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꼬마 선녀 번개 꼬마 선녀
한강 지음, 진선미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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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과 번개를 무서워하는 아이들은 제법 많다. 크면서 점차 나아지지만 어릴 적에는 폭우가 퍼붓고 하늘에서 번쩍거리며 우르르 쾅 소리가 나면 자다가도 슬그머니 부모의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어디 아이들뿐이겠는가? 어른들 중에서도 더구나 여성들의 경우에는 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자연현상을 과학적으로 이해하게 되려면 빨라도 유치원 또는 초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하니 일단 과학적 접근은 포기하자. 대신 여기 작가처럼 옛날이야기 형태로 꾸며서 천둥과 번개가 결코 무서워해야 할 존재가 아님을 아이들에게 각인시키는 방식은 어떨지. 이 정도라면 훗날 아이들이 커서 부모가 자신들을 속였다고 억울해하지는 않을 듯하다.

 

하늘나라에 선녀들이 살고 있다는 설정은 워낙 흔해서 평범하다. 반면 장난꾸러기 꼬마 선녀들과 옥황상제 대신 선녀 할머니의 존재는 신선하다. 선녀들의 역할은 열심히 구름을 만드는 일이다. 꼬마 선녀들이 날개옷이 거추장스럽다고 훌쩍 벗어던진 후 구름 위를 달려가면서 아래 세상 구경을 하는 대목은 일견 해학적이다. 아이들이 이야기에 쉽게 몰입하도록 동년배의 또래들을 일부러 설정한 게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다. 세상 구경을 하는데 먹구름에서 비가 퍼붓는 바람에 심심해진 그들, 선녀 할머니가 준 은빛 창과 하늘빛 북의 우연한 효력에 열광할 수밖에. 한번 상상해본다. 정말 신나겠다. 한 명은 번개 창을 이리저리 집어던지며 다른 꼬마 선녀는 천둥 북을 쿵쾅쿵쾅 마음껏 두들겨댄다. 요즘 아이들이 사는 아파트와는 달리 구름 위에서는 제아무리 시끄럽게 천방지축 뛰어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으니.

 

다음부터는 비오고 천둥 번개 치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자. 사방을 제 맘대로 번쩍이고 쿵쾅거리는 현상을 꼬마 선녀들이 구름 위에서 신나서 춤추며 뛰어다니는 장면이라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어느새 두려움과 무서움은 씻은 듯 자취를 감추고 호기심이 생길 것이다. 뒤집어 쓴 이불을 박차고 유리창에 코를 박고 저 먼 위를 쳐다보며 말이다.

 

옛날이야기 풍의 느낌을 자아내도록 부드럽고 따뜻한 정감의 삽화가 분위기를 더욱 그럴듯하게 일조한다. 그림 속 꼬마 선녀들의 장난꾸러기다운 모습은 우리네 아이들과 흡사하여 친근감을 더해준다. 작가는 유명 소설가인 한강. 자신이 아이를 낳으면서 동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고 밝힌다. 본격 작가에게 더 많은 동화쓰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작품이 현재로서는 그가 쓴 마지막 동화다. 아이가 동화를 볼 연령이 지난 듯하다, 나중에 훗날 손주가 태어난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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