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잡기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365
민주면 지음, 장창은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동경잡기는 1669(현종 10) 경주부윤으로 있던 민주면이 향중 인사인 이채, 김건준 등과 함께 편찬, 간행한 경주부 읍지다. [해설에서]

 

책의 성격이 고을의 공식적 현황 보고서이므로 서술은 간략하고 평이하며 건조하다. 따라서 이 책을 흥미 차원에서 접근하면 매우 실망감이 크다. 학술적 목적의 가진 이들에게 그나마 부합할 것이다. 더욱이 이 책은 원본의 약 20% 정도를 발췌한 것이다. 따라서 원본에 대한 전반적 조망을 하기에도 사실 미흡하다.

 

대략적 구성은 조선 후기의 경주를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사회 및 문화, 인물 등으로 구분하여 총 49개 항목으로 나누어 기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역사와 인물에 대한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진한기(辰韓記)와 신라기(新羅記)는 다른 읍지에 비해 독창적이라고 한다. 단지 단순히 요약 개괄에 그치고 있어 동시대는 물론 전후의 역사서에 비하면 너무 소략한 느낌이다.

 

경주의 지형과 산천경계가 어떠하며, 창고와 학교의 위치가 어디며, 호구와 전결(田結)의 현황 등에 대해서 쭉 열거하고 있다. 17세기 경주의 개괄과 현황과 통계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무척이나 지루하며, 설혹 있다손 치더라도 통독을 하기 보다는 필요할 때 참조하는 용도에 적합할 것이다. 물론 참아낸 성과는 있었다. 김시습의 <금오신화>에서 금오(金鰲)가 경주의 금오산을 가리키며, 오늘날의 경주 남산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으니. 김시습이 유랑길에 한동안 머물렀던 곳이 경주였단다.

 

그나마 흥미로웠던 대목은 효행과 우애와 충의와 정렬(貞烈) 등 경주를 빛낸 인물에 대한 소개 부분이다. 익히 알려진 인물은 물론 노비와 계집종까지 언급하고 있어 이채로우며 다소간의 생동감을 불어넣고 있다. 이에 관하여 해설에 따르면 병자호란 이후 읍지가 향촌 사회에 성리학 윤리를 보급하는 수단으로 편찬되었으며 따라서 풍속과 인물 관련 항목이 강조되었다고 하니 모종의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고 하겠다.

 

아무튼 단순히 옛날 서책의 내용에 관심이 있다거나 또는 경주 지방에 대한 과거의 사실이 궁금하다면 일독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나 평범한 독자라면 굳이 볼 것을 권하고 싶지는 않다.

 

참고로 옮긴이에 따르면 <동경잡기>의 완역본이 존재한다. 다른 책들과 함께 엮어서 이석호 번역으로 <조선세시기>(동문선, 1991)라는 표제로 시중에 나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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