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와 반지 동화는 내 친구 42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 지음, 이지원 옮김, 안나 센지비 그림 / 논장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영의 시장>으로 유명한 영국의 문호 새커리가 쓴 동화다. 새커리의 세계로 입문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개인적 심정이다.

 

요정, 착한 왕자와 공주, 못된 왕자와 공주(?), 왕위 찬탈, 마법을 부리는 물건 등 우리가 옛 동화에서 기대할 법한 온갖 요소들이 죄다 등장한다. 동화답게 해피엔딩을 갖추는 미덕도 잊지 않고, 심각 진지하거나 잔인한 장면(사자가 불한당 호기나르모 백작과 간수들을 한입에 먹어 치우는 대목을 작가는 슬그머니 외면한다)에서도 가벼움과 해학미를 동반하여 과연 크리스마스를 위한 용도임을 상기시킨다. 너무 스토리를 옹기종기 다듬어서 산만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장점일지 단점일지 독자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안젤리카 공주와 벌바 왕자는 주변과 세인에 완벽함 그 자체로 비친다. 몸에 지니는 사람을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강력한 장미와 반지의 위력이란. 그것을 상실했을 때 그들의 진면모는 과연 어떠한지. 외피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차별하는 시속에 대한 풍자라고 하겠는데, 오늘날도 별로 다름이 없다. 로잘바 공주와 지글리오 왕자에겐 더는 마법의 도움이 필요 없는데 사랑의 마법은 무엇보다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옛이야기에서 주인공을 영웅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맡는 빼어난 스승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마법의 트렁크가 바보처럼 어리석은 지글리오 왕자를 교육하고 훗날 갑옷 일체도 제공한다. 전쟁 장면에서도 역시 검은 막대 요정의 마법이 힘을 발휘한다. 사람들 마음속에는 초자연적 요소에 대한 환상과 염원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알게 한다.

 

선남선녀의 결합과 되찾은 왕국이라는 행복한 결말에 맞서 주인공은 마지막 시련을 겪는다. 섣불리 내뱉은 서약이 자신에게 족쇄로 다가와 아름다운 공주 대신 우스꽝스러우며 늙고 추악한 그러패너프 백작 부인과 결혼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이 대목에서 작가는 노련한 수완을 발휘하여 일찌감치 매설한 복선을 시원스럽게 터뜨린다. 단 한 사람 백작 부인인 젠킨스 부인만 쓰러질 뿐 모두는 환호하고 기쁨에 넘쳐 흐른다. 진정한 결말이자 즐거운 끝맻음.

 

동화에서는 주인공 왕자와 공주가 결혼하고 왕국을 다스리면 말 그대로 모두가 행복해한다. 우리는 여기에 추호도 의심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과연 사실이 그러할까? 지배층에서 내홍이 일고 귀족 간 전투가 벌어지는 치열한 왕위 다툼이 벌어졌다 한들 일반 백성들의 삶에 얼마나한 영향이 있을지 자못 의심스럽다. 역성혁명을 하든 쿠데타가 발생하든 평범한 이들과는 무관한 그들만의 다툼일 뿐이다. 작가는 이 점을 별거 아니듯이 무심히 꼬집는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 모든 사건들을 매우 잠잠히 받아들였는데, 왜냐하면 기억하는 한, 지금 파델라 왕 밑에서뿐 아니라 카볼피오레 왕 때도 세금은 똑같이 많이 내고 있었거든요. (P.117)

 

결국 동화는 동화일 뿐이다. 이 작품 역시 벽난로 옆의 팬터마임이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