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도르 폰타네의 소설연구
배중환 지음 / 부산외국어대학교출판부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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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저 <테오도르 폰타네 연구>가 아무래도 여성인물의 분석에 치중하고 있어 전체적인 작가와 작품 경향 파악에 한계가 노정되고 있으므로 보완의 기대로 이 책을 읽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절반의 충족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책에 대해 말하자면,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본으로 다듬은 것이라 그다지 읽기에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겠다. 논문 특유의 딱딱하고 분석적인 어투는 결코 대중에게 친절하지 않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 비록 <얽힘과 설킴>과 <에피 브리스트>만을 다루고 있지만 - 폰타네의 문학관과 문학사적 의의를 알 수 있고, 두 작품을 비교적 심도 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동안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도 도대체 폰타네가 어떤 점에서 탁월한 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내게는 단순한 여성소설로 이해될 따름이었다. 그런데 저자는 서론에서 이 점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즉 19세기 근대 서양소설사의 주류는 사회소설인데 독일은 사회소설 대신에 괴테 이후 독일소설의 전통인 교양소설에 치중하였다. 따라서 유럽문학의 주류에서 소외되었는데 폰타네는 당대의 사회와 인간을 잘 묘사한 사회소설(P.7)을 써서 당대의 대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한다. 독일소설의 끈을 주류와 연결시킨 큰 공로가 있는 셈이다.

폰타네는 소설을 “‘우리 자신이 속한 시대의 상’이며 또 소설의 과제를 ‘인생과 사회에 인간의 영역을 묘사하는 것이며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을 왜곡되지 않게 묘사함’”(P.9)으로 이해하였다. 이로써 폰타네는 독일에서 근대소설의 선구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어지는 두 편의 작품 분석은 각각 도입, 의미, 구조(구성, 화법, 라이트모티브)로 구성되며, 결론에 앞서 두 작품을 비교하고 있다. 의미 부분은 각각 순수한 사랑, 동일신분의 결혼, 만족없는 삶(이상 <얽힘과 설킴>), 부자연한 결혼, 탈선, 인습에 의한 희생, 체념과 화해(이상 <에피 브리스트>)으로 나누어 작품을 분석한다.

<얽힘과 설킴>은 번역본이 없어(저자의 각주에는 1979년에 번역본이 간행되었다고 하나 중고서점에서도 찾기가 어렵다) 읽어보지 못했으니 뭐라고 촌평할 여건도 안 되니 생략.

<에피 브리스트>도 이미 나름대로 짤막한 의견을 개진한 바 있으니 역시 생략. 다만 폰타네의 특성 중 배경의 효과에 대해서는 되새길 필요가 있다. 그의 작중 배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의 분위기와 전개를 전조하며, 결말을 예감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등장인물에 무의식적으로 발휘하고 있다.

한편 부록으로 또 다른 작품 <배나무 아래에서>를 분석하고 있는데, 추리소설적 기법이 사용되어 실제로 독서를 하게 되면 무척 흥미로울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출판계에서 보다 많은 폰타네의 작품이 번역되기를 희망한다. 달랑 두 편은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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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근대나무 2011-08-24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2010.9.14 마이페이퍼에 쓴 글을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