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시장에 다녀온 동생이 무화과나무랑 블루베리를 사다 줌. 손바닥만 한 땅에 가지가지 심는다 싶지만 자리 확보해서 심어놓고 바라보는 중이다. 블루베리는 키우기가 쉽지 않다고들 하는데 글쎄 어찌될지(얘는 산성토양을 좋아한단다). 이거 심는다고 보리수나무 가지치기 하다가 모기한테 한 방 물렸다. 불개미에게 물린 것처럼 크게 불어나고 있다. 나무나 식물에도 벌레를 꼬이게 하는 것과 쫓는 게 있다고 하는데, 보리수나무는 단연 전자다. 다른 나무에까지 진딧물을 옮아주는 원흉이고 모기가 좋아라하는 서식처다. 밑둥까지 싹둑 잘랐는데도 살아난 걸 봐라. 독한 놈. 벌레퇴치에 좋다는 제라늄도 키워볼까. 키우다 죽인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찾아보니 요게 블루베리라는데(처음보는 거라 신기-무화과나무는 이 동네에서 여럿 보았다), 요거 하나 심어서 뭐 하자고. 어짜피 뭘 심더라도 화초이상의 의미는 없지만. 시골에나 몰아 심으라고 할 걸 잘 못 생각했나. 마법의 엄마 손이라면 모를까. 죽을지 살지도 도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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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보신탕 매니아다. 식구들 중에서 보신탕을 못 먹는(안 먹는) 유일한 사람으로서 이걸 끓이고 데우는 건 고역이다. 다행히 엄마가 끓인 것과는 달리 전문점에서 사오는 것은 들깨향이 유독 강해서 코를 막을 정도는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시각적으로도 괴롭기는 한가지다. 이상한 건 쇠고기나 돼지고기도 거의 입에 대질 않지만 그래도 익힌 상태에서는 먹을거리로 보여지는데, 개고기는 익힌 상태에서도 육질의 느낌이 너무 생생해서 거부감이 인다. 수육이건 탕이건 가리지 않고 즐기는 가족들의 눈에는 홀로 튀어서 다른 음식을 챙기거나 아예 모임 자체를 거부하는 내가 얼마나 까탈스럽게 보일까. 나만큼 무던한 인간도 없다고 자화자찬하던 때도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반대임을 인정하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