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웃 이야기 동화는 내 친구 65
필리파 피어스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고경숙 그림 / 논장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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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작품>

1. 우리 이웃 이야기

2. 한밤중에

3. 목초지에 있던 나무

4. 프레시

5. 가만 있는 짐과 말 없는 짐

6. 검은 딸기 소동

7. 다시 물 위로

8. 운 좋은 아이

 

필리파 피어스의 첫 번째 단편집이다. 작가명이 생소하여 별 기대감이 없었는데, 알고 보니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로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나중에 천천히 다른 작품들도 읽어봐야지.

 

작가는 개별 단편에서 특별하고 거창한 사건을 전개하지 않는다. 대다수는 사실 사건이라고 불리기조차 애매한 일상의 자잘한 에피소드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흔하고 눈에 띄지 않아 스쳐 지나가기에 십상임에도 작가의 눈은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동화책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므로 그네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개별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다시 물 위로>인데, 연못 바닥으로 처음 오리 잠수하는 아이의 체험을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물속 빛과 색의 변화 모습과 기대와 불안을 품고 있는 아이의 심정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한밤중에>처럼 부모 몰래 야식을 먹었던 경험은 대부분이 갖고 있을 텐데, 슬쩍 눈감아주는 아빠의 행동에 미소를 짓게 된다.

 

<프레시><목초지에 있던 나무>는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민물조개는 강바닥에, 느릅나무는 목초지에 있어야 자연스러운 존재다. 사촌 동생의 채집과 안전을 위한 벌목의 불가피성은 이성적으로 납득하지만 마음속 내밀한 감정은 다르다. 댄은 자기 마음을 들여다봐도 알 수 없으며, 리키는 한밤에 까닭 모를 슬픔을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민물조개를 잡은 이가 댄이고, 늙은 나무를 넘어뜨리는데 리키가 기꺼이 동참하였기에 그들의 심정은 미묘하다.

 

<검은 딸기 소동><가만 있는 짐과 말 없는 짐>은 둘 다 가족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둘 다 일상의 친숙한 공간을 벗어난 모험 이야기가 핵심을 이룬다. 전자의 밸은 아빠의 호통을 피해 낯선 곳에서 만난 부부의 가정집에서 평온과 소소한 행복을 맛본다. 아빠의 손수건을 찾기 위해 함께 다시 그 지역을 돌아다니지만 밸은 굳이 그곳을 찾고 싶은 생각이 없다. ‘따뜻하고 달콤한 냄새가 나던 부엌의 흐뭇한 추억을 잃고 싶지 않으므로.

 

후자는 어린 손자와 늙은 할아버지의 따스하며 아름다운 관계를 그린다. 외로울까 봐 심심할까 봐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씨는 다른 가족들에게서 발견하기 어려운 미덕이다. 리틀발리 소풍을 통해 두 사람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지만, 배타적이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과 공유하고 소통하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이웃 이야기><운 좋은 아이>는 장소도 사건도 전연 다르지만 이웃과의 교류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다만 아이와 이웃 어른의 관계는 긍정적이지 않은 결론으로 이어진다. 전자에서 딕 아저씨와 메이시 할아버지의 사안은 돌연 주인공과 딕 아저씨의 것으로 변질된다. 자신에게 우호적이라고 믿었던 주인공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딕 아저씨는 이웃 사람들한테 넌더리가 나서집을 떠난다. 후자의 팻은 전혀 운 좋은 아이가 아니다. 자유로운 오후 시간을 어쩔 수 없이 루시와 고달픈 모험으로 보내버린다. 게다가 버스 안에서 차장과 이웃 주민 승객의 차가운 시선과 한심하게 여기는 동정이란. 팻은 모든 사람한테서 외면한 채 눈물을 흘린다.

 

공간 배경이 영국의 시골 지역이다. 자그마한 동네와 주변의 한적한 교외를 무대로 삼다 보니 도시의 복잡함과 혼잡함이 없이 편안하고 정적이다. 주요 등장인물도 가족과 이웃 등 몇 명 이내로 그치고 있어 아담하고 친숙한 느낌을 준다. 작품은 다양한 성격이 혼재되어 있다.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는 전형적인 유형 외에도 생경하고 이질적인 감상을 품게 하는 이야기들도 제법 있다. 동화가 반드시 아름답고 행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으리라. 우리네 현실 자체가 항상 밝고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므로 차라리 이것이 더욱 현실에 가깝다. 다만 작가는 지나치게 적나라하고 직설적으로 기술하지 않고 슬쩍 에둘러 표현함으로써 독자 스스로가 생각해보도록 유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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