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웰컴 투 동막골 (2disc) - 할인행사
박광현 감독, 정재영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보려고 아끼고 아껴두었던 영화였는데 다들 시간이 안된다고 날짜를 이리 저리 옮기다 끝내는 극장에서 내려버려서 볼수 없었던 영화, 그래서 DVD가 나오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DVD가 내 손에 들어온 날, 그날 당장 볼수도 있었는데 웬지 그러고 싶지가 않아서 새해를 맞은 기념으로 남편의 휴가 날짜인 1월2일에 맞추어 함께 보았다. 그리고 우리 두 부부는 배꼽 빠지게 웃고 또 뒷목 땡기에 울고 말았다.
너들 친구나! 라는 대사를 예고편에서 수없이 봐왔지만 어느장면 쯤에 나오는건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 대사에 앞서 뱀바위에 앉아 있는 북한국을 향해 뱀에 물리면 마이 아파..라던 대사가 더 배꼽쥐게 하더군. 남편은 들릴듯 말듯한 임하룡님의 대사들에 박장대소를 하였다. 전에 청룡영화제던가. 장진님이 나와서 소감 발표를 할때 우리는 반미도 아니고 친북도 아니다! 라고 말한적이 있는데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내심 궁금해 하며 영화를 지켜보았다. 살짝 그런 분위기가 느껴진것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심하게 표현했다고도 볼수는 없을것 같았다. 내내 기분 좋게 행복하게 영화를 보았다. 남편은 전쟁중에 인권을 이야기하는것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의 배부른 소리라 하였다. 그럴지도 모른다. 눈앞에서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목숨을 잃어가는 상황속에서 그런것들이 보이겠는가.. 하지만 우리는 그걸 바라는지도 모른다 비록 그런 상황일지라도 지켜져야 할것들은 지켜졌으면 하는것..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좋다고 느낀 장면은 동막골 사람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세사람의 마지막 미소였다. 그 미소에 목이 메여 뒷목이 뻗뻗해져와서 그냥 소리내어 울어버렸다. 가장 안타까운 장면이라면 동막골의 한 소녀가 죽는것에는 그 슬픔이 엄청난데 미군과 국군 대여섯명이 죽는데에는 맷돼지의 죽음보다도 더 못하게 나온것 같아서 그건 조금 마음에 걸리더군. 어차피 이영화가 표현하고자 했던건 그런 정치적인 이념따위는 벗어던진 순수한 동막골 사람들의 삶과 행복이니 다른것은 그냥 살짝 눈감아주기로 했다.
길가에 켜져있던 흙을 빚어 만든 등불과 동막골을 지켜주는 나비떼들, 그리고 사랑스런 여일, 욕쟁이 동구 오랫동안 못잊을것 같다.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본듯한 기분, 이 행복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