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s :19    / date : 2005.07.13 10:09:00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감성의 흔적

나지막이 전해오는 자연의 감성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 잘 소화시키는 디자이너, 김부곤. 그가 만들어낸 공간 속에는 언제나 자연의 싱그러움이 숨쉬고 있고 따스한 인간미가 넘쳐난다.
마치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빗줄기처럼 짙은 감성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세 개의 공간에서 그의 감성색채를 넌지시 들여다본다.

바쁜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의 지친 몸과 영혼을 보듬어줄 편안한 안식처는 어떠한 공간이어야 할까. 또한 그 속에 거주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와 서비스, 문화요소가 가미된 공간을 제안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답변이라도 하듯 디자이너 김부곤은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의 디자인 언어를 부천 위브 더 스테이트(We've The State)에 조심스레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행복하고 건강한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디자인된 복합공간, 위브 더 스테이트의 주거공간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즐겁다.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상큼한 활력소를 불어넣기 위해 디자이너는 럭셔리하면서도 앤티크한 바로크풍의 공간을 자신의 디자인 언어로서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다.
48평의 아파트공간에 차곡차곡 내려앉은 레드와인풍의 색채는 그 자체가 고급스럽고 앤티크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흡사 화려한 바로크풍을 나름대로 컨셉트화 한 듯 공간구성은 지극히 남성적이다.

평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자유롭고 유연한 선의 흐름과 부드러우면서도 빛나는 매스의 풍부한 질감은 서로 튼실하게 엮이고 동적인 공간감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듯 하다. 공간 곳곳에 다채롭게 얽혀진 조명 빛과 그림자는 산호석, 대리석, 무늬목으로 표현된 매스의 순수한 질감을 더욱 살아나게 하며 고풍스러운 장식미와 함께 차분하면서도 품격 높은 공간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러한 디자이너의 양감과 동적 표현은 53평의 오피스텔에서는 포스트 젠스타일로 바뀌어 표현된다. 군더더기 없이 미니멀한 선과 짙은 컬러우드의 소재는 그 자체로 간결하면서도 힘이 넘친다.
서로 다른 소재와 컬러의 믹스 & 매치를 통해 볼륨감 있고 파워풀한 공간색을 자아내고자 한 것이다. 착색한 핑크오크와 짙은 콩고브라운 무늬목을 매치한 공간은 대조적인 컬러의 상반된 소재 또는 컬러를 결합시킴으로 기존의 믹스 & 매치스타일보다는 한층 더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움을 담은 공간색으로 다가온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 고조, 여가의 개념의 확대, 가족형태의 다양화 및 가족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의 급변하는 주거환경 속에서 디자이너는 네오클래식과 포스트 젠스타일이란 언어로 거주자의 다양하고 개성 있는 삶의 공간을 선보인 것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나무와 돌, 패브릭의 자연적인 소재가 포근히 공간을 감싸고 있다.

 

대지를 촉촉이 감싸는 감성의 흔적
공간은 자연을 소모하고 자연의 한 부분으로 서로 어우러짐을 통해 또 하나의 자연이 된다고 표현하는 디자이너의 디자인관은 포크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인 홍대 앞 카페 얼굴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홀 중앙에 한가득 공간을 채우고 서있는 두 그루의 나무, 계단부의 벽면과 바의 곳곳에 마감된 비정형의 우드블록은 답답한 지하공간에 자연의 온기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때론 거칠고 오래된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목재의 투박함은 아련히 기억 저편으로 거슬러 올라가 포크음악이 주는 진한 향수를 동반한 채 편안함과 친숙한 자연미를 던져주고 있다.
공간 곳곳에 풍부하게 표현된 따뜻하면서도 두터운 질감의 한지, 은은하게 간접 처리된 조명과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레코드판의 이미지 역시 방문객들을 포크음악의 추억으로 되새김질하는 장치역할을 한다. 이처럼 카페 얼굴에는 진한 추억이 머무는 시간과 자연미를 통한 포근한 생명력이 넘치기를 바라는 디자이너의 바램이 잘 표현되어 있다.


빛과 시간이 공간에 깃들고 숨쉬게 한다는 디자인언어는 at the morn에서 효과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북악산을 바라보는 평창동 언덕에 자리한 at the morn은 그 이름처럼 빛의 에너지를 머금고 있는 공간이다. 넓게 열려진 창과 여유롭게 숨쉬는 공간을 통해 빛의 흐름은 다양한 표정으로 그 궤적을 남기고,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체인 중정은 시간의 변화를 내부공간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건물의 외부에서부터 이어지는 중첩된 공간과 여러 겹의 켜는 각각의 열린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건물이 지닌 고유의 질서와 힘을 교감케 해주고 있다. 공간에 곳곳에 표현된 간결한 매스 역시 디자이너의 감성과 있는 그대로의 물성을 담아내려는 흔적이 잘 반영되어 있다.
복잡한 선 효과와 무조건 채우려는 욕심보다는 단순한 도형과 매스에 의해 단아하면서도 여유로움을 주는 공간의미를 at the Morn에 담고자 한 것이리라.
그 속에는 단순히 공간을 형성하는 실체보다 공간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공간을 통해 넉넉히 교감하고 상호관계를 맺어가기를 바래는 디자이너의 공간감성이 깃들어 있기에 더욱 아름답게 다가온다.

아침햇살이 따사로이 대지를 감싸고 at the Morn의 공간에 생명력이 넘실대듯 디자이너는 자신의 공간에 사람과의 교감을 지속하고자 한다.
때때로 열리는 퍼포먼스 공연과 이곳을 찾는 사람과의 따뜻한 만남이 공간을 더욱 살찌우게 하고 그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바라는 인간미 넘치는 공간미인 것이다.


■ 김부곤 Kim Boo-gon(COREhands)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는 코어핸즈(주)의 대표겸 소장, 중앙대학교 건설대학원 실내설계전공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91,95년 그리고 2001년도에 KOSID협회상을, 97년도에는 실내건축 실시설계도면 작성방법 연구로 과학기술우수논문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요작품으로는 대우미래주택문화관 휴먼스페이스, 동아건설 솔레시티, 현대건설 하이페리온, 삼성건설 래미안, 두산건설 제니스타워, LG MART, 남대문도매상가 MESA 등 다수 작품이 있다. 02-396-284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 :  프랑스 보르도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보르도 특1급 와인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의 라벨은 해마다 다르다.
1945년 제2 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승리를 상징하는 V를 그려넣은 것을 시작으로 아트라벨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그 이후 샤갈, 피카소, 칸덴스키 등 현대 회화의 거장이 직접 라벨을 제작하였다.  자신의 영감에 따라 자유롭게 작업을 하는데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로쉘드 가문의 문장인 무통(SHEEP:양), 포도를 주제로 자유로이 작업할 수있었다. 1975년은 앤디워홀, 1973년은 피카소, 1947년 장콕토, 1970년 마르크 샤갈, 1958년 살바도르 달리, 1982년 존 휴스턴..

이들은 자기가 그린 해의 와인을 박스로 선물로 받고, 본인이 받고자 하는 년도의 와인을 선택하면 이 와인으로 제작비를 받게 된다. 돈을 받거나 하는게 아니다. 이거는 순전히 명예라고 하는 작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사고 싶은책이 있어서 여기저기 뒤적거리다보니 반디북 이라는 곳에까지 가게 되었다. 다른 서점에는 모두 품절인 책들이 이곳에서 만큼은 아닌것이다. 그리하여 책을 주문하는데  1만원 이상 시켜야 무료배송이므로 원하는 책과 다른곳에서도 충분히 구할수 있는책! 요렇게 두권을 주문하였다. 그런데 꼭!!! 내가 원하는 책은 배송이 더뎌지는것이다. 4권을 시키면 2권이 먼저오고 2권이 나중에 오는가 하면, 2권을 시키면 1권이 먼저 오고 1권은 또 나중에 온다. 그래서 받고 나서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보면 이미 [품절]로 책 상태가 바뀌어 있다. 그러고보면 신경 안쓰다가 누군가 주문하면 신경을 쓰는가보다 어렵게 어렵게 한권 구해놓고 얼른 품절로 바꾸어놓는가 부다. 그런데..음...알라딘도 이런일이 발생하였다. 책을 못구해서 배송기간이 마구마구 늘어났다. 그리고 나서 가보니 품절... 어쨋든 어렵게 구해주신것 감사하긴 한데.. 내가 구입한 책이 마지막 책이라고 생각하니..아쉽기도 하고..이제서라도 구입하게 된것이 감사하기도 하고 그렇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스파피필름 > 이별도 사랑의 또 한 부분
이별의 기술 - 인류학자가 바라본 만남과 헤어짐의 열 가지 풍경
프랑코 라 세클라 지음, 임왕준 옮김, 조영 그림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어찌보면 사랑이나 이별을 논하는 것 자체가 유치하고 진부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언제 부터인가 나는 사랑을 다룬 소설들을 유치하다고 생각했고, 그 이후로 소설을 멀리하게 되었다.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까지 생각했던 것의 이면에는 사실은 그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숨어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연애가 잘 되고 있을 때는 그 사랑이 언제까지고 지속될 것 같았기에 사랑을 다룬 책들에 관심이 없었고 연애가 실패하고 그 사람이 현재 내곁에 없을 때는 가슴이 아파서 그런 책들을 외면한 것 같다. 저자가 말하고있듯이 우리 사회에서 이별이란 것은 정말로 말해지기를 꺼려하는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많은 이별의 상황중 이 책에서는 주로 남녀간의 이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읽으면서 내 마음속에 있는 말들을 콕 찍어 말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었고, 어떤 부분에서는 웃게도 만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결론은 이별도 사랑의 한 과정 중의 하나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사랑에 빠지면 객관적으로 되기가 힘들다. 사랑이란 것처럼 애매모호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어떤 부분이 좋은지는 사실 명확하지도 않고 그 사람에게 보여지는 나의 모습조차도 나의 어떤 부분인지 확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사랑의 모호함들, 특성 같은 것들을 이해하면 이별의 과정이 좀 수월(?)해질지도 모르겠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예외적인 존재가 되어야 하지만, 증오하기 위해선 그가 아주 평범함 사람들이란 것을,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는 인간이란 사실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p164)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주는 공허함은 어쩌면 그 사람 자체라는 것보다는 그 사람의 존재가 습관처럼 되어 그것이 사라짐으로 발생하는 허전함일지도 모른다. 더이상 너는 내곁에 없고 너도 어딘가에서 잘 살겠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 그 고통이 너라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습관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그 상황에 초연해지려고 노력했던 지난 경험이 떠올라 혼자 웃었더랬다.

이별할 때 우리가 장례를 치르는 대상은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상실이 해결하지 못한 상태로 남겨 놓은 것들이다. 사랑에 대한 이상적인 생각, 대상이 없어도 사랑이 존속할 수 있다고 믿는 신념, 이 세상에서 우리가 영원히 기다려야 할 대상은 오직 사랑뿐이라는 어리석은 확신을 우리는 장사지내야 한다. (p 173)

이별 뒤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랑이 달콤하지만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고도 왜 사랑에 빠지고 또 다시 괴로워하는 것일까. 이별을 하고 때로는 상대를 증오하지만 결국 가장 무서운 것은 상대를 용서한다는 것이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 사람을 이제 마음속에서 영영 떠나보낸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관심 결국 그 사람을 망각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다는 뜻이다. 이별을 사랑의 한 단계라고 보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별의 기술인 것 같다. 그리하여 주변에 실연을 한 친구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기를 과감히 말씀드린다. 그리하면 친구의 마음이 정말 편해질 것 같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진진 > [퍼온글] 알랭 드 보통의 시대가 온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멜리 노통브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 한동안 이 셋이 절대 '강호'처럼 사랑받는 외국작가 그룹을 형성하던 때가 있었다. 한국 문학과는 차별화된 맛을 보여주는 것과 동시에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녔고 그 매력을 잊지 않도록 자주 작품을 내놓기에 이들의 이름은 하나의 '대명사'가 됐다.

하지만 지금 이들의 자리는 크게 위협받고 있다. 아니, 어쩌면 자리가 없는지도 모른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얼굴이 잊혀져가고 있으며 아멜리 노통브와 무라키미 하루키는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 절대 강호가 없는 춘추전국시대인데 흥미로운 사실은 심상치 않은 파괴력을 자랑하는 이가 독주체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알랭 드 보통이다.

알랭 드 보통의 등장은 연애소설과 함께 시작됐다. 불치병과 숨겨진 가족사 등 뻔하고 뻔한 방식으로 눈물샘을 쥐어짜는 연애소설들이 억지스럽게 시대를 이끌어가던 때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의 등장은 이색적이었다. 불치병 따위의 소재를 촌스럽게 만들며 등장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정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는 기발한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왜 기발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 동안 뻔한 연애소설들이 '첫 눈'에 반해 '영원히, 변함없는' 사랑을 한다는 정말 소설 같은, 믿기지 않는 주장을 계속하는 동안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정말 왜 사랑하는지를 심층적이고도 철저하게 물고 늘어졌다. 때문에 이 작품을 연애소설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 어쨌거나 이 기발함은 열광적인 반응으로 불멸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하지만 불멸의 베스트셀러를 남긴 작가는 많고 그것만으로는 강호가 될 수 없다. 알랭 드 보통도 마찬가지. 전작만큼이나 화려한 후속작이 있어야 하는데 그 면에서 알랭 드 보통은 놀라울 정도로 기대치를 만족시켰다. 기대치를 채운 첫 번째 주인공은 <키스하기 전에 우리가 하는 말들>이었다. 여자친구의 전기를 쓰는 것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 또한 이색적이었다. 빠른 사랑이 '작업의 대세'로 자리 잡은 시대에 '느리지만, 깊게' 사랑하려는 주인공의 시도는 이색적일 수밖에 없던 것이었는데 이 작품으로 알랭 드 보통은 자신만의 신선한 연애소설의 계보를 이어갔다.

후속작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는데 특히 요즘 개정판으로 등장한 <우리는 사랑일까>는 알랭 드 보통의 이름을 연애소설의 영역에서 하나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사소한 버릇이나 좋아하는 책의 장르 등에 따른 남녀의 자잘한 갈등까지 확대 조명한 <우리는 사랑일까>는 '사랑의 힘!'으로 어떤 갈등도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하던 세상의 연애소설들을 단번에 고루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랬다. <우리는 사랑일까>는 '낭만'도 보이지 않고, '환상'을 만들어주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특별했다. 아이러니한 말이지만 현실을 너무나 쏙 빼닮은 나머지 <우리는 사랑일까>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연애소설은 이렇듯 달랐다. 시대와 달랐고 그 세계의 관습과도 달랐는데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차별성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말하지 않으려는 인간 사랑의 행태를 공개한다는 것이다. 사랑을 할 때 사람들은 '영원'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말 영원하다고 생각할까? 영원한 사랑 운운하고 그 다음날 다른 사랑을 말하면 어떤가? 친구들 반응은 "급했구나?"로 나올 뿐 그렇게까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게 진실이었던 것인데 연애소설은 이런 사실을 꺼렸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은 당당하게 이 사실을 공개했다. 덕분에 그의 연애소설은 특별함 속에서 확고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제 그의 연애소설은 앞뒤내용 가리지 않고 구입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작품 세계가 된 것이다.

하지만 알랭 드 보통이 다르다는 건 연애소설에서만 국한 이야기다 아니다? 글쓰기의 세계도 달랐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이 아닌 다른 것도 썼던 것이다. 다른 것을 썼다는 걸 무슨 뜻인가? 다른 이들처럼 수필을 썼다는 말인가? 아니다. 그는 정말 다른 것을 썼다. 철학 입문서로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을 쓴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소크라테스, 니체, 쇼펜하우어 등 여섯 명의 철학자들과 그들의 철학을 다루며 그것들이 어떻게 현실의 삶에서 쓰일 수 있을지를 말하는데 요즘 등장한 철학 입문서로 이만한 작품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빼어나다.

그런데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은 <프루스트에게 물어보세요>에서 마르쉘 프루스트의 삶을 갖고 인생 상담을 해줬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이 작품은 인생 상담서는 아니다. 일종의 평전으로 볼 수 있는데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어차피 작품의 중요성의 그 효능일 텐데 알랭 드 보통은 언제 죽을지 몰랐던 프루스트, 친구가 많았으며 아픈 몸에도 놀라울 정도로 긴 장편소설을 쓴 프루스트의 삶과 철학을 통해서 오늘날 방황하는 영혼들을 구제해줬다.

그런데 이것으로도 끝이 아니다. 알랭 드 보통은 <불안>에서 오늘날 사람들이 불안에 떠는 이유들을 콕콕 찍어 설명하더니 예술 등을 갖고 그것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알랭 드 보통은 소설가라기보다는 예술가, 예술가라기보다는 대중적인 지성인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대 강호로 군림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아멜리 노통브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공통적인 특징을 떠올려보자. 기존의 것과 차별성을 보여야 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을 선보여야 하며, 그 매력이 잊혀 지지 않도록 자주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알랭 드 보통은 어떤가? 모두 충족한다. 뿐만 아니라 알랭 드 보통은 세 명보다 한발 더 앞서나갔다. 정보화시대에 인터넷이 제공할 수 없는 유용한 정보까지 책임지는, 지식의 즐거움까지 선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어떻게 강호 대열에 합류하였는가?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 이렇게 다재다능한 활약을 보인 이가 강호가 아니라면 세상에 누굴 두고 강호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알랭 드 보통의 시대, 그것은 이미 현재진행형인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