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광의 자치통감 1 - 진시황의 중국 통일과 멸망
사마광 지음, 권중달 역주 / 세화(도서출판) / 2000년 9월
평점 :
절판


[장대한 중국사, 그 핵심에 이르는 힘들지만 보람찬 길]

중국사 고전의 번역본은 현재 <사기>가 나와 있다. <사기는> 잘 알고 있듯이 중국 태초시대부터 한무제 시기까지를 기전체로 정리한 것이다. 한나라 이후의 시기를 다룬 사서로 유명한 것이 바로 이 <자치통감>이다.

공자의 <춘추>에서 중단된 시점 즉, 전국시대부터 이 책은 출발한다. 그리고 바로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나라의 멸망 까지의 8권을 다루고 있다. 역자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번역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는데, 그 뒤 한나라 부분을 타출판사에서 펴냈으니,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사마광은 송나라 말기 사람이다. 머리말에서 역자도 언급했듯이 그는 사마천을 계승하기 보다는 공자의 역사필법을 계승하였다. 즉, 기전체가 아닌 편년체로 기술한 것이다. 따라서 진시황 통일 이전에는 주나라, 이후에는 진나라를 기준으로 연도를 정리하고 있다.

편년체이기에 한 해에도 각 제후국 별로 다양한 사건을 기록하고 있어 당시 중국사에 대한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는 상당한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이 책이 다루는 시기가 <사기>와 중첩되는 까닭에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역사기술방법 자체가 다르고 또한 사마천과 사마광의 시대적 차이, 역사관의 차이 등으로 또다른 읽는 재미를 놓친다면 아까울 것이다.

새삼 내용 하나하나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이미 열국지에서 획득한 상당한 지식이 있지 않는가. 각종 고사성어의 유래를 찾는 즐거움도 존재한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우리가 역사를 읽고 알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것은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차원이 아니라, 과거의 교훈을 오늘에 되새겨서 미래 개선을 위한 토대로 삼고자 함이다.

E.H.카가 지적했듯이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역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들은 학교에서 역사(국사, 세계사)를 단순한 입시도구로 교육받은 탓에 역사를 통하여 선조들이 후세인에게 전하고자 하는 진실한 목소리를 들을 기회를 박탈당했다. 더우기 현대사회는 눈앞에 이익이 되지 않으면 철저히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어쩌면 더욱 역사가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싶다. 역사를 원전(비록 번역본이지만)을 통해서 습득하는 기회가 더욱 많이 주어지기 바란다. 역자의 번역작업이 쉼없이 지속되기를 다시 한번 바라마지 않는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근대나무 2011-11-14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4.3.7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