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세계사 창비청소년문고 5
이영숙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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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옷장 속의 세계사>와 마찬가지로 의식주의 세계사기획물 중 음식을 주제로 한 책이다. 순서로는 이 책이 먼저 나왔고, 이 책의 성공으로 후속물이 이어지게 되었으니 나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느니만큼 흥미 유발이 매우 중요한데, 먹을거리는 분명히 관심을 끌 만한 소재임이 확실하다. 방송과 유튜브 등에서도 소위 먹방이 조회 수가 높듯이.

 

의식주 중 의 중요성은 나머지를 압도한다. 옷과 집은 부족하더라도 생명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의 결핍 내지 부족은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와 존엄성 자체와 연결되어 있기에 그만큼 음식에 관련된 세계사의 내용은 처절하며 절박하다.

 

감자 대기근의 역사적 아픔은 아일랜드 사람들의 영국에 대한 원한을 되새기게 할 뿐만 아니라 식민 체제의 잔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국주의 탐욕은 같은 인종조차도 거리낌 없으며, 감자와 나중에 소개되는 옥수수를 통해 동일한 사회에서도 계급적 차별을 분명히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이 달린 식량이지만 자본주의 관점으로는 사료이자 원료일 뿐으로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썩어 버릴지언정 고른 배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사상 빈부의 격차와 비인간적 행위에 대해 오늘날 우리는 응당 비판적 인식을 갖지만 그것이 당대에도 사라지지 않고 여전하다는 현실 의식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식량의 세계사적 의의를 새삼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식재료를 살펴보면 콜럼버스와 연관된 품목이 꽤 된다. 감자, 옥수수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럽으로 건너갔으며, 포도는 거꾸로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넘어갔다. 그리고 후추는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한 목적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러한 교류의 장을 연 콜럼버스에게 감사를 표해야 마땅하겠지만, 소위 신대륙 탐험 이후 역사 흐름을 보면 결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콜럼버스의 날을 폐지해야 한다는 움직임은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제국주의 식민 체제와 긴밀하게 결부된 품목들도 있는데, 소금, 바나나, 차가 그러하다. 간디의 소금 행진을 통하여 인도 사람들은 식민 지배를 벗어날 계기를 찾게 되었지만, 바나나를 포함한 열대작물을 독점하는 다국적 기업의 전횡적 횡포는 여전하기에 가슴 아프다. 인간의 탐욕은 무한하고 맹목적인 게 아편 전쟁의 비극으로 드러난다. 마약을 팔아먹기 위해 전쟁을 벌일 정도이니 과거 제국주의의 무도함이란!

 

이 책은 기존의 잘못 알려진 통설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도 보여준다. 프랑스 대혁명의 상징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세간의 오해, 시대를 잘못 타고난 미국의 후버 대통령은 좀 더 자세히 검토해야겠지만 표면적 사실에 휩쓸릴 경우의 오류를 깨닫게 한다. 한편 흐루쇼프는 굉장히 의외인 것이 스탈린 사후 데탕트의 주역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소련 인민의 삶의 개선과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노력은 처음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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