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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칭 - 단편
나나난 키리코 지음 / 하이북스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지난 5월 전주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는 한국영화 단편 "창문 너머 별" 이라는 아주 젊은 20대 여성 감독이 만든 영화였다. 거기에서는 이런 말을 한다. 10대의 관심이 오직 학교와 가정에 적응하거나 탈출하는 것이었다면, 20대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한다. 자신의 삶에 대한 고민... 이것이 진정 20대에 해야 할 고민이라면 이책의 주인공 하루칭은 아직... 덜 자란 20대인지도 모르겠다.
하루칭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예쁜가방을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쁜 구두와 옷들을 살 수 있을까에 멈춰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그의 모습을 천천히 보고 있노라면 철없어 보이는 그의 행동이 꼭 나와 아주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나의 모습에도 그런 모습은 아주 자주 보이니까 말이다.
하루칭은 참 사랑스럽다. 세상 물정에 어렵고 도통 심각한 고민이란 없어보이는 하루칭은 그냥 있는 그대로만으로 참 사랑스럽다. 20대 여성들의 심각한 모습이 아닌 일상 생활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만화 하루칭은 20대를 훌쩍 지나버린 30대의 나에게 그래 나의 20대가 저랬었지..하는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너무 삶의 고민에 빠져있어 진정한 젊음을 만끽하지 못했던 내게 대리 만족감 같은것도 느끼게 해준다.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때 딱히 직장도 없이 알바나 하고 있고, 개구쟁이 같은 외모로 남자친구도 없고, 화장도 할 줄 모르고, 굶어가면서 돈을 모아 산 구두를 신지도 못하고 닦는것으로 만족하는 하루칭은 참 딱한 인간이고 불쌍하고 외로운 인간일 것이다. 그러나 늘 유쾌한 웃음으로 별 것 아닌일로 넘겨 버리는 나나난 키리코의 여유있는 마음과 유머가 참으로 마음에 든다. 5권 정도의 키리코 작품을 읽었는데 키리코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이런 유머를 찾아 볼수 없음이 참으로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