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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시민 구보 씨의 하루 - 일상용품의 비밀스러운 삶
존 라이언.앨런 테인 더닝 지음, 고문영 옮김 / 그물코 / 2002년 3월
평점 :
이 책을 읽기 전엔, 나름대로 대안적 소비에 대한 상식이 있으므로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읽고 배워 실천에 옮기면 되겠지 했다. 물론 그 안일한 생각은 곧 뒤집어졌다. 저자도 말했지만, 이 책은 정말 최대한 쉽게 재밌게 써서 독자를 이해시키려는 흔적이 엿보인다. 학교에 처음 들어가 칠판에 쓴 것을 지휘봉으로 짚어주는 선생님처럼 친절하다. 문제는 내용의 질과 무게가 그들의 노력과 비례하여 결코 만만치가 않다는 것이지만.
요는, 진실로 대안적 소비자로 불리기 위해선 흔히 삶의 질이라 불리는 즐거운 요소들 상당 부분을 포기하라는 권고다. 커피 대신 녹차, 음료수 대신 물, 자동차 대신 자전거, 옷이나 신발은 생활에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세탁도 적당히, 패스트푸드 대신 유기농산물을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가서 태양을 제외한 어떤 에너지도 사용하지 않는 농작물을 기르자는. 막연히 생각하기엔 이상론 같은 결론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면 소비에 있어 최대한 쓰레기를 줄이라는 거다. 그것조차도 미비하지만 재활용, 분리수거 같은, 지극히 소극적인 실천방법의 하나가지고 잘 한다 큰소리쳐 박수칠 상황 아니라는 거다.
물질의 소비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의 하나는 살아가면서 늘 잊어버리기 쉬운 비물질적인 것들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때때로 우리는 더 나은 어떤 것이 없기 때문에 소비를 즐긴다.
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솔직히, 아직도, 소비가 미덕이라는 충동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로움, 불안, 불만, 이런저런 상처에 대한 회복에는 크건 작건 먹고 마시고 쓰고 버리는 소비만한 특효약도 없다. 소비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선 정서와 정신의 충만감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당장 산으로 들로 떠날 수도 없잖은가. 당장 먹고 사는 눈앞의 문제만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삶임에야. 과도하고 불필요한 생각 없는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고 믿지는 않지만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같은 오늘 혹은 내일의 썩은 동아줄 정도랄까. 그것이 썩었다는 자각이 시작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