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난 후 내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서늘함은 무섭다라는 정의보다는 섬뜩하다는 느낌이 더 잘 맞아 떨어졌다.

책을 읽으면서 내 손가락 열개의 손톱이 제자리에 붙어있나 중간중간 확인해봐야했다. 책을 덮지 못하고 한 번에 읽어 내려간 것은 이 책이 나를 완전히 빨아들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잠들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창문을 열어 해가 완전히 떠있는 걸 확인하고 잠이 들었다. 어둠속에서 잠들기가 무서웠다. 라만고.. 내 손톱을 뜯어먹으러 올지도 모를 불청객...

유독 나이 드신 분들은 당부하신다. 손톱이나 머리카락에는 사람의 혼이 깃들어 있으니 밤에는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빗지 말라고. 낮일지라도 깎은 손톱이나 빠진 머리카락들을 잘 모아서 종이에 싸서 버리라고.. 그런데 이런 관습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손톱에 영혼이 깃들어있어 있어서 손톱을 적에게 빼앗겨 감염주술을 당할까봐 왕족의 손톱을 먹는 직책까지 두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묘하게 닮아 있는 두 전설이 왠지 더 라만고가 실존하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아니다. 어쩌면 라만고는 실제로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제 3의 무엇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추악한 면을 잊지 않게 해주는 또 다른 나로서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행한 선행은 여러 날을 곱씹으며 기억하려 하지만 자신이 저질렀던 추악한 행위에 대해서는 합리화 시키고 잊으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악하면 악할수록 마치 없었던 일인 양 기억에서 내쫓아 버린다. 하지만 사실은! 진실은! 이미 어긋난 인생은! 잊는다고 지워지지 않고, 버린다고 되돌려지지도 않는다. 양심이라는 것에 의해 내 잘못은 두고두고 벌을 받지만 내 추악함을 잊고 양심마저 저버린 순간 라만고는 잊었던 나의 죄를 깨우치게 하는 것이다. 손톱을 잃는 고통보다 잠들지 못하는 고통보다 더 잔혹한 진실을...

홍지인과 그의 주변사람-함께 네일아트를 운영하는 친구와 그녀의 동거남-그리고 전혀 그녀가 알지 못하는 또는 그녀를 알지 못하는 10명의 사람들은 제각각 시간차를 두고 라만고의 습격을 받는다. 매일매일 뽑혀져 나가는 손톱과 점점 격정으로 치닫는 공포와 의심.. 그런 공포의 악몽속에 자신을 떨쳐버린 원인을 찾고자 홍지인은 동분서주 하지만 결국 알아낸 진실은... 스스로 찾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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