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곤충들의 신기한 집 짓기 - 곤충들은 어디서 알을 낳을까?
안네 묄러 지음, 조국현 옮김, 김승태 감수 / 한길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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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은 곤충들의 신기한 집 짓기 - 곤충들은 어디서 알을 낳을까?

 
     우리는 모두 집에서 살아요. 집은 추운 날이면 추위와 비바람을 피하게 해주고, 햇살이 너무 뜨거운 날이면 햇살도 피하게 해 주지요. 집이 없다면 우린 너무 힘들꺼에요. 어쩌면 무시무시한 공격에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집이 얼마나 중요하면 요즘은 '가족'이라는 말이 '집'이란 말로 표현되기도 해요. 이렇게 집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이에요.
     그런데, 이런 집이 우리에게만 필요할까요? 아니에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 이야기를 들어보았죠? 겨울잠을 자기 위해서도 동물들은 집이 필요해요. 또 먹을 것을 모아두기 위해서도, 새끼를 키우기 위해서도 동물들 역시 집이 필요하지요.
     그럼, 작은 곤충들은 어떨까요? 곤충들은 어디서 사는지 궁금하지 않아요? 작은 곤충들은 태어나는 것도 힘이 들어요. 우리는 엄마 배 속에서 열달을 살지만, 곤충들은 알로 태어나요. 곤충들도 작은데 그 알은 얼마나 작겠어요. 그러니 조그만 바람에도 조그만 발자국에도 사라질 수 있는거에요. 그래서 알을 보호해 줘야해요. 곤충들은 알 때부터 태어나기 위해 험한 환경과 싸우는 것이지요. 그리고 알에 금이가면, 애벌레가 되어 태어나요. 우리가 보는 곤충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꼬물꼬물 벌레같은 모습이에요. 그런데 이 애벌레가 큰 다른 곤충들의 먹이감으로 아주 좋거든요. 그러니 애벌레 때는 곤충들은 잡혀먹지 않기 위해 늘 조심해야 해요. 곤충들은 참 힘들겠지요? 그러다가 그 과정이 지나면 번데기가 되고 번데기에서 나와야 비로소 우리가 보는 곤충이 되는거에요. 이렇게 힘들게 세상에 나온 벌레들, 혹시 우리는 장난 삼아 잡고 괴롭히고 있지 않나요?
     그 곤충들을 지키기 위해서 어미벌레들은 집을 지어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요. 자, 그럼 이제 그 집들을 알아 볼 차례에요.
 
     생소한 곤충들이 많이 있어요. 그래서 그것이 조금 아쉬운 책이에요. 여러분에게 친근한 곤충들 이야기라면 더 재밌었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말이 참 맛있어요. 그래서 곤충들에게도 참 예쁜 이름을 지어주곤 한답니다. 그 이름들로 곤충들의 모양을 상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으니까, 그런 재미와 함께 곤충들의 집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해요.
     
     이 책에는 많은 곤충친구들 이야기가 나와요. 거위벌레, 소똥구리, 호리병벌, 가위벌, 그리고 그 외에 많은 벌 친구들이요. 벌들은 모두 육각형으로 된 벌집 속에서 살 것이라 생각했다면 아마 깜짝 놀랄 거에요. 벌들이 얼마나 영리하게 집을 짓는지. 가위벌은 나무 밑동을 깍어 구멍을 만들어 알을 낳기도 하고, 뿔가위벌은 달팽이를 이용하기도 해요. 애꽃벌은 모래 안에 집을 짓고요. 이야기만으로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구요? 걱정말아요. 책에는 정말 예쁜 그림으로 곤충들이 집을 짓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거든요. 그림만 봐도 이해가 쏙쏙 되는 고마운 책이에요. 저 위에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이 보이죠? 그게 바로 달팽이를 이용해 집을 짓는 뿔가위벌이에요. 빈 달팽이집 안에 꿀과 꽃가루를 넣고 그 위에 알을 낳아요. 그 후에 잎과 작은 돌, 그리고 풀로 통로를 막고 땅바닥에 묻은 후 소나무로 덮어주는 거에요. 발견하기 힘들게 말이에요.
    
     곤충친구들이 얼마나 힘들게 집을 짓는지, 그 작은 몸으로 얼마나 꼬물꼬물 애를 쓰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지요? 그렇다면 이제 작은 곤충들을 함부로 괴롭히는 일은 하지 않겠네요? 우리가 엄마아빠의 사랑 속에서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처럼, 그 곤충 친구들 역시 엄마아빠의 그런 어려움과 노력으로 태어나 열심히 자라고 있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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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다이어트
구스타 에리코 지음, 정선희 옮김 / 고려원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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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초콜릿과 사랑에 빠지다♡

      이렇게 앙큼스러울데가!

     왠만한 여성이라면, 이 책 제목 앞에 눈이 번득이지 않을리 없지 않는가.

     달콤쌉싸름하게 입 안에서 스르륵 녹는 그 맛있는 초콜릿, 그리고 현대인의 화두 다이어트라니.

     설마, 그 달짝지근한 초콜릿으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설마... 하면서도 유혹을 뿌리칠 수 없다. 눈 앞에 놓여있는 초콜렛의 달짝지근한 향과 보기만 해도 상상되는 그 풍미에 나도 모르게 손이 쓰윽 가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손이 쓰윽 간다.

     이런 앙큼스러운 책을 봤나!

 

     요즘 내가 즐겨먹는 초콜릿은,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72%

     기존이 슈퍼 초콜릿은 먹고나면 달짝지근한 끝 맛이 하루종일 입 안에서 굴러다녔는데, 카카오 함유량이 월등히 높아 조금은 씁쓸한 이 초콜릿은 끝 맛도 깨끗하고 씁쓸한 맛을 좋아하는 내겐 안성맞춤이라 요즘 가방 속의 필수품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맛이 좋다면 가격이 조금 높을 수 밖에 없는 것인가! 기존의 슈퍼 초콜릿에 비해 조금 높은 가격이지만, 우리에겐 대형 할인마트가 있지 않은가! 대형 할인마트에 밀려 동네 슈퍼가 약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안타깝긴 하지만 슈퍼보단 내 주머니 사정이 우선이니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하고 대형 할인마트에 갈 때마다 조금은 저렴한 가격에 카트에 몇개씩 담아놓는 것은 기본이다.

     이렇게 내가 즐겨먹고 있던 초콜릿이 나도 모르게, 내 몸에 도움이 되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가! 이 책에 담긴 유용한 정보들 덕에 이 책을 만나는 내내 오르골을 껴안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뚜껑을 딱 열면 띠리리. 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며 보석이 반짝반짝 들어있는 오르골을 껴안고 있는 기분.

     자, 이젠 마음 놓고 초콜릿과 사랑에 빠지자. 그 전에 이 책으로 살짝 초콜릿의 매력을 알아본 후에!

 

     영양사인 어머니를 둔 덕분에 어려서부터 균형잡힌 식습관을 몸에 익힐 수 있었던 이 책의 저자, 구스타 에리코씨. 그리고 맛깔나는 입담으로 종횡무진 방송계를 누비고 있는 그녀, 정선희씨. 두 여자가 만들어 낸 이 책은 초콜릿처럼 달콤하다. 물론 대필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2006년 출판계의 사정을 생각해 볼 때, 정선희씨의 번역에 조금 의심이 들 수도 있다. 더 이상 속고싶지 않아하는 독자들이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설 수도 있지만, 정선희씨의 뛰어난 일본어 실력이야 처음 알려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책을 만나다보면, 마치 공중파를 통해 정선희씨의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솔직한 글들에 의심을 한 것이 부끄러워 진다.

 

   달콤하고 행복한 다이어트, 초콜릿 다이어트.

 

     초콜릿의 원료 카카오의 학명은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

     18세기 대표적인 식물학자 린네가 붙여준 이 이름은 '하나님의 먹을거리'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이름값을 하듯 초콜릿은 왕후와 귀족을 위한 특별한 드링크였다. 게다가 한 때 이 카카오 열매는 화폐의 역할까지 했다고 하니 이것만으로도 초콜릿이 지닌 특별한 매력이 보이지 않는가? 이제 이 매력적인 음식으로 다이어트를 해 보는 것이다. 어떻게? 달콤하고 행복하게!

     하지만, 우선 기억해 두어야 할 것은 이 다이어트라는 것이다. 언어가 시대상을 반영하고, 그 시대 사람들의 요구에 부응하여 의미가 조금씩 변해가긴 하지만, 이 다이어트의 원 뜻은 '체중을 감량한다'는 의미보다는 '식이요법을 한다'는 것이 더 강하다. 즉, 무턱대고 체중을 감량한다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고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초콜릿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신체 조건을 갖춘 후에 초콜릿을 먹어야 한다.

     이 이야기에, 그럼 어떻게 그게 초콜릿 다이어트냐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다 건강해지고 이미 살이 빠지고 있는데 초콜릿을 더 먹어주는 것이 어떻게 초콜릿으로 살을 뺀다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내기 전에 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집중해야 하는 것이 있다.

     책의 내용을 다 말해버린다면, 이런 앙큼한 책에의 예의도 아닐 것이며 출판사 분들의 날카로운 눈초리도 피할 수 없을테니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초콜릿은 식욕을 억제시켜주는 데도 도움이 되며 활발한 장운동에도 도움이 되는 이 책만큼 앙큼한 식품인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라 매끈한 피부와 질병 퇴치에도 도움을 주니 정말 하나님의 먹을거리라는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여성뿐만 아니라 점점 美에 관심이 높아지는 남성들에게도 아주 반가운 음식, 그리고 반가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아! 남성들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도 책에 숨겨져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책을 덮자마자 냅다 슈퍼로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든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을 수록 초콜릿의 수요가 높아질테고, 그럼 어쩌면 초콜릿의 가격이 껑충 뛸지도 모르니 어서 내가 한 발 더 빨리 초콜릿을 사 쌓아두어야 할 것만 같은 것이다. 차라리 이 책을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 말까.

    초콜릿에 관한 유래부터 그 효능까지, 자세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혹시 어렵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면 그것은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저자 역시 아나운서 출신으로 식품학과는 관련이 없고, 번역자 역시 우리가 알다싶이 식품학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단지 생활 속에서 그들이 느낀 지혜와 전문가에 구한 조언으로 아주 쉬우면서도 재미나게, 하지만 아주 실용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건강해지고 싶은 사람, 날씬해지고 싶은 사람, 하지만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한 이 시대의 모든 이들을 위한 앙큼한 책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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꾿빠이, 이상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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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무살>. 그 책을 만나며 김연수란 작가를 알게 되었다. 작가의 그 치열하고 치밀한 세계에 책을 읽는 내내 감탄에 감탄만을 더한 진귀한 경험이었다. 그 책에서 작가는 책에는 그 원전이 있고, 그 원전 역시 또 다른 원전을 갖고 있다는 믿음으로 자신의 책 속에 다른 원전들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 치열함을 잊기가 힘들었다. 나도 모르게 멍하게 앉아 <스무살>을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다른 책들의 서평을 적을 때도 나 역시 또 다른 원전을 찾아내고 싶었다. 그런 기억으로 다시 김연수의 책을 만났다. <…A빠이, 이상>. 솔직히 <스무살>도 그렇고 이 책 역시 이해하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작가의 치밀한 상상력은 감탄을 하면서도 갸웃하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 거기다 '이상'이라니. 그 작품 모두가 난해하다.라는 말이 늘 따라다니는 그 이상. 혹여나 다른 이상을 생각할까봐 책 표지엔 작가 이상의 한문이 정확히 쓰여있었다. 그가 맞다. 李箱
 
  본명 김해경. 그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은 중학교 때 일이었다. 우연히 '날개'란 그의 소설을 읽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내게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영화가 다가왔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은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천재. 그 수식어도 맞게 느껴지지만 신비로운 사람. 내겐 그 수식어가 왠지 더 좋았다. 이상이 남긴 그의 작품, 그 텍스트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그를 천재냐 아니냐로 나누는 것은 부질없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작품을 작가가 해석하는 방식이 아니고서야 독자의 입장에선 그 의중을 백프로 이해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상은 그 불가능을 넘어선 불가능이라 아직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를 천재라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도, 지금도.
 
  한 작가의 존재감에 압도 돼 평생 그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며 살아왔다. 그 작가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쓰는 것 뿐만 아니라 그의 삶까지 따라한다. 단어 하나하나는 모조품에 불과해 아무런 생명이 없었으며 삶은 누군가 한번 살았던 삶이다. 푸른 나무 그림에 회색을 덧칠한 꼴이었다. 이상을 통해 한 번 생명을 얻었던 언어와 삶이 그에게 와서 죽은 갑각류의 껍질처럼 한낱 껍데기에 불과했다. 타인의 목소리를 흉내낸 듯 자신감이 없었고 글에 가면이 쓰여 있었다.(p.74)
 
  이 책은 세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감도 시 제16호 실화>를 중심으로 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세개의 이야기로 담고 있는 것이다. 책에는 원전이 있다는 작가의 믿음이 이 책에선 온전히 들어나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전은 이상의 작품들, 그리고 그 작품들에 있는 또 다른 원전들을 작가는 속속 이야기 하고 있으니 작가의 그 치열한 주제의식이 빛을 발할 수 밖에. 더군다나 이 책은 이상 평전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이상에 대한 작가의 엄청난 연구와 조사가 돋보인다. 책에서 작가는 전기란 1천개의 조각이 필요한 퍼즐에서 1백여개의 조각만 늘어놓은 셈이다라고 말한다.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해 그 빈 조각을 읽을 때, 모든 사람은 각자 하나씩의 이야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이상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조각낸 후 그 조각들을 맞춘 후 그 빈조각을 채우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작가는 이상이라는 사람의 존재감에 압도 돼 그와 같은 작가가 되기를 원했고 이 책을 그의 데드마스크처럼 만들고 싶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을 구성하는 데드마스크, 잃어버린 꽃, 새, 이 이야기들은 결국 이상이란 사람이 가진 비밀을 풀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상의 비밀을 풀며 자신의 정체도 찾아가는 것이다. 이상은 사람이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가난하게 말년을 보내야 했지만 아직도 비밀로 둘러쌓인 작가이다. 김해경의 삶을 포기하고 이상으로서의 삶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어쩌면 자신의 소설처럼 비밀에 가득한 한 작가를 만들어 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비밀 때문에 그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신념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첫번째 이야기 <데드마스크>는 유실된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둘러싼 진위 논란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이상의 데드마스크를 들고 와 진짜라 이야기하며 형의 유작을 사람들에게 넘기는 서혁수. 그 형의 유작이 쓰여진 것이 두번째 이야기 <잃어버린 꽃>이 된다. 형 서혁민은 이상을 찾아서라는 수기를 통해 이상을 쫓는 그의 삶을 밝히며 오감도 시 제 16호 실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새>는 오감도 시 제 16호 실화를 둘러싼 진위여부 논쟁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이상을 둘러싼 데드마스크의 진위 이야기를 하며 데드마스크를 둘러싼 서혁민의 수기 이상을 찾아서를 이야기하며 데드마스크와 이상을 찾아서를 둘러싼 오감도 시 제 16호를 모두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책의 한 구절처럼 작가에게도 이상은 실존했던 인물이 아니라 문학적 기호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상한 이상을 이해하기 위해 이 책으로 자신 역시 궤도를 이탈하는 작가가 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만나기 전 만났던 작가의 다른 작품으로 인한 기대가 더 많이 충족되는 기분이었다. 자신의 책에 수많은 원전이 있음을 믿는 작가가 또 다른 원전이 될지도 모르는 하나의 책을 만들기 위해 뿌린 노력의 씨앗들이 이상이란 작가를 만들기 위해 뿌린 김해경의 삶처럼 빛나는 것 같았다. 어디 하나 작은 구멍조차도 찾기 힘든 책의 치밀함도 감탄거리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치열한 작가정신에도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 이상을 어렵게만 생각해 그의 작품을 읽어보길 겁냈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아마 이상을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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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동화 - 삶의 지혜가 담긴 아름답고 신비한 허브 이야기
폴케 테게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예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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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새 싸늘해진 거리에 서서 후~ 하고 입김을 내 뿜는다. 희뿌연 입김이 바람을 타고 날라간다.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겨울에게 투정을 부린다. 빨리 봄을 불러달라고. 난 추운 건 너무 싫단 말이야. 겨울이 눈을 뿌린다. 그제서야 얼굴에 조금 웃음이 돈다.

  뭐, 추운 건 싫어도 눈은 좋으니까. 그래, 너도 나름대로 매력있는 계절이란 말이지. 근데 뼈 속까지 파고드는 이 추위 좀 어떻게 해주면 안돼? 말도 안되는 내 투정을 듣다 못한 겨울이 한 마디 한다.

  '넌 여전히 너밖에 모르는구나. 지금 갑자기 따뜻해지면, 달콤한 잠 자고 있는 씨앗 녀석들은 어떡하라고. 그 녀석들 날씨만 조금 따뜻해지면 자명종소리 들은 것 처럼 움찔움찔하는데 그러다 예쁜 싹 못 틔우면 니가 책임질래?'

  맞는 말이야. 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이내 겨울에게 쳇. 하고 콧방귀를 뀐다. 그리고 책을 편다. 봄을 대신 할 따스함을 줄 수 있을 것 같은 이 책을.

 

  마트에서 닭가슴살을 구입했다. 양파와 파인애플을 즙을 내어 올리브 오일을 조금 섞어준 후 조물조물 닭가슴살에 베어들게 한다. 큰 통에 닭가슴살을 하나하나 넣으며 스테이크 시즈닝으로 간을 맞춘다. 아. 잊어버릴 뻔 했어. 로즈마리도 빼 놓을 순 없다. 살콤이 나는 허브 향이 그만인 닭가슴살 스테이크를 만들 거였지.

  가시도 없고 꽃도 없고, 가진 것이라곤 이 이상야릇한 냄새밖에 없는 잎이 참 맛난다.

 

  저녁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한다. 몸은 어느정도 덥혀 졌지만, 아직도 몸 속까지 침입한 추위는 가시지 않았다. 티포트에 물을 끓이고 인퓨저에 페퍼민트 잎을 넣는다. 이런 추위엔 페퍼민트 차 한잔이면 감기도 어느새 다른 친구를 찾아가 있다.

  누군가 날 찾아온다면 꼭 대접하고 싶은 차다. 나도 이 차를 마시면 알라딘의 요술램프에서 펑! 소리와 함께 요정이 튀어나오 듯 이야기가 튀어나올 것 같다. 입김도, 복통도 해소하고 공주님도 낫게 할 수 있는 신비한 잎의 이야기가.

 

  창가로 가니, 화분에 심어둔 바질이 어느새 많이 자라있다. 정원생활을 꿈 꿀 수 없는 아파트에선 이런 작은 화분 하나가 뿜어내는 녹색빛도 고맙고 소중하다. 살살 바질잎을 어루만진다.

  왕도 감탄한 고매하고 향기롭고 고급스러운 향이 코 끝을 간질거린다. "역시 왕의 약초야." 씨익 웃으며 바질에게 말을 건네자 바질이 기쁜 듯 몸을 살짝 흔들어 보인다.

 

  나도 모르게, 폴케 테게토프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생은 해가 되고, 오빠는 달이 되었다는 햇님달님 이야기나 곰이 사람이 되었다는 웅녀 이야기를 처음 듣고 신기해 하던 그 마음으로 돌아간다.

  나보다 두배는 더 큰 어른의 손을 잡고 착한 숲 속으로 들어가 공기에 행복해 하고, 주위의 풀들에 신기해 하며 이 풀들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듣는 꼬마가 된다. 그 신비로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그 식물들을 쳐다보며 한 번씩 어루만져 준다. 그리고 기억한다. 그 향을, 어른이 되어서도 잊지 않을 그 따스함을.

  책을 덮으며 조금 따스해진 겨울을 느낀다. 이젠 겨울에게 그렇게 투정부리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겨울을 이겨내야 다시 저 씩씩하고 따스한 식물들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에 추위가 싫지만도 않다. 조금 더 추워져 다시 겨울에게 응석을 부리고 싶다면 마음을 기대고 여유를 찾을 또 다른 봄도 만났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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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관용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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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큰 관심은 없다. 매일하는 뉴스도 보고싶지 않아하고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빠와 말씨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한테 왜 뉴스를 보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이다. 그 사건이 그 사건같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굵직굵직한 소식은 알게된다. 그리고 그 소식들에 아직은 내 신념을 갖고싶지는 않다. 그리고 가질만한 능력을 갖고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역시 개인이 만들어낸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그 어디에도 정확한 잣대는 없다. 내 기준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내 기준과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눈 흘기는 짓은 하기 싫어 특히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저런 생각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 나의 꿈은 이 나라의 안보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겠다고 생각 되는 때가 오면 다시 그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기 때문에 비록 매일 떠들어대는 뉴스 신문엔 눈을 감고 귀를 막을지언정 전문가의 개인적 의견은 한번씩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모순이라 생각될 수도 잇지만, 뭐 여기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런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오면 꼭 읽으려 노력하지만 이런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느 문학작품과는 달리 문체도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까닭도 있지만 저자의 생각에 휩쓸려 버리지 않으려 책을 읽는 내내 주위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부분에 얕은 지식만 갖고있는 독자로서는 책을 낼 정도의 말재간을 가진 저자의 의견에 혹해버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그가 갖고 있었던 자신의 작은 생각조차 잊고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읽은 후까지 비평의 여지없이 저자의 언변에 신나게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즉 저자의 생각에 아무런 저항 없이 동조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그런 위험에 긴장하며 읽는 독서는 힘이 들 수 밖에.

 

  이 책의 저자 박관용씨는 그동안 자신만의 신념을 앞세워 여러 선례를 남긴 외교, 안보 전문가이다. 직접 현장에서 통일을 갖고 쥐락펴락하는 장면을 목격해 왔고, 정책결정의 중심에 서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국내외 정세가 위태로워 보이는 시점에서 그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통일의 문제와 전개양상은 우리도 들을데로 들어 나름 전문가가 되어 있는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조금은 친미주의의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소량의 사실과 대부분의 작가의 의견이다. 혹하지 말것!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북한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시급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즉, 지금 니네가 하고 있는 꼬라지는 옳지 않으니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는 탄식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파탄된 것은 하루이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이라는 그 신화가 씨알도 안먹히게 된 것도 하루이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거기에 군사력도 낙후 된 마당에 핵무기라는 것은 개발되고 있고, 그로 인해 외부로 도전을 받게 되었으니 점점 북한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비단 저자만의 의견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북한은 버티고 있다. 장대 위에 올라가 해금을 부는 사슴처럼 조마조마 하게 하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이상하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의견에 의하면, 또 어느 정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내가 볼 때도) 그 배후에는 한국정부가 있다. 동북아에서 위상이 추락해 가면서, 김정일 정권의 인질이 되어 허수아비 노릇을 하면서도 아직 한국정부는 안일한 논란과 궤변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물론 한국정부가 잘 해나가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이 것은 단지 저자와 그에 동일하는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은 직시해 줄 것을 저자는 부탁하고 있다. 조금은 성실한 비판력을 갖추고 문제의 심각성에 조금 민감하게 반응해 주길, 그래서 말로만 하는 자주적인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희망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의견이 옳은지는 포장을 벗겨봐야 안다. 지금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정책도 막상 때가 오면 그 빛을 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지금 최상이라고 생각되는 정책도 막상 때가 오면 허술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날카로운 분석들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을 너무 희망없는 비난 밖엔 할 게 없는 시기로 묘사하는 것은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저자는 자주주의를 외치는 노무현을 비난하려다 자신이 친미주의로 빠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어떤 의견을 갖느냐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지만 (이유있고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한 번쯤 들어볼만한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신념에 거름으로 뿌렸으면 되었다. 이 책의 몫은 딱 거기까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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