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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여행하라 - 공정여행 가이드북
이매진피스.임영신.이혜영 지음 / 소나무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 해에 국민의 25%가 해외여행을 떠나는 나라, 여행시 지출 규모가 세계 10위인 나라, 우린 지금 그런 나라에 살고 있다. 여행이 하나의 유행처럼 되어 버린 흐름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떠나기 전 숙소를 예약하고 면세점에서 살 물건의 목록을 정리하고 반드시 가보아야 할 관광명소들을 떠올려 볼 것이다. 낯선 곳, 낯선 문화로의 진입이 아닌 잠시 자리를 옮기는 편리함. 어쩌면 그 편리함은 집에서 쇼파에 앉아 세계 관광 명소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는 것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관광산업은 날로 규모가 커지고 번창하고 있다. 그리고 이 번창 속에는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가난한 나라가 있다. 이 모순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여행' 혹은 '책임여행'이 제시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하나의 키워드가 되어버린 이 공정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는 않지만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실천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이 길을 알려 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여행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 임을 '어디로'가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임을 '소비'가 아니라 '관계'임을 믿는다면 이 책은 당신이 떠날 새로운 여행의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책을 여는 글 속 이 문장은 이 책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인권, 경제, 환경, 정치, 문화, 배움의 여섯 파트로 구성 된 이 책은 이 여섯가지들이 여행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여행 속에서 우리가 이 문제들을 보고 듣고 느끼고 다시 생각해보는 올바른 접근법을 제시한다. 호텔 체인망이 아니라 현지 숙소를, 패스트푸드점이 아니라 현지 식당을 이용하는 아주 작은 실천부터 우린 누군가를 죽이는 여행이 아니라 누군가를 살리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너무나 당연하게 우리가 외면했던 포터들의 인권과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드는 경제 순환 고리, 환경을 죽이는 여행법 등에 대한 진실을 아는 순간 부끄러워 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열린 마음으로 올바른 시선을 가지고 우리의 여행을 계획한다면 세계가 바뀔 희망은 충분히 있다.
여행을 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다. 아주 작은 실천만으로 우린 공정한 움직임을 시작할 수 있다. 집을 나선다.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세븐일레븐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며 편안해진 소비의 습관을 답습한다. 하지만 잠시 문 앞에서 멈춰 생각을 해 보자. 우리에게 생활의 일부가 된 이것들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떤 경로로 우리에게 왔는지에 관해, 그리고 이것들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에 관해. 그것들에 대해 생각을 해 본다면 우리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동네의 숨겨진 맛집으로, 동네의 공정무역 커피를 판매하는 커피집으로, 동네의 작은 슈퍼마켓으로 향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하는 공정의 시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