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의 기사 대산세계문학총서 43
테오도르 슈토름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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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세계문학총서 043

<꼭두각시패 풀레>를 읽어보려고 펼쳐들다가 <백마의 기사>도 이참에 다시 한번 읽다.

<백마의 기사>는 묘한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언뜻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아서 평범하게 여겨졌는데 가슴 한구석에 계속 여운을 남기고 되새기게 만든다. 하우케 하이엔의 성격과 행동이 과연 영웅적 속성을 지닌 것인지에 대한 의문, 올레 페터스의 악인적 속성에 대한 의문, 작중 인물로서 트린 얀스 노파의 의미 등. 그렇게 보면 이 작품만큼 텍스트 읽기에 따라 극단적 해석이 존재하는 작품도 드물지 않나 생각한다.

옮긴이 해설에서는 하우케 하이엔을 부정적 인간형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는 “전통과 끈끈한 미신, 그리고 모든 비이성적 세계관에 대한 완고한 적대자”(P.257)이다. 계몽적 관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그는 공동체에 어울리지 못하고 “철저한 고독 속에서 공동체로부터 단절된 삶을 영위”(P.257)하게 되며 새 제방도 자신의 능력과 업적에 대한 과시욕에서 독단적으로 건설을 시작한다. 따라서 건설 과정에서 사람들의 협조와 동의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와 억압으로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새 제방은 결국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매개체 구실을 하고 만다.

어찌 보면 작가 자신도 하우케 하이엔에 대하여 혼재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그의 이성적 세계관을 긍정적으로 그리면서도 마을 사람들과 조화를 거부하고 유아독존(唯我獨尊)으로 나아가는 그는 비판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백마의 기사>가 처음 히틀러 시대에 처음 영화화되어 나치와 히틀러의 선전용으로 크게 호평을 받았다는 사실은 텍스트의 통상적인 외적 표현에만 현혹된 결과로서 결국 하이엔과 히틀러는 몰락했다는 공통점에서 일종의 역설이라고 하겠다.

구글 지도를 통해 작품의 배경인 북프리슬란트와 작가의 고향인 후줌을 찾아보았다. 독일과 덴마크의 경계인 유틀란트 반도 서부의 북해 연안에 위치하였는데, 한눈에 보아도 해안선이 매우 복잡하고 저지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북해에서 높은 파도가 몰아치면 개펄은 금방 물에 잠겨버리므로 네덜란드와 마찬가지로 제방 축조는 지역 사람들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과제임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꼭두각시패 폴레>는 시적 사실주의 대표작가로서 슈토름의 명망을 상기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첫사랑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임멘 호수>와 비슷하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전자가 보다 시적이며 차분하고 다소 어두운 정서를 품으며 결말도 해피엔딩이 아닌데 반해, 후자는 한결 밝아졌으며 주인공도 보다 현실적이며 적극적이다.

시민사회에서 꼭두각시패 즉 광대는 하층계급에 속해 있어 파울젠이 리자이와 결합하는 것은 계급의 봉건적 틀을 타파하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형극 연희 장면의 세부적 묘사는 이 노벨레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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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24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10.7.15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