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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쓸쓸한 아버지께
마루오카 마을 엮음, 노미영 옮김 / 마고북스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참 다사로운 어머니께'와 시리즈로 나와 있는 '가끔 쓸쓸한 아버지께'의 두 책을 읽노라면 서정적인 감상에 빠지기도 하고, 현실적인 내 모습을 돌아보게도 된다. 전자가 어머니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감동을 준다면, 후자는 아버지에 대한 여러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을 나누며, 그 생각들로 우리에게 감동을 준다. 사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땐, 제목에 비해서(웬지 제목만 보노라면 심오한 뜻을 지닌 긴 소설이 연상됨) 그 내용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한 페이지에 25자에서 35자 사이로 되어 있는 이 책장을 한 장, 한 장 흝어보며 이 짧은 메시지로 나에게 어떤 감동을 줄수 있을까 비웃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어보게 된건, 제목의 영향이 컸는지도 모른다. '가끔 쓸쓸한 아버지께' 웬지 아버지의 쓸쓸한 뒷모습을 연상케 하는 제목... 이 책은 아버지를 주제로 한 제4회 대회 수상 모음집이다. 아버지에 대한 마음을, 하고 싶은 말을 그 짧은 메시지 안에 담은 것이다.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던 난 이곳의 모든 아버지를 만나며, 그 속에서 나의 아버지를 찾았다. 강한 아버지, 따뜻한 아버지, 엉뚱한 아버지, 무서운 아버지, 여린 아버지 등... 어떻게 보면 모두가 다른 아버지 같지만, 하나의 아버지!! 여럿인 것 같지만, 하나인 나의 아버지를 만났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의 아버지란 어떤 사람인가...모든 사람들에겐 아버지가 있다. 우리의 아버지에게도 바로 그 윗대의 아버지가 있는 것이고... 어린이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생각하는 아버지를 만나는 즐거움은 실로 컸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아버지를 만나고, 미래의 아버지를 만나는 그런 느낌 이랄까...타임머신속에서 아버지를 대하는 나의 느낌..그것과 흡사했다.
[내가 커서도 계속 놀아줄게. 알았지 아빠? (우에다 미쓰히코-남 5세)/p68] 어린이의 천진난만한 이야기에 방긋 웃기도 하고, 나도 그 땐 그랬는데 하고 회상에도 잠겨본다. [양복속에 모든 것을 감추었던 아버지. 퇴직하고서 처음으로 알아챘어요. 등이 흰 것을. (사토히로코-여31세)/p39] 또한 아버지의 슬픈 뒷모습을 생각하며 슬픔에도 겨워본다. 그러다가, 아버지의 엉뚱함과 재취에 웃어도 보고, 무심함에 속상해 하기도 하다가, 무서움에 떨기도 한다. 아버지..이 세글자 속에서 이렇게 많은 느낌을 받을수 있다는걸...이렇게 많은 생각을 할수 있다는 걸...예전엔 왜 미쳐 알지 못했을까...
조용히 아버지의 잠든 얼굴을 바라다 본다. 예전에 아버진 어느새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이 되셨다. 아버지~~마음속으로 불러보는 그 이름.... 다시 한번 조용히 한 장, 한 장 음미하며 글들을 읽어본다. 그곳에서 난 또다시 아버질 만난다..내겐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버지를....우리의 아버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