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김인숙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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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김훈의 '화장'에서 시작한 편력이 2005년 한강의 '몽고반점'으로 촉발되어 이제 시기를 거꾸로 올라가려고 한다. 2003년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가 그러하다.

김인숙이란 작가가 왠일인지 낯설지가 않았다. 기억을 되살려 서가를 뒤적이니 <칼날과 사랑>이라는 소설집이 눈에 띄었다. 90년대 초반에 나온 책이니 아마도 김인숙의 첫 작품집이 아닐까 싶다. 그때 신문서평에 괜찮게 나와서 사본 기억이 난다. 젊은 여성작가 치고는 사회적 소재에 관심을 기울였었지, 아마도. 그러고보면 나도 선각자적 자질이 있는건 아닌가 느닷없이 뿌듯한 자긍심이 샘솟는다.

각설하고, 십여년의 시절이 경과하였음에도 작가의 눈길은 크게 흔들리지 않나보다. 사회적 문제가 관심을 기울인 그답게 '바다와 나비'도 자식 교육을 위한 기러기 부모 현상이 주소재가 되고 있다. 거기에 외국인노동자도 살짝 가미되어 있고. 다만 읽기를 마친 지 달포가 지난 시점이라 자세한 내용은 이제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고 흐릿한 잔상뿐. 나비가 바다를 건너는건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바다를 건너지 않을 수 없는건 그렇게 운명지워졌고 그 운명을 회피하지 않고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그것이 결국 지쳐서 죽음에 이르는 한이 있더라도.

아직까지 기억에 남은 다른 작품들은 '고양이의 사생활', 원조교제를 소재로 하고 있어서일까 자칫 위험한 소재를 절묘하게 줄타기한다는 느낌을 주었다. '내 얼굴에 어린 꽃'은 과연 복거일 다운 작품이다. '부인내실의 철학'도 그러하고 '호텔 유로' 등 여러 작품이 새로운 소재를 택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소재주의의 함정에만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하나 상당히 많은 여성작가들이 점유를 하고 있다. 사회 각 방면에서 여성파워가 득세하는게 문학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익숙한 현상이려나. 하긴 문화니 예술은 여성적 영역이라고 치부하는게 작금의 현실이니까.

더이상 잘 기억도 나지 않는 내용을 붙잡고 끙끙거리기는 싫다. 그렇다고 느낌글을 쓰기 위하여 다시 펼쳐든다는 것도 우습고. 여성작가들의 다수 등장은 가치 중립적이다. 그런데 그들의 소재는 아무래도 여성적, 가정적 스케일에 머무는 경향이 크다. 단편소설이란 쟝르가 사회적 역사적 테마를 다루기에는 작은 그릇이지만. 소재, 표현, 기법 등 모든 면에서 다른 경험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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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11-11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05.5.29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