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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칼럼니스트 조희봉님의 '인터넷에서 좋은 책 싸게 사는 비법'

 
'헌책사랑'( http://www.usedbooklove.com )
다소 거창하게 표현하면 책들의 '소리바다'와 같은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단일한 헌책방이 아니라 각각의 개인을 시스템상 서로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뿐 실제는 수많은 개인 책방의 집합체다. 이미 50여개의 개인 책방이 들어서서 자유롭게 자신의 책을을 원하는  가격에 내 놓고, 사람들은 각각의 책방을 둘러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책들을 주문해 직거래를 통해 주고받는다. MP3 파일을 서로 공유하고 다운로드 받듯이 서로 책들을 주고받는 일종의 P2P 방식이다.
각각의 책방에는 다양하고 놀라운 책의 목록이 매일 경쟁적으로 등재된다. 이런 개인 직거래 방식은 이미 대형 서점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방식이 조금 다르지만
'모닝365'( http://www.morning365.com )의 '장터365'나
'반디앤루니스'( http://www.bandibook.com )의 'Usedbook'
 
코너는 비슷한 성격의 직거래 책방이다.

'북017'( http://www.book017.co.kr )
놀라운 인터넷 헌책방 사이트다.
엉성하고 허술한 외형의 이 사이트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최신간부터 절판 희귀본까지
놀라운 신규 목록들이 줄줄이 올라온다. 그 목록에서 책들이 품절되는 속도 또한 놀라워서
예고도 없이 등장하는 책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진행하는 동안 찜해 놓은 책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가끔 들어오는 사람은 늘 품절된 책들의 목록만 보는 셈이지만, 책을 둘러싸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경쟁은 그야말로 경매 시장을 방불케 한다. 거의 비슷한 디자인이지만 엄연히 다른 자매 사이트
'북011'(http://www.book011.co.kr) 또한 만만치 않다.

이 밖에
오북( http://www.obookstore.co.kr ),
매니아북( http://www.maniabook.co.kr ),
바이북( http://www.bybook.co.kr ),
하이셀러( http://www.hiseller.com ),
아이앤지북( http://www.ingbook.co.kr ),
가자헌책방( http://www.gajagajabook.co.kr ),
고래서점( http://www.gorebook.co.kr )
등도 매일 다양한 책들이 꾸준히 업데이트된다.
어떻게 이런 책들이 벌써 나왔나 싶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간들이 수두룩하다.

일반 서점들처럼 인터넷 헌책방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기도 한다.
앞에서 열거한 서점들이 순수하게 주로 인터넷으로만 운영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한 경우도 있다.

목동의 열린책방( http://www.openbookstore.co.kr ),
대방동의 대방헌책방( http://www.oldbook8949.co.kr ),
인천 부개동의 책사랑방( http://www.booksarang.co.kr ),
수원 팔달구의 남문서점( http://www.ibuybook.co.kr ),
성산동의 모아북( http://www.moabook.co.kr ),
홍제동의 대양서점( http://www.daeyangbook.hihome.com ),
화곡동의 책의 향기( http://www.bookperfume.co.kr )
등은 인터넷으로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목록들도 믿음직하지만 실제 매장을 한 번 찾는
것이 재미를 더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울 때면 서민 경제와 중소기업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듯이 도서 시장이 어려울 때는
변두리 중소서점이나 헌책방이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다. 예전 같으면 나오자마자 없어졌을 책들이 그대로 헌책방에 재고로 남아 있는 걸 바라보는 마음이 그저 좋지만은 않은 까닭은 그만큼 좋은 책을 찾는 미지의 독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비법이라도 소개할 듯이 시작했지만 사실 중요한 건 책을 싸게 사는 비법이 아니다.
그저 머리 속에 자기가 필요로 하는 거대한 책들의 지도를 그려 놓고 끊임없이 책들을 찾고, 하나씩 읽어나가야만 조금씩 앞으로 나갈 수 있을 뿐이다. 그런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그저 말랑말랑한 베스트셀러나 출세에 도움이 될 실용서적들을 대형서점에서 한두권씩 사서 근근히 읽어나가면 될 일이다.

그래도 아직은 어딘가에 먹을 돈, 입을 돈 아껴가면서 눈에 불을 켜고 좋은 책 한권을 찾아내 마치
보물처럼 가슴에 품고서 마냥 기뻐하는 '책 폐인'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간절히 믿어 본다.
결국 죽어가는 책을 살릴 마법은 그들에게서나 나올 테니 말이다. 여기는 책을 살릴 마법을 지닌
해리포터를 간절히 기다리는 비상구, 킹스 크로스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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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아직
단 한 번도 중고서점에 가본적이 없다.
 
리스트만 열심히 모아놓을뿐.....
언제 한 번 편안 반바지에 운동화신고 주머니 든든하게 헌책방의 오래된 냄새를 즐기러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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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하지 않으면 자칫 지나치기 쉽다. 몇해 전 태풍에 날아간 간판 자리에 페인트를 찍어 그냥 손으로 서점이름을 썼다. 연남서점(02-302-8407).
덜컹덜컹 미닫이를 열면 작은 종이 딸랑거리고 책 틈으로 주인의 얼굴이 비스듬히 보인다. 사람좋은 표정의 김일균(57)씨의 얼굴에 텔레비전의 형광빛이 어른거린다.


정사각형 사방으로 천장까지 책이 꽂혔고 가운데 정사각 평상 역시 배꼽높이부터 책이 쌓였다. 들어서면서 시계방향으로 어린이책, 시집, 실용서·소설, 학술, 불교·기독교 서적, 참고서 순으로 꽂혔다. 가운데 평상에는 여성잡지와 미술, 기독교 서적이다.


4~5년 나카마(중간상)를 거쳐 1979년 서대문구 연남동에 과일과 센베 가게를 열었다. 한켠에 헌책을 놓고 장사를 하다가 86년께 책방으로 완전히 업종을 바꿨다. 그리고 89년 이곳 북가좌동으로 자리를 옮겨 16년째다. 책을 거두고 팔며 30여년을 꾸렸다. 한학기 남은 막내의 대학 등록금은 은행융자를 받을 참이다.


“그때가 좋았지요.” 주말이면 즐비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 전공 책을 찾는 대학생과 아이들 책을 사려는 주부들로 붐볐다. 주말이면 목록을 적은 쪽지를 들고 어깨를 부비며 다녀야 했다. 고물상 등을 돌아다니며 책을 모아두면 청계천 사람들이 쓸어갔다. 책을 모으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파는 것 또한 걱정 없었다.


“요즘요?” 책이 나오지 않는다고 걱정이다. 예전처럼 책을 즐겨 읽고 소중하게 보관했다가 필요없다고 생각될 즈음 헌책방에 넘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쓰레기에 섞여 버려지고 일쑤고 그나마 한두 권씩 흩어져 수습하기 힘들다. 그는 요즘도 하루에 한 차례 근처 고물상 5~6곳을 돈다. 불이 켜진 채 문이 잠겼으면 책을 구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1차 책방이니만큼 많이 풀린 베스트셀러나 어린이책이 많은 편. 책 상태는 대체로 고만고만하다가 괜찮은 책이 들어오기는 느닫없다. 때로 강운구 사진집 <우연 또는 필연>이나 학술잡지 <한국학보>가 무심하게 놓여있고, 들춰보지도 않은 듯한 <스칼렛> 원서 소설책이 구석에 숨어 있다.
손님들은 대부분 근처 사람들. 이사갔던 이가 근처에 왔다가 들르면서 아직도 있냐며 반가워한다고 했다. 책값을 치르고 다음에 가져간다며 맡겨놓은 책뭉치도 여럿이다. 구제금융 무렵 맡겨두고 지방으로 내려간 사람이 아직 연락이 없다면서 형편이 아직 안 핀 것 같다고 말했다.


어느 날 젊은이 둘이서 디지털 카메라를 찍고 묻고 하더니 인터넷에 책방을 소개한 모양이라면서, 그 글을 보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위치를 묻는 전화에 “수색역과 증산역 딱 가운데. 증산3교로 불광천을 건너 사거리를 지나면 10여미터쯤”이라고 설명해 주고는 “나는 찾기 쉬운데 남들은 찾기 어려운 모양”이라며 웃었다. 명함 대신 메모지와 볼펜을 넘겨준다. 89년에 500장 찍고는 그만이라면서.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 한겨레신문 0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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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 지하철 역과 기자촌 중간쯤 연신초등학교 옆에 자리잡은 ‘작은우리’(02-383-6263). 이름처럼 아기자기한 동네책방이다. 엄마손 아이들, 재잘재잘 중고생, 퇴근길 한 정거장 앞뒤에서 내린 직장인들이 손님이다.


ㄷ자처럼 생긴 통로. 첫획 벽에는 시, 소설류가 꽂혔고 넘친 책들이 바닥에 쌓였다. <서재 결혼시키기>나 <돈 쥬앙> 같은 책이 도드라진다. 금방 들어온 듯한 창비영인본 세트는 끈도 안 풀었다. 주인 이홍복(49)씨가 앉은 뒤쪽은 사전 연감류 참고서류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정도로 좁은 끝획 통로에 이르면 갑자기 시간이 정지돼 흑백시대가 된 듯하다. 쌓인 책들의 무게만큼이나 시간이 첩첩이다. 오래 머물면 책이 무너지거나 시간의 무게에 스스로 무너지거나다. 신학서적, 일어소설, <세종장헌대왕실록> 낙질, <고전복음사휘집림> 1~8(정문서국) 등이 눈에 띈다.


백미는 천장. 빛바랜 ‘국민학교’ 공책, <황야의 무법자>, <동백아가씨>, <로보트 태권V> 등 옛 엘피판이 붙어있다. 뿐인가. <톨스토이 동화-사람은 무엇으로 사냐>, <소공녀 소공자>, <장다리꽃 필 때>, <5월의 노래> 등 50년대 동화책들이 둥둥 떠있다. 일종의 비품이다. ‘팔라’고 말한다면 ‘나는 여기 처음 왔소’ 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주인 이씨는 가게를 그만둘 때 단골한테 하나씩 선물할 거라고 한다. 그 때를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근처 기자촌은 작가, 예술인들이 많이 살고, 불광동은 오래된 집이 비교적 많아 그런대로 ‘물건’이 나왔다. 예쁘게 장정한 권환의 <윤리>는 인자 자국이 까끌거릴 정도로 상태가 좋았다. 설정식의 <종> 역시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없을 터이다. 얼마 전 국악, 한적 영인본 등이 한꺼번에 들어온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뉴타운 개발이 되면서 옛물건 장사들이 목을 지키기도 했다.


주인 이씨는 목감기라면서 <건강도인술>(정신세계사)을 보고 있었다. 더위에 과로 탓일 거다. 폐지상 순례는 물론 ‘헌책 삽니다’ 전단지를 붙이고, 아파트·빌라촌을 돌며 경비들에게 명함과 음료수를 건네는 것도 일이다. 전화가 오면 가게를 아내에게 맡기고 오토바이로 휑 다녀온다. 부부는 부지런하기로 호가 났다. 찬바람이 불면 가게 앞에서는 어김없이 붕어빵을 굽고 어묵국물을 끓인다. 줄어든 헌책방 수입에 쏠쏠한 부업이다. 그렇게 키운 아들이 대학 4학년이다. 부부는 일년 한차례 전국일주 꿈이 있어 즐겁다.


지난 겨울에는 책을 한 트럭 버렸다. 책을 어떻게 파느냐보다 어떻게 버리고 정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책은 또 잃어버린 금반지 같아서 무더기에 휩싸이면 도저히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 눈이 쌩쌩할 때 책을 많이 읽어두란다. 늙어 느른한 시간에 묻히면 스스로를 찾을 수 없다는 것. 그렇게 말하는 이씨는 정작 책읽기보다 남들에게 읽힐 책 구하러 다니느라 얼굴이 그을었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신문 0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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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기론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서 가깝고, 어림잡기는 용산 미군기지에 궁둥이를 대고 있다. 우리서점(011-346-1589) 입구 계단은 건물의 나이만큼이나 닳았다.


느른한 오후 혼자서 커피를 타던 주인 남순종(65)씨는 동무를 만나 반가운 듯 한잔을 더 탔다.
18평 2만여권의 책이 가득한데 여느 책방하고는 조금 다르다. 반듯한 책꽂이에 분야별로 깔끔하게 정리돼 있어 잔손이 많이 간 흔적이 역력하다. 인문사회 특히 문학쪽 책이 많고 최근에 나온 책들도 꽤 많다.


“원래 출판사에 딸린 서고였는데 7개월 전에 책방으로 바꿨습니다.”
조금 다른 표정이 바로 그런 탓이다. 글벗사. 어린이책과 문학 관련 책 1천여종을 냈다. <건국대통령 이승만>(이종구 지음)이 최근작이다. 출판사 명패가 달린 작은 방 컴퓨터는 먼지를 썼고 아들이 업데이트한다는 사이트(gulbutsa.co.kr)는 한산하다. 구제금융 사태가 터지면서 시난고난 출판사는 시들고, 급기야 5~6명 직원을 모두 정리하고 집을 팔아 전세로 옮기며 빚잔치를 했다. 출판사 이름을 유지한채 일감이 들어오면 아르바이트를 써서 책을 낼 따름이다.


책이 좋아서 책동네와 40년 인연. 출판사가 잘 나갈 때는 하루에 책 5권을 낸 적도 있고, 종로 6가 대학천시장에서 신간도매를 하기도 했다.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헌책방을, 오산고교 앞에서 새책방도 해 보았다.


“출판사가 안될 때는 책방을 겸했지요.”
책을 낼 때 참고자료로 쓰려고 모아둔 것과 책동네의 지인들이 가져온 책들이 지금 매장에 나앉은 상품들이다. 출판사로는 돈을 만지기 어려웠는데, 요즘은 하루매상 7만~8만원을 올린다.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문인 친구하고 점심은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놀아도 이곳에서 놀고 일을 해도 이곳에서 일을 한다는 남씨는 차라리 서점이 속 편하단다. 매장 분량만큼 쌓였다는 집안의 책도 이 참에 끌어내와 쏠쏠한 책방으로 만들 계획이다. 특별히 보여주는, 유리문 달린 책장에 귀중본들이 꽂혔다. 값만 맞으면 판다는 샘플들이다. <문학개론>(김기림, 문우인서관, 1946), <시집 호롱>(서창수, 청구출판사, 1951), <푸른 별>(김용호, 남광출판사, 1952), <조선문자 급 어학사>(김윤경, 조선기념도서출판관, 1938) 등 꾸리꾸리하다.


경기에 따라 떠올랐다 잠겼다를 거듭해온 책방. 남씨는 다시 책을 활발히 낼 꿈을 꾼다. 문예 계간지 <문예와 비평>를 11년째 거르지않고 내 온 것도 그런 연유다. 하지만 그것이 단지 꿈으로 그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구제금융의 그늘은 그만큼 깊고, 출판동네의 세월은 빨라 늙은 그가 끼어들 곁을 주지 않는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 한겨레신문 05.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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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활딱 열려 있고, 선풍기가 홰홰 돌아도 덥다. 청구 헌책백화점(02-2252-3554) 주인 황영섭(62)씨는 ‘어깨 난닝구’ 차림이다. 비라도 한줄금 하려는지 찌는 듯한 무더위. 물 갈아줄 때가 지난 어항 속 물고기처럼 주인은 헉헉거렸다. 주인 또래의 노파가 언제부터였는지 징징대며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었다. 주인은 웅웅 대꾸하며 나른한 오후시간을 죽였다.


책들도 분위기를 타는가. 징징 웅웅, 바닥의 것들은 넘어지고 자빠져 있고 책꽂이의 것들은 들쑥날쑥 삐뚤빼뚤 도대체 ‘정신이 다’. 늘 그러한데 오늘 따라 유난스런 것은 아마도 더위 탓일 거다. 주인을 닮아서 체면이고 격식이고 없다. 어린이책, 참고서, 소설 그 정도 대충 영역을 정해 놓고 툭툭 던져진 듯한 게 여축없이 회색톤이다. 그러나 머무는 동안 찾아온 손님이 책을 물으면 있다, 없다, 황씨의 답은 확실하다. 값은 그까이꺼 대~충 얼마다. 행여 돈이 모자라도 그까이꺼 대~충 까준다. 세 내기가 귀찮아 건물을 사버린 주인은 손님 눈치도, 책 눈치도 안본다. 그까이꺼 대충 팔리면 그만이고 안 팔리면 버린다.

혹자는 이곳에는 쓸 만한 책이 없다고 한다. 책방이 아니라 고물상 같다는 혹평도 있다. 얼핏 보면 그럴만도 하다. 하지만 겉볼안. 주인은 부지런히 책을 거두어들이고 홈페이지를 열어 책을 올린다. 굳이 표를 내지 않거니와 매장 뒤편 창고에 한가득 갈무리해놓은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주인을 채근해 둘러본 적이 있는 그곳에는 썩 값나가는 것은 없지만 책주인을 찾기 어렵잖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눈길 멎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노후대비 저축하는 심정으로 쟁여둔 것이리라. 더 늙어 힘이 없어졌을 때 그 책들이 든든한 ‘빽’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눈치다.


그렇다고 매장이 아주 맹탕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여유를 두고 느긋하게 훑어보면 까탈스런 눈에도 의외의 책이 ‘여기요’한다. <화당집>(1720)을 한정 영인한 <화당 신선생 문집>(1979).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신민일(1576~1650)의 글모음이다. 임병양란을 살아 어수선한 시대의 편린이 싯구에 남았다. 원본 일실을 우려한 문중에서 비매품으로 만들었지 싶다. 서울정도 600년기념 설화집 <옛날옛적 서울에>(최래옥 편, 서울학연구소 1994), <벽> 1, 2(허영만, 팀매니아, 1995), <고어사전>(남광우 편, 교학사, 1997) 등등. 툭툭 던져둔 것들 중에 섞인 것들이다. 값은 ‘무척’ 눅다. 책은 주인을 만나야 한다는 게 황씨의 지론이다. 해서 ‘필요한 만큼’만 받는다.


넋두리하던 노파가 나가고 40대 주부가 초등학교 교과서를 찾았다. 불러주는대로 책을 뽑아주고 값을 셈한 주인은 다른 교과목 책 2권을 얹어주며 대구 가져가라고 했다.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면서.
지하철 청구역에서 내리면 조금 가깝고 약수역에서 내리면 조금 멀다.
 


임종업 기자 blitz@hani.co.kr /한겨레신문 0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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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자 2010-07-14 15: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청구 헌책방 내외와 사진 찍다 곳곳에 보석책들이 넘 많다.2시간 걸려 싸장닙 얼굴뵈니 가슴이 따스해 온다.
자녀들은 서울대 출신 부러움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온발로 뛰시는 그 부지런함을 그성실함을 존경한다.
늘 그자리에 늘 그곳에서 정겨운 난닝구 사랑하며 건강건강 하시길 빌어본다.
청구헌책방 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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