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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모노레일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7월
평점 :
언젠가 나만의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이 책은 절대 권해주지 않겠다. 하고 싶은 일에 자신의 능력이 닿지 않는 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은 직접적으로 알게 되는 것보다 훨씬 좌절스럽고 슬픈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보다 먼저 이 책을 읽은 언니가 내게 물었다. "넌 런던아이 봤겠네?" 난 그 질문이 후에 내게 어떤 파장을 일으킬 지는 생각지도 못하고 자랑스레 대답했다. "나 런던아이 바로 옆에 살았어요! 걸어서 10분 거리!" 난 반 년 정도를 런던아이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살았고 날씨가 좋은 주말이면 런던아이 앞 잔디밭에 앉아 테이크아웃 음식을 먹곤 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런던아이를 쳐다보며 런던의 흉물이자 관광산업품이라고 생각도 했고 저 줄을 서서 굳이 저걸 타야 하는지에 대한 물음도 가졌었지만 런던아이가 가진 캡슐이 몇 개인지, 저것은 누가 움직이고 대체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선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바로 나와 이 작가의 차이이자 내 상상력의 한계였고 그것은 곧 나는 글 쓰는 재주가 없다는 것을 뜻하는 바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은 언니의 질문, 나의 대답을 떠올리게 하며 좌절감 열 스푼과 재미 열 한 스푼과 자괴감 열다섯 스푼 정도를 수시로 내게 떠먹여 주었다.
귀 한 쪽이 잘 들리지 않아 모노, 모노가 만든 게임 모노레일, 모노레일을 만들었으니 미스터 모노레일. 제목에서 오는 이런 순환은 볼(ball)의 움직임 즉 원의 움직임과도 상통한다. 게임의 마지막 칸을 향해 언제나 주사위는 굴러가고 어느순간 게임은 끝이나고 다시 주사위를 굴리면 게임은 시작되듯, 우리도 삶도 지구도 우주도 그렇게 굴러가는 것이다. 데굴데굴, 그러다 한 번 충격이 오면 통 하고 튀기고 다시 데굴데굴. 모노의 인생도 그랬을 것이다. 상아 주사위를 줘 버리고 인생이 꼬였다 했지만 그건 한 순간의 통일 뿐 다시 데굴데굴 굴러 갈 것이다. 게임은 한 번 시작하면 끝이 나야하듯 우리도 우리의 종착역까진 그렇게 굴러가야 하니까.
소설의 내용과 더불어 작가가 자기 자신을 위해 썼다는 이 이야기의 창작 배경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심오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인생이 던져준 우연에 맞춰 나아갔고 그 안에서 나름의 사건을 부딪히며 자신만의 게임 세계를 창조한 모노는 '기업열전' 등의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성공신화를 보여주고 있고 나 하나를 위한 세상을 창조하며 자신의 대표작을 바꾸어 놓은 것 같은 작가는 '역시 김중혁'이라는 찬사를 아깝지 않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세상이 던져 놓은 우연을 두려워 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하는 진짜 모습은 아닐런지 생각해 본다.
뭐 어쨌든, 삶이 어떻고 우연이 어떻고 세상이 어떻든 간에 말이다. 이 책이 미치도록 재미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상상력이 안드로메다까지 통통 거리며 나아갔다는 건 백번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솔직히 '좀비들'을 읽으며 조금 실망하면서도 난 김중혁 작가가 분명 일을 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으니 내 뺨을 철썩 철썩 때리며 보았느냐, 들었느냐, 느꼈느냐, 믿느냐 라고 물으신대도 난 믿습니다! 라고 엄청 크게 외칠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