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산사태처럼 온다
박관용 지음 / KD Books(케이디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절판


  솔직히 말하자면 정치에 큰 관심은 없다. 매일하는 뉴스도 보고싶지 않아하고 신문을 읽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빠와 말씨름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한테 왜 뉴스를 보지 않고 신문을 읽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하나이다. 그 사건이 그 사건같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어서 눈을 감고 귀를 막아도 굵직굵직한 소식은 알게된다. 그리고 그 소식들에 아직은 내 신념을 갖고싶지는 않다. 그리고 가질만한 능력을 갖고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뭐가 옳고 뭐가 그른지 역시 개인이 만들어낸 기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지 그 어디에도 정확한 잣대는 없다. 내 기준에 의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내 기준과 다른 사람들의 입방아에 눈 흘기는 짓은 하기 싫어 특히 정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만나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은, 저런 생각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때 나의 꿈은 이 나라의 안보를 위한 일을 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겠다고 생각 되는 때가 오면 다시 그 분야를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기 때문에 비록 매일 떠들어대는 뉴스 신문엔 눈을 감고 귀를 막을지언정 전문가의 개인적 의견은 한번씩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모순이라 생각될 수도 잇지만, 뭐 여기까지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이런 분야의 책을 읽을 기회가 오면 꼭 읽으려 노력하지만 이런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느 문학작품과는 달리 문체도 딱딱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쏟아지는 까닭도 있지만 저자의 생각에 휩쓸려 버리지 않으려 책을 읽는 내내 주위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부분에 얕은 지식만 갖고있는 독자로서는 책을 낼 정도의 말재간을 가진 저자의 의견에 혹해버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그가 갖고 있었던 자신의 작은 생각조차 잊고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읽은 후까지 비평의 여지없이 저자의 언변에 신나게 놀아나게 되는 것이다. 즉 저자의 생각에 아무런 저항 없이 동조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러므로 그런 위험에 긴장하며 읽는 독서는 힘이 들 수 밖에.

 

  이 책의 저자 박관용씨는 그동안 자신만의 신념을 앞세워 여러 선례를 남긴 외교, 안보 전문가이다. 직접 현장에서 통일을 갖고 쥐락펴락하는 장면을 목격해 왔고, 정책결정의 중심에 서있던 사람이기 때문에 요즘같이 국내외 정세가 위태로워 보이는 시점에서 그의 의견을 들어본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통일의 문제와 전개양상은 우리도 들을데로 들어 나름 전문가가 되어 있는 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작가는 현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며 조금은 친미주의의 입장에서 통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자면,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소량의 사실과 대부분의 작가의 의견이다. 혹하지 말것!

  저자가 이 책을 쓴 것은 북한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붕괴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 시급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즉, 지금 니네가 하고 있는 꼬라지는 옳지 않으니 내 이야기 좀 들어보라는 탄식의 의미도 있는 것이다. 북한 경제가 파탄된 것은 하루이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주체사상이라는 그 신화가 씨알도 안먹히게 된 것도 하루이틀 알고 있는 이야기도 아니다. 거기에 군사력도 낙후 된 마당에 핵무기라는 것은 개발되고 있고, 그로 인해 외부로 도전을 받게 되었으니 점점 북한이 붕괴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비단 저자만의 의견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북한은 버티고 있다. 장대 위에 올라가 해금을 부는 사슴처럼 조마조마 하게 하면서도 절대 떨어지지 않고 이상하게 버티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의견에 의하면, 또 어느 정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내가 볼 때도) 그 배후에는 한국정부가 있다. 동북아에서 위상이 추락해 가면서, 김정일 정권의 인질이 되어 허수아비 노릇을 하면서도 아직 한국정부는 안일한 논란과 궤변으로 날을 지새고 있다. (물론 한국정부가 잘 해나가고 있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니 이 것은 단지 저자와 그에 동일하는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이런 현실을 조금은 직시해 줄 것을 저자는 부탁하고 있다. 조금은 성실한 비판력을 갖추고 문제의 심각성에 조금 민감하게 반응해 주길, 그래서 말로만 하는 자주적인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희망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의견이 옳은지는 포장을 벗겨봐야 안다. 지금 엉망이라고 생각하는 정책도 막상 때가 오면 그 빛을 발할 수도 있는 것이고, 지금 최상이라고 생각되는 정책도 막상 때가 오면 허술하기 짝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다.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날카로운 분석들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래도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을 너무 희망없는 비난 밖엔 할 게 없는 시기로 묘사하는 것은 조금 안타깝다. 그리고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저자는 자주주의를 외치는 노무현을 비난하려다 자신이 친미주의로 빠지고 있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어떤 의견을 갖느냐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지만 (이유있고 세상에 도움이 될만한) 개인의 몫으로 남겨지는 것이다. 한 번쯤 들어볼만한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면,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신념에 거름으로 뿌렸으면 되었다. 이 책의 몫은 딱 거기까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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