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렇게 기대하고 고대하던 킹콩을 만났다.

 

리뷰를 쓰기위해 장르를 봤더니 '액션, 판타지, 어드밴처' 무비란다.

글쎄...내가 본 킹콩은...'액션, 판타지, 공포, 로맨스 그리고 멜로'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이 영화는 '동물(몬스터) vs. 사람' 이 아니라 '남자 vs. 여자 (Male vs. Female)'의 정서로 보는 것이 적합하다고 생각된다.
미녀와 야수, 노트르담의 곱추 또... 프랑켄슈타인의 그것과도 같이 이루어질수 없는 흉측한 야수와 미녀의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단지! 이번에 나온 괴수는 25 ft.가 넘는 말 못하고 인간과는 머언 친척관계(?)인 킹콩이라는 점만 제외하고서 말이다.

아니라고?
사실 킹콩은 전형적인 로맨스-멜로 영화의 형태를 따라간다고 아니할 수 없다.
대부분의 로맨스-멜로 영화의 전형인

1. 탐탁치 않은 첫 만남

2. 다양한 사건을 통해 쌓이는 신뢰와 정 그리고 사랑

3. 그들 앞의 막아서는 장애물 (돈, 신분 등등)

4. 사랑으로 극복하려하나 쉽지 않음

5. 결국 한 쪽이 떠나거나 죽음

의 단계를 착실하게 따라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킹콩에서는 앞서 언급한 야수, 곱추, 프랑켄슈타인 등이 흉측한 외향을 지니고는 있지만 서로 대화가 가능했고 그리고 인종(야수는 인간이 아니라는 태클 반사!)이 같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이건 더욱더 안타깝고 절절한 사랑이 될 수 밖에 없다. (남녀간의 사랑 입장에서 본다면 말이지)

결국, 남자(킹콩)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어울리지 않는 세계에서 배척당하고 결국은 죽임을 맞이하며 멜로를 완성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영화가 로맨스-멜로가 전부는 아니다. (당근! 들인 돈이 얼마인데...ㅡㅡ;;)

손에 땀을 쥘듯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액션은 그야말로 긴장의 연속이며, 해상신, 추격신, 격투 등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찬 보물상자와도 같다.

다만, 굳이 단점을 하나 꼽으라면 3시간이라는 압박정도?

살짜쿵, 캐스팅 얘기를 하자면...

'앤'역의 나오미 왓츠... 이 영화를 보다보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니콜 키드만과 많이 닮아있다. 게다가 이 영화의 배경이기도 한 3~40년대에 어울리는 고전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어 훌륭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된다. 

단지, 가장 의외의 캐릭터는 피아니스트에서 나왔던 연약한 피아니스트, 애드리안 브로디가 분한 '드리스콜'역이었다. 그런 연약한 외모와 현명한 눈을 가진 사람이 갑자기 인디애나 존스와도 대적할만한 멋진 모험가의 기질을 보여줬다. 어딘지 너무 안 어울리는 듯 하면서도 어울리는 어.쨌.든 의외의 캐스팅, 그래서 더 재미있었는지도...

항상 재밌고 코믹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이 영화로 이미지 변신 너무 완벽하게 해 주신 '잭 블랙(던햄 역)'의 마지막 대사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완벽한 주제는 아니었을까...

"Beauty Kills the Beast"
 

문득 생각나 덧붙이는데...

15세 관람가라고 적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린 꼬마들을 데리고 관람하는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재미있다고는하지만 어느장면들은 상당히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장면들이며 어떤 대사들은 분명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린 아이들에게 3시간 동안 영화에 집중하기를 부탁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므로 끈임없이 그들이 내는 과자소리, 음료수 마시는 소리, 중간중간 화장실을 다녀오기위해 왔다갔다하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니, 혹시 킹콩을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늦은 심야시간대를 권하는 바이다...(요즘은 방학이라 아이들을 피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는 그 시간대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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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뭐랄까.... 아이러니로 뭉쳐진 영화라고 해야하나...

미국의 자본과 감독이 제작, 감독하고,
중국의 배우들이 일본인 게이샤역으로 열연을 펼치며
일본 말이라고는 가끔 바람결에 스치듯 그렇게
영어로 대사를 하는 일본 게이샤에 대한 영화라니 !!
이거야말로 아이러니 아닌가!!

전체적으로 느낌을 적어보고 싶었지만... 느낌이 뒤죽박죽이라...

1. 화면 및 영상은 아주 좋다!

역시'시카고'의 롭 마샬의 연출력과 영상은 높이 사줄만하다.
게이샤의 화려한 기모노의 향연과 아름다운 배우들 및 영상 또한 봐 줄만하다!
(개인적으로... 퍼햅스 러브보다도 영상과 음악의 선택이 더 뮤지컬 영화와도 같이 느껴졌다. 실제 배우들은 노래를 부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무래도 연출력의 힘인 것인가...)

2. 중국 배우들의 일본인 게이샤 역이라니!
예전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 되는 우리 관객들은 어찌할거야?
뭐, 그녀들의 영어 발음에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는 것을 제외하고도...
장쯔이의 단아한 쪽진 머리에서 게이샤의 그것보다 '연인'에서의 그녀를 더 떠올리게 되는 건 비단 나 뿐만이었을까...

3. 솔.직.히...
해피 엔딩이 아니기를 바랐다.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나와 험난한 과정을 거쳤으니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영화를 보면서 괴로워했을 관객들을 위로해주는건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기를 또!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기를 반쯤 바라며 괴로워했다.
게이샤라는 직업이 가지는 고난과 역경 그리고 그 험난한 과정을 이겨낸 여인이
그토록 원했던 사랑을 이룸으로써 나는
그녀가 이뤄낸 모든 성과들이 '사랑'이라는 이름뒤에 빛바래지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사랑 영화가 아닌 게이샤로 살아야만 했던 한 여성의 삶에 대한 담담한 고백 영화이기를 바랐던 내가 무리인 것일까?
(그럼에도 나도 여자인지라 한 여성이 사랑을 찾아낸 그 순간에는 솔직히 감동먹었다...)

여하튼 영화가 종반 부분으로 치달으면서 약간 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제서야 이 영화의 러닝 시간이 140분이나 됨을 깨닫게 되기 전까지는 꽤 흥미진진 볼만하다.

결과 부분이 편파적인 개인 취향으로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을 제외하면 게이샤 여인들의 치밀한 암투 등도 흥미롭다. (글쎄, 실제로 여자들이 그런 치밀한 계획 속에서 연애의 기술을 연마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 나만 모르는 것인가....?!)

그나저나, 장쯔이와 장만옥의 눈짓 한 번으로 남자 꼬시는 기술 나도 좀 배워봤으면 좋겠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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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내 기대치가 높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뮤지컬 영화라고 해서 은근슬쩍, "물랑루즈"나 혹은 "오페라의 유령"과도 같은 명작을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영화를 보는 내내 화면이 불편했다.
물랑루즈의 화면을 흉내내려한 듯한 영상과
오페라의 유려을 흉내내려한 듯한 음악... 모두들 어디선가 본듯하고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모든것이 마치... 어디선가 혹시... 라는 생각을 내내 떨쳐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익숙하지도 않은 중국어로 들어야하는 노래란...어색하기만 하다.(너무 영어와, 한국어에만 익숙해져 버린것인가... )

뭐, 어쨌든!
영화는 모두들 "퍼햅스 러브"를 가슴에 안은 것으로 끝이나는 듯 하다. 각자가 가진 기억과 현실 속의 사랑안에서 모두들 변하지 않을 사랑을 꿈꾸지만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저 그러려니, 그럴것이야, 그래야만 해...하고 짐작만 하듯이 말이다.

이런 애매모호한 주제를 가진 영화를 뮤지컬로 풀어내려고 한 시도에는 열렬한 환영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디나 처음은 있고 처음이 항상 완벽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미련한 바램일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뮤지컬 영화의 역사가 거의 백년에 육박하는 서양의 역사와 비교하려 한다면 더더욱이 그렇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는법.
뮤지컬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음악이 영화가 끝난 이후 메인 음악이 단 한 곡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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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부터는 주연 배우들에 대한 내 개인적인 사설들을 좀 풀어놓고자 한다...

"지엔"의 역활은 맡은 금성무의 비주얼은 여전히 화려하고 비밀을 품고 있으며 어딘가 슬프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잘 캐스팅 됐다고 봐진다. 게다가 뮤지컬 영화에 어울림직한 멋진 목소리또한 가지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슬적슬적 보임에도 불구하고 금성무..역시 잘 생겼다, 정말....

여주인공 "손나""몽키" 역의 여배우는 사실 영화속의 영화 (--;;)뮤지컬 배우에 어울림직한 어쩌면은 청순하고 어쩌면은 뇌쇄적인 모습이 멋지긴 하다.
그런데, 중국노래를 들으며 가끔 느끼는데 중국인들은 약간 청명하고 높은 목소리의 가수들을 좋아하는 듯 하는데 그녀 또한 그런 스타일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개인적으로는 별로다, 정말...

장학우..."니웨"는...사실 너무 안타까운 케이스...
훌륭한 연기력을 보여주심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영화에서 아주 생생한 "날소리(?)"를 거침없이 날려주심과 동시에 가장 비극적인 부분에서 모든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시다니... 이 영화의 가장 최상의 연기와  최악의 연기 모두를 보여 주신 듯하다.

게다가!!!!
그 존재감없는 지진희는 어쩌란 말이냐!
알다시피 대장금 내내 몇가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내내 일관해 주셨지만 멋진 목소리와 캐릭터에 의해 나름 그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멋진 목소리는 중국 배우의 날아다니는 목소리 더빙으로 무너지시고, 어색한 몸동작으로 댄스 부분에서는 과감히 튀어 주셨으며... 게다가 몇 되지 않는 표정으로 영화 내내 여기저기서 살짝살짝 아주 잠깐씩 나타나주셨다....
영화의 끝까지... 전단지에 나타난 설명이 아니었더라면 그가 왜 영화에 자꾸 나와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비싼 돈 주고 캐스팅 했으니 자주 보여줘야한다는 게 어쩌면 감독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고 아직도 의심하는 바이다!)


(참고로, 지루한 배우들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읽어주셨다면 이는 다 지진희를 설명하기 위해 늘어놓은 말이었음을 알아달라!)

각설하고,..이 영화에서 가장 큰 수확(?)은 금성무와 장학우의 재발견!이 아닐까.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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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니스트 조희봉님의 '인터넷에서 좋은 책 싸게 사는 비법'

 
'헌책사랑'( http://www.usedbooklove.com )
다소 거창하게 표현하면 책들의 '소리바다'와 같은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단일한 헌책방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을 시스템상 서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뿐 실제는 수많은 개인 책방의 집합체다. 이미 50여개의 개인 책방이 들어서서 자유롭게 자신의 책을을 원하는  가격에 내 놓고, 사람들은 각각의 책방을 둘러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들을 주문해 직거래를 통해 주고받는다. MP3 파일을 서로 공유하고 다운로드 받듯이 서로 책들을 주고받는 일종의 P2P 방식이다.
각각의 책방에는 다양하고 놀라운 책의 목록이 매일 경쟁적으로 등재된다. 이런 개인 직거래 방식은 이미 대형 서점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모닝365'( http://www.morning365.com )의 '장터365'나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book.com )의 'Usedbook'
 
코너는 비슷한 성격의 직거래 책방이다.

'북017'( http://www.book017.co.kr )
놀라운 인터넷 헌책방 사이트다.
엉성하고 허술한 외형의 이 사이트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신간부터 절판 희귀본까지
놀라운 신규 목록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그 목록에서 책들이 품절되는 속도 또한 놀라워서
예고도 없이 등장하는 책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찜해 놓은 책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 들어오는 사람은 늘 품절된 책들의 목록만 보는 셈이지만, 책을 둘러싸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쟁은 그야말로 경매 시장을 방불케 한다.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엄연히 다른 자매 사이트
'북011'(http://www.book011.co.kr)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밖에
오북( http://www.obookstore.co.kr ),
매니아북( http://www.maniabook.co.kr ),
바이북( http://www.bybook.co.kr ),
하이셀러( http://www.hiseller.com ),
아이앤지북( http://www.ingbook.co.kr ),
가자헌책방( http://www.gajagajabook.co.kr ),
고래서점( http://www.gorebook.co.kr )
등도 매일 다양한 책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벌써 나왔나 싶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간들이 수두룩하다.

일반 서점들처럼 인터넷 헌책방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기도 한다.
앞에서 열거한 서점들이 순수하게 주로 인터넷으로만 운영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경우도 있다.

목동의 열린책방( http://www.openbookstore.co.kr ),
대방동의 대방헌책방( http://www.oldbook8949.co.kr ),
인천 부개동의 책사랑방( http://www.booksarang.co.kr ),
수원 팔달구의 남문서점( http://www.ibuybook.co.kr ),
성산동의 모아북( http://www.moabook.co.kr ),
홍제동의 대양서점( http://www.daeyangbook.hihome.com ),
화곡동의 책의 향기( http://www.bookperfume.co.kr )
등은 인터넷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목록들도 믿음직하지만 실제 매장을 한 번 찾는
것이 재미를 더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면 서민 경제와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듯이 도서 시장이 어려울 때는
변두리 중소서점이나 헌책방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다. 예전 같으면 나오자마자 없어졌을 책들이 그대로 헌책방에 재고로 남아 있는 걸 바라보는 마음이 그저 좋지만은 않은 까닭은 그만큼 좋은 책을 찾는 미지의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소개할 듯이 시작했지만 사실 중요한 건 책을 싸게 사는 비법이 아니다.
그저 머리 속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거대한 책들의 지도를 그려 놓고 끊임없이 책들을 찾고, 하나씩 읽어나가야만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저 말랑말랑한 베스트셀러나 출세에 도움이 될 실용서적들을 대형서점에서 한두권씩 사서 근근히 읽어나가면 될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어딘가에 먹을 돈, 입을 돈 아껴가면서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책 한권을 찾아내 마치
보물처럼 가슴에 품고서 마냥 기뻐하는 '책 폐인'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간절히 믿어 본다.
결국 죽어가는 책을 살릴 마법은 그들에게서나 나올 테니 말이다. 여기는 책을 살릴 마법을 지닌
해리포터를 간절히 기다리는 비상구, 킹스 크로스 역이다. 
   
============================================================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중고서점에 가본적이 없다.
 
리스트만 열심히 모아놓을뿐.....
언제 한 번 편안 반바지에 운동화신고 주머니 든든하게 헌책방의 오래된 냄새를 즐기러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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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몇해 전 태풍에 날아간 간판 자리에 페인트를 찍어 그냥 손으로 서점이름을 썼다. 연남서점(02-302-8407).
덜컹덜컹 미닫이를 열면 작은 종이 딸랑거리고 책 틈으로 주인의 얼굴이 비스듬히 보인다. 사람좋은 표정의 김일균(57)씨의 얼굴에 텔레비전의 형광빛이 어른거린다.


정사각형 사방으로 천장까지 책이 꽂혔고 가운데 정사각 평상 역시 배꼽높이부터 책이 쌓였다. 들어서면서 시계방향으로 어린이책, 시집, 실용서·소설, 학술, 불교·기독교 서적, 참고서 순으로 꽂혔다. 가운데 평상에는 여성잡지와 미술, 기독교 서적이다.


4~5년 나카마(중간상)를 거쳐 1979년 서대문구 연남동에 과일과 센베 가게를 열었다. 한켠에 헌책을 놓고 장사를 하다가 86년께 책방으로 완전히 업종을 바꿨다. 그리고 89년 이곳 북가좌동으로 자리를 옮겨 16년째다. 책을 거두고 팔며 30여년을 꾸렸다. 한학기 남은 막내의 대학 등록금은 은행융자를 받을 참이다.


“그때가 좋았지요.” 주말이면 즐비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 전공 책을 찾는 대학생과 아이들 책을 사려는 주부들로 붐볐다. 주말이면 목록을 적은 쪽지를 들고 어깨를 부비며 다녀야 했다. 고물상 등을 돌아다니며 책을 모아두면 청계천 사람들이 쓸어갔다. 책을 모으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파는 것 또한 걱정 없었다.


“요즘요?” 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예전처럼 책을 즐겨 읽고 소중하게 보관했다가 필요없다고 생각될 즈음 헌책방에 넘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쓰레기에 섞여 버려지고 일쑤고 그나마 한두 권씩 흩어져 수습하기 힘들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한 차례 근처 고물상 5~6곳을 돈다. 불이 켜진 채 문이 잠겼으면 책을 구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1차 책방이니만큼 많이 풀린 베스트셀러나 어린이책이 많은 편. 책 상태는 대체로 고만고만하다가 괜찮은 책이 들어오기는 느닫없다. 때로 강운구 사진집 <우연 또는 필연>이나 학술잡지 <한국학보>가 무심하게 놓여있고, 들춰보지도 않은 듯한 <스칼렛> 원서 소설책이 구석에 숨어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근처 사람들. 이사갔던 이가 근처에 왔다가 들르면서 아직도 있냐며 반가워한다고 했다. 책값을 치르고 다음에 가져간다며 맡겨놓은 책뭉치도 여럿이다. 구제금융 무렵 맡겨두고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이 아직 연락이 없다면서 형편이 아직 안 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날 젊은이 둘이서 디지털 카메라를 찍고 묻고 하더니 인터넷에 책방을 소개한 모양이라면서, 그 글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위치를 묻는 전화에 “수색역과 증산역 딱 가운데. 증산3교로 불광천을 건너 사거리를 지나면 10여미터쯤”이라고 설명해 주고는 “나는 찾기 쉬운데 남들은 찾기 어려운 모양”이라며 웃었다. 명함 대신 메모지와 볼펜을 넘겨준다. 89년에 500장 찍고는 그만이라면서.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 한겨레신문 0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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