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부시선 - 수정증보
김학주 지음 / 명문당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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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언급했듯이 시중에 나와 있는 악부 시선집은 이 책과, <악부민가>(문이재), <악부시집>(지만지)이다. 세 권 중에서 질과 양적 측면에서 이 책이 가장 추천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수록 작품이 가장 많다.

 

악부시는 송대 곽무천이 편집한 <악부시집>이 기본 텍스트다. 편역자(책에서는 저자로 표기하고 있지만, 편역이 올바르다고 본다)<악부시집> 중 한대, 남북조 시대의 대표적인 악부시 100편 이상을 번역하여 수록하고 있다. 서두에 이해를 돕기 위해 악부시에 대한 해제를 붙이고 있으며, 매편마다 원문과 번역문을 수록하고 상세한 주를 더한 외에 특히 원문에 일일이 한글 독음을 달아주어서 초심자도 쉽게 원문을 가까이할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역시 시대순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한위악부에는 기왕에 널리 알려진 노래가 많이 등장한다. ‘성 남쪽에서 싸우다’, ‘하나님’, ‘동문행’, ‘부병행’, ‘고아행’, ‘밭둔덕의 뽕나무’, ‘열다섯 살에 군대 따라 출정하다등 전쟁, 가난과 같이 민중의 참담한 실상을 반영하는 외에 사랑의 맹세도 다짐하고 있다. 다른 책에 없는 작품 중 공무도하는 과거 교과서에서 고조선의 노래라고 배웠던 노래이며, ‘상봉행은 호화로운 귀족층의 생활을 잘 묘사하고 있어 이채롭다. ‘산으로 약초 캐러 가다초중경처는 당대의 억압된 혼인제도와 사회관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남조악부는 흔히 한두 수 정도만 맛보기로 소개하던, ‘자야가12, ‘자야사시가23, ‘독곡가6수를 싣고 있어 작품의 온전한 면모를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그 외 자야변가’, ‘상성가’, ‘환문변가’, ‘전계가‘, ’단선랑‘, ’석성악‘, 그리고 막수악등 간과되기 쉬운 남조의 악부시를 다량으로 수록하여 흥미롭다. 양자강 이남의 한족 왕조 체제인 남조는 주로 사랑을 노래한 서정적 성격으로 부드럽고 아기자기하여 여성적 시풍을 띠고 있다.

 

반면 흔히 중원으로 일컬어지는 양자강 이북과 황화 유역을 차지한 유목민족의 북조 국가에서는 굳세고 대범한 남성적 시풍을 지니고 있어 대조적이다. 여러 국가 간 치열한 영토싸움을 벌이다보니 자연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많을 수밖에 없다. ‘목란사’, ‘기유가’, ‘낭야왕가등 유명한 노래 외에 자류마가’, ‘지구악가사’, ‘작로리가사’, ‘격곡가’, ‘착닉가농두가사등 다른 책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작품들도 여럿 담고 있다.

 

시문학의 경우 직접 읽고 음미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작품이해를 갖기가 어렵다. 그런 면에서 유명한 노래 위주로 해서 번역문을 통해서나마 읽어나가 보면 금시 노래가 뜻하는 바를 알게 된다. 악부시의 장점은 명료하고 직관적이라는 점이다. 지나친 시적 기교를 구하여 모호하고 난해하게 되는 폐해가 없다. 민중들의 노래에서 출발하였기에 건강한 정서가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다.

 

·위의 <악부시>는 껍질만 남고 알맹이는 없어져 가는 전통 문학의 조류에 꾸준히 새로운 형식에 싱싱한 알맹이를 담아 문단에 공급했던 것이다. (P.25)

 

편역자는 해제에서 악부시의 의의를 위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훗날 백거이 등이 신악부운동을 전개한 까닭도 결국 민중에 기반을 둔 악부시의 건강성과 우수성을 당대에 되살리고자 하는 의도라고 하겠다.

 

<시경> 공부 도중 잠깐의 외도라고 하겠지만, 시대적 간극이 주는 친밀성의 정도는 확연히 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좀 더 직접적이고 현대적이며 인간적이라고 할까. 이제 다시 <시경>의 세계로 돌아가야겠지만 악부시를 알게 된 것은 신선한 자극으로 남게 될 것이다.

 

 

<악부민가>(문이재), <악부시선>(명문당), <악부시집>(지만지)에 수록된 악부시의 편명과 작품수를 확인하여 비교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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