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우는 아이 티스투 길벗어린이 문학
모리스 드뤼옹 지음, 자끌린 뒤엠 그림, 나선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아이의 시각에서 어른들 세상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질서를 어기는 사람을 우중충한 감옥에 가둬두면 더 우울하고 나빠질 텐데.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불치병에 걸려 병원에 누워있는 소녀와 고향을 떠나 동물원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어떠하고. 우리들은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

 

꽃들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니까, 틀림없이 소녀도 꽃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자라나는 꽃이야말로 아침마다 새롭게 반복되는 수수께끼니까. (P.94)

 

티스투의 풀색 엄지손가락으로 한번 쓱 하면 모두가 밝고 즐겁게 될 텐데. 향기로운 꽃내음을 맡으면서 화를 내거나 화사한 꽃의 자태를 바라보며 기분 나빠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티스투가 학교생활에 적응 못한 연유 또한 그것의 본연의 부자연스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수업만 하면 그의 왼쪽 눈을 무언가가 콕콕 찌르는 느낌에 눈을 뜰 수 없었으니. 이렇게 이 작품은 어른들이 설정해 놓은 인위적 가치와 세계의 부조리성을 천진한 아이의 시각에서 백일하에 드러내놓는다. 작가의 독특한 해법도 동시에 제시하면서.

 

꽃 전쟁은 티스투가 벌인 최대의 행적이자 전쟁의 모순과 인간의 양면성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사건이다. 석유가 전쟁에 필수적이기에 석유를 갖기 위해 전쟁을 벌인다는 일견 터무니없는 설명은 중동지역을 둘러싼 역사적 분쟁의 핵심을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대포가 친구인 나라와 오랜 단골인 나라에 각각 보내져 상대방을 살상하기 위해 사용되는 동시에 공장은 갑절로 돈을 번다는 아이러니. 날로 팽창하는 군수산업의 규모를 확인해보면 충분하다.

 

꽃 전쟁은 티스투에 의해 촉발되었지만, 비인간적 인간을 향한 자연의 역습이라고 할 만하다. 인간은 소멸해도 자연은 여전할 것이므로.

 

정원사 무스타슈 아저씨의 죽음을 글자 그대로 하늘나라에 간 것으로 받아들이는 티스투. 그는 하늘로 향하기 위해 거대한 나무를 키워낸다. 그리고 쉼 없이 나무를 오르고는 보이지 않는 세계로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티스투는 천사였다! (P.181)

 

감동적인가? 유감스럽지만 나로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여태까지는 흥미로운 동화로서 손색이 없지만, 마지막 장의 전개는 의아스럽기 그지없다.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이 솟은 아무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 그것은 전적으로 티스투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티스투는 자신에게 주어진 천부의 재능을 오남용한 셈이다. 자연의 본성을 거스르면서. 조랑말 짐나스틱은 그걸 깨달았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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