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단감은 풍년이다. 진한 녹색옷을 차려입은 건강한 모습으로 한낮 그늘을 만들고, 그 우람함이 지나는 사람들로부터 감탄을 자아낸다. 아침, 저녁, 어떤 날은 온종일 비를 들고 종종 걸음을 하지만 특별한 거름이나 약을 치지 않았음에도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는(?) 중이다. 가을이면 군침이 뚝뚝 떨어지는 보기좋은 모양으로 익어 여러사람의 입을 즐겁게 하고 열매가 지나간 단풍 든 자리는 또 얼마나 근사한지. 아! 겨울, 눈 쌓인 풍경도 일품이다.



 

 

 

 

 

 

 

새 가족. 샤샤. 폼이 기막히다.


깜짝 놀랐다. 갑자기 옛날 서재가 나타나서. 반가움이 물씬 우러나는 걸 보니 그리웠던 거구나. 관심없는 척 했지만 좋아했던 사람을 세월이 흐른 뒤에 만난 기분 같달까? 아주 오래된 핸드폰을 교환하면서 카메라 기능이 있어 찍어본다. 찍고 찍힌다는 거. 적나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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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04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쟤가 샤샤에요? 새가족이군요. 자태가 도도하면서 교태스러워요.
어쩜 눈망울은 또! 근데 옛날 서재가 갑자기 나타나더라구요?
그건 그렇고, 단감이 익을 가을과 눈내리는 겨울을 벌써 상상해보는 재미..

겨울 2007-07-04 22:40   좋아요 0 | URL
너무너무 온순한 샤샤에요.
전에 살던 곳에서 다른 고양이에게 엄청 괴롭힘을 당했대요.
그래서인지 눈매가 참 슬퍼요.

옛 서재로 회귀했나보다 했어요. 한참동안 그대로여서.

마늘빵 2007-07-0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이쁘다. 저런 냐옹이 껴안고 자고 싶다.

겨울 2007-07-04 22:54   좋아요 0 | URL
아프님. 애교가 보통이 아니랍니다.
손이며 다리에 얼굴이랑 몸이랑 척 걸치고 부비고 핥는 걸 좋아해요.


잉크냄새 2007-07-05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쌀뒤주에 저 푸르딩딩한 감을 집어넣고 익히던 시절이 생각네요.
그리고 고양이 역시나 포즈가 요염하네요.

겨울 2007-07-08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쌀뒤주에 서리맞은 감을 넣어놓고 겨우내 먹던 시절이 있어요.
지방마다 먹는 방식이 다르다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종묘시장에 다녀온 동생이 무화과나무랑 블루베리를 사다 줌. 손바닥만 한 땅에 가지가지 심는다 싶지만 자리 확보해서 심어놓고 바라보는 중이다. 블루베리는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글쎄 어찌될지(얘는 산성토양을 좋아한단다). 이거 심는다고 보리수나무 가지치기 하다가 모기한테 한 방 물렸다. 불개미에게 물린 것처럼 크게 불어나고 있다. 나무나 식물에도 벌레를 꼬이게 하는 것과 쫓는 게 있다고 하는데, 보리수나무는 단연 전자다. 다른 나무에까지 진딧물을 옮아주는 원흉이고 모기가 좋아라하는 서식처다. 밑둥까지 싹둑 잘랐는데도 살아난 걸 봐라. 독한 놈. 벌레퇴치에 좋다는 제라늄도 키워볼까. 키우다 죽인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찾아보니 요게 블루베리라는데(처음보는 거라 신기-무화과나무는 이 동네에서 여럿 보았다), 요거 하나 심어서 뭐 하자고. 어짜피 뭘 심더라도 화초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시골에나 몰아 심으라고 할 걸 잘 못 생각했나. 마법의 엄마 손이라면 모를까. 죽을지 살지도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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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보신탕 매니아다. 식구들 중에서 보신탕을 못 먹는(안 먹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이걸 끓이고 데우는 건 고역이다. 다행히 엄마가 끓인 것과는 달리 전문점에서 사오는 것은 들깨향이 유독 강해서 코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시각적으로도 괴롭기는 한가지다. 이상한 건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거의 입에 대질 않지만 그래도 익힌 상태에서는 먹을거리로 보여지는데, 개고기는 익힌 상태에서도 육질의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거부감이 인다. 수육이건 탕이건 가리지 않고 즐기는 가족들의 눈에는 홀로 튀어서 다른 음식을 챙기거나 아예 모임 자체를 거부하는 내가 얼마나 까탈스럽게 보일까. 나만큼 무던한 인간도 없다고 자화자찬하던 때도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반대임을 인정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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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7-06-2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화과나무랑 블루베리랑 되게 크게 키워야 하는건 아닌가봐요? 올해 열매가 달릴 수 있는 건가요?
그런 종류는 사먹기만 하지 키울 수 있다는건 생각도 못했어요..^^;;;

겨울 2007-06-25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는 분재로 키우는 게 가능하대요. 열매가 맺힌(3년생) 걸로 사는 방법도 있던데, 집에 심은 건 키가 아주 작네요.한 30센치? 키워서 열매를 따려면 몇 년은 걸릴 듯. 무화과는 지금이 열매가 익어가는 시기이니 내년엔 수확을 할 수 있고요. 보통 2미터 이상 키가 크고, 생장이 빠르다네요.

blowup 2007-06-25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식물 키우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몇 개 안 되는 화분 간수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흙의 성질도 다 다르잖아요.>,<
(베란다에서 키우는 건데도. 장마 때문에 걱정입니다.)

겨울 2007-06-26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니 무화과나무 잎이 시들시들. -_- 도무지 문제가 생겨도 뭐가 문제인지를 알아챌 수 없다는 게 문제예요. 장마는 저도 걱정이에요. 흙이 얇아 거센 비에 쓰러지거나 뿌리가 썩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식물을 키우는 이유를 찾는다면 대견함에 즐거워서가 아닐지요.
 

여름 장마가 시작됐다. 초록은 깊어지고 과일 열매들은 단내를 풍기며 익어간다. 여름만큼 살아있음을 실감하는 계절도 드물다. 뽑아내기가 무섭게 올라오는 잡초의 생명력을 보라. 흙 속의 세상이 절로 궁금해진다. 

아직도 보이시한 스타일이 어울린다는 소릴 듣는다는 건 기분이 좋아야 하나. 머리를 자르러 간 미용실에서 내 짧은 머리처럼 잘라달라는 여자의 하소연을 듣다보니(그 회사 요구사항이 보이시한 스타일이라고. 여성스런 웨이브 퍼머를 한 그녀는 고민 중), 긴 머리의 여자에게 머리를 자르라 요구하는 회사라니 황당하더라는. 아마도 어려보이라는 의미 같은데, 그래도 그렇지 여자가 긴 머리를 자르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하여 여름을 핑계대며 최대한의 숏커트를 하고 소설책을 읽으려니, 자세가 잡히더라는 얘기다. 소설 속 다니엘이 의혹의 책 '바람의 그림자'와 만나는 나이가 열한 살로 보이고 싶은 열살이다.

비밀의 가치는 그 비밀이 지켜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가치에 달려있다.(p.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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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7-06-2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와 어울리는 이야기는 뭘까요???

겨울 2007-06-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은 제목부터가 을씨년스럽잖아요?
내용도 못지않게 우중충하니 스산해서
구름 잔뜩 끼고 비가 흩뿌리는 날 읽기 딱이에요.
 

 

감자를 찐다고 설치다가 아끼는 냄비를 홀라당 태웠다(-_-). 며칠 연속으로 주변에서 쪄다 주는 감자를 얻어먹다가 나도 한번 쪄봐야지 했다가 큰일 치른다. 감자 맛도 이상하고. 똑같은 감자를 똑같은 방식으로 찌는데도 어째서 누구네 거는 맛있는데 누구 거는 이상한 거냐. 문제는 일관된 자세인가.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이 끝까지 못 가는 거. 시작은 창대하였다가 끝은 미약해지는 고질 병. 죽어라 닦았는데도 하얗게 빛나던 귀여운 냄비는 시커먼 태를 벗어나질 못한다. 아까워서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고 며칠 지나 그러려니 하고 써 먹으련다.




말이 나온 김이지만, 그동안 태워먹은 주전자며 냄비가 셀 수도 없다. 요리의 기본이 정성과 집중이라면 냄비를 태우는 빈도수를 따져볼 때 낙제인 셈이다. 커피 물 올려놓은 주전자를 몇 개씩이나 해먹다가 무선주전자를 장만한 후로는 태울 일이 없어진 점은 다행이지만 그동안 태워먹은 주전자와 냄비들이 달려드는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무슨 대책(요리 중 딴 짓 금지-근데 감자 찌는 것도 요리하고 부르나-)이든 세워야 할 텐데........   




그저께 내린 비로 토마토, 고추, 상추 및 기타 꽃들이 쓰러지는 사태 발생. 비 줄줄 오는데 우산 쓰고 나가서 걔네들 일으켜 세우느라 바빴다. 바닥에 엎드린 채송화는 작은 돌로 기댈 등을 만들어 주는 수고까지. 손바닥만 한 화단가지고도 이렇게 고달픈데 엄청난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을 생각하니 하늘이 노랗다. 장마, 홍수 때마다 농작물 간수하느라 얼마나 애가 탈까. 장대비를 무릎 쓰고 우비 차림으로 논으로 밭으로 다니시는 부모님의 모습도 눈에 선하다. 하루 대여섯 번은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는 엄마의 푸념을 늘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흙을 딛는 삶의 고단함이 콘크리트를 딛고 선 삶 보다 더 무겁다는 말 가벼이 말 할 수 없겠지만 올 여름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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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6-24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사히. 장마가 시작되나봅니다. 야밤에 늦게 귀가하는데 비가 오더군요.

겨울 2007-06-24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내리는 비는 사실 단비예요. 농작물이 다 타들어갈 정도로 가뭄이 계속되었거든요.
님도 부디, 여름 건강 챙기시기를.
 
애시 베이비
가네하라 히토미 지음, 정유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인생이, 사람이, 삶이 아름다워 같은 말들의 더 이상 눈을 반짝이며 귀를 쫑긋할 감성도 말라버려 무미건조한 일상 속에 침몰 중이라지만 이 적나라한 소설은 뭔가. 몇 번이나 구역질을 느끼며 책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면서도 용케 끝까지 읽은 이유는, 인간에 대한, 아야, 호쿠토, 무라노에 대한 연민이 있어서다. 보이지 않는 내 주위에 이런 사람이 절대 없노라 단정할 수 없듯이. 바보 같고, 미친놈 같고, 머저리 같은 그들의 사는 법을 두고 어떤 판단의 잣대도 들이댈 수 없다.




이건 픽션이다.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이건 가네하라 히토미라는 작가의 머릿속 상상의 결과물이다. 그녀는 그녀가 만든 세계, 인물들 속의 신이다. 라는 전제는 내게 있어 소설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울고, 웃고, 분노케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치미는 혐오와 경멸로 책을 던져버리게 만드는 힘. 이 소설이 충격과 논란의 한 가운데 섰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절반의 성공이다. 책을 찢건 던지건 읽는 이의 자유다.




이 책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싶은 사람은 아마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위장한 인간의 본질에 속고 있거나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사람일지도. 하긴 잘난 척 고상한 척 하지 마. 너도 별 수 없어. 라는 질타는 불편하다. 닭 한 마리 토끼 한 마리 죽이는 것 쯤, 발가벗긴 아기 위에서 자위하는 것 쯤, 피가 흐르는 상처를 물고 빠는 것 쯤,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사건 사고보다는 양호하다는 생각이다. 학교에서 제자가 선생님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고 욕을 내뱉는 것보다도. 소설은 세상의 거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의 아버지가 아니다.




나 역시 지금 얼마나 무라노 씨를 만나고 싶은가. 얼마나 간병 받고 싶은가. 얼마나 죽여주길 바라는가.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전화를 걸어서 죽여주세요, 하고 울며 간청하고 싶은 심정이다. 이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에게 울면서 죽음을 애걸하고픈 이 마음을 누가 알 수 있을까? (p. 186)




나에게 죽음을 주세요. 날 죽이고 당신도 따라 죽으라는 말 따위는 안 해요. 그런 바보 같은 말은 절대 안 해요. 당신의 그 가느다란 손가락과 화사한 손바닥으로 날 죽여주길 바랄 뿐이에요. 부탁이에요. 뭐든 드릴 테니. 제발. 죽여. 주세요. (p. 187)




좋아해요. 라는 수없는 고백에도 무반응이거나 어쩌다가 돌아오는 네. 라는 답이 전부인 무라노를 향한 아야의 독백이 처절함을 넘어 귀여운 건 나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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