리네 자화상.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를 경험하고 온 듯한 이 기쁨...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 기쁨은 <시장과 전장>이 내게 준 선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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