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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서광현.박승걸 글, 김계희 그림 / 여름솔 / 2002년 2월
평점 :
절판
어느덧 시간이 흘러 20대의 중반이 되어버렸다. 예전과 같은 순수한 마음을 잊은지 오래전 일.. 그러나 왜일까..한번씩 동화속의 주인공을 꿈꾸는 나.. 그랬기에 이 책을 보았을때, 어쩌면 예전의 날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으로의 내 모습도... 텔레비전에서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라는 뮤지컬 광고를 하는 장면을 얼핏 본적이 있다. 그때부터였을까...이 책이 부쩍 읽고 싶어졌던 것은...
이 책에 대한 첫 느낌은 설레임이었다. 그리고 묘한 호기심이었다. 어릴적부터 들어오던 백설공주라는 동화를 어떻게 변화시켜 이야기를 만들었을까 하는...사실, 난 어릴때부터 백설공주 라는 동화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모양이다. 착한 백설공주는 왕자님과 행복해지고, 나쁜 마녀는 결국 벌을 받는다는.. 어쩌면 예전부터 자주 들어봤던 '권선징악'적인 이 스토리는 어린 나에게 꿈을 주기에 충분했다. 가슴을 부풀게 하고 왕자님을 기다리며, 나도 백마탄 왕자를 꿈꾸지는 않았는지...
그런데 이 책은 나의 사랑의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아니, 어쩌면 사랑에 대한 다른면을 느낄수 있게 해주었던것 같다. 왕자님이 공주님과 만나서 행복해지기만 하는 사랑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사랑에는 타인이 알아주지 않아도, 타인이 보기엔 슬퍼보여도 자신에게는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랑이 될수 있다는것.. 어쩌면 묘한 신비감으로 다가왔을 그 이야기는 나를 한충 성숙하게 해 주는것 같다.
물론, 이 책을 읽으면서 반달이의 사랑에 감탄을 보이며 긍정적인 반응만을 보인것은 아니다. 반달이의 행동에 찬사를 보내기에 그 슬픔은 너무 컸다.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이중적인 무게가 내 몸을 에어샀기 때문이리라...
그저 행복하게 끝낼 결말을 아름다운 슬픈 사랑이야기로 변화시킨 이 책을 보며 이중적인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왜일까.. 왜 반달이는 공주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희생해야만 하는 것일까...그리고 왜 그런 희생을 한 반달이는 행복해질수 없는 것일까... 왜 공주는 왕자와 행복해져야 되는 것인지... 물론 왕자에게는 아무런 반감을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나, 왕자가 착하고 멋있었기에 오히려 공주를 향한 반달이에 대해서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실은 통하는 법... 공주도 지금쯤 반달이의 마음을 알고 있을리라.. 그리고 반달이를 기억하겠지.. 반달이 또한 공주를 영원히 기억하리라... 또한 공주와 왕자는 앞으로도 쭈욱 행복하게 살리라...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헌신적인 사랑은 바보같은 사랑이라고.. 그러면서도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그 헌신적인 사랑을 얼마나 베풀고 있는지..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얼마나 받고 있는지...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를 읽으면서 오늘도 생각에 잠긴다. 일곱번째 난장이인 반달이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내 주변의 또다른 사람은 아닐까... 많고 많은 사랑의 유형중에 또 하나의 사랑의 유형은 오늘밤 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