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은 인간인 김훈이 쓴 것인가?
네발 짐승 개가 쓴 것인가?
이 글을 읽는 나는 인간인가?
개가 읽는 것인가?

아직도 연필을 깍아 꾸역꾸역 손으로 글을 쓴다는 작가 김훈...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연필로 쓴 글이 아니라 굳은 살 박힌 네발이 온몸으로 쓴 것 같다.도저히 작가 스스로가 네발 달린 개가 직접 되어보지 않고서 쓸 수 없는 글이다.그래서 김훈인 것이다.

보리야 죽지 말아라
세상의 모든 개들아 죽지 말아라
그 굳은 살 박힌 네 발로 이 험난한 세상 같이 들여다보고 사람냄새,웃음냄새,눈물냄새 같이 맡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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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비난하지만 나에게 조선일보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집 아침 풍경의 하나였던데다, 커서는 기자들의 아름다운 문장이 좋아 나에겐 바이블 같이 좋아하고 경외하는 신문이다. 그 중에서도 늘 글이 기다려지는 기자가 있었으니 이름도 유명한 '이동진'기자(나는 지금도 그를 기자라 부르고 싶다.)

이동진 기자는 내게 늘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기분 좋은 선물 같다.한동안 글이 보이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 책의 모티브가 된)영화기행문을 신문에 짜잔~하고 실으며 나타나고,늘 듣는 푸른밤에 그 신뢰감 가는 목소리로 (또 이책의 제목이 된)'필름 속을 걷다'를 진행하고,기다렸던 책을 사서 열심히 읽고 있었더니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이국환 선생님이 이주의 책으로 선정하고...그렇게 나는 내 맘에서 이동진 기자를 기분좋은 선물로 포장을 하고 있다.

커다란 가게 전면창..
그 창 너머 몰아치는 늦가을 찬 바람과 늘어지는 햇살을 구경해가며 몬탁의 해변을,큐쥬쿠리 해변을 따라 걷는 기분.그리고 내 중학교 시절의 오마쥬 장국영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걷고 난 기분은 마치 이 가을을 꽉 차게 보낸 것 같다.이동진 기자의 아름다운 글들을 읽고 있자면,분명 나는 그냥 책을 읽고 있을진데 필름 속 그 곳을 직접 자박자박 걷고 있는 듯 하다.

당분간 기행문은 읽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는데 결국은 또 기행문을 읽어버렸다.그러나 늘 그렇듯 기행문을 읽고 나서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맘보다 이 스산함을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 혼자 삭히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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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혁당 사건>
'조작이다.' '조작이라는 그 주장 자체가 조작이다.' 라고 아직도 왈가왈부 말이 많은 사건이다.
그 사건의 언저리에 있다가 20년 20일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찌하겠는가?

함민복 시인의 <미안한 마음>을 읽을 때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얘기가 다 있었음에도 코끝을 간질이는 봄바람 내음만 잔뜩 맡은 기분이었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읽으면서 스산하고 코끝을 꺠어버릴 듯한 겨울 찬바람만 자꾸 느껴져 실내에 있으면서도 자꾸만 옷깃을 여미어야만 했다.

지난 30여년의 내가 살아온 세월..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았음에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의 신세를 창살 없는 감옥에 비유하기도 하였는데 그 얼마나 배부른 소리였던가..

감옥에 있으면서 바깥 소식에 목말라 하고,그에 비추는 사색들로 가득차 있을 줄 알았으나,오히려 담장 밖 사람들에게 많은 삶의 지혜를 주는 그의 서간들은 한자 한자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방대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는 참으로 존경스러웠고,그 독서의 끝에 담장 밖 조카와 형수,계수에게 주는 지식의 가르침은 눈물로 다가왔다.)

청목회의 그 푸르디 푸르던 아이들은 그 이후 어찌 되었을까?혹여 가진 것 없었으나 비루하지는 않던 그이들 중 누군가 통혁당 사건으로 인해 삶이 황폐화되지는 않았을까?
저자의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이 출감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시었을까?
책을 덮고도 자꾸만 그런 걱정들이 내 맘을 어지럽힌다.

대전 교도소 새 건물로 이사가면서 죄수들끼리 했다는 말 중..
"야!거기 화단자리 밟지 마라"
"이제 이사갈 텐데 어때"
"아니야.우리가 떠나고 난 뒤 이곳에 꽃이 피게 해야지"
이 글귀를 읽고 저절로 탄식과 함께 가슴이 울어야만 했다.
지나온 내 삶 중 지탄 받아 마땅한 시기도 있었고,어쩌면 앞으로도 자의는 아닐지언정 이 세상에 누가 되는 일을 만들지도 모른다.그러나 내 삶의 끝에는 내가 있던 곳에 꽃이 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그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지...

깊어가는 가을..내 인생에 큰 화두를 안겨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인생을 살면서 이 책을 알게 된 이 가을을 가끔 떠올릴 듯하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을 선정해 준 기현군,석찬군에게 고마운 맘도 함께 보낸다.....


책사랑 클럽
11월 정모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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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지음, 류시화 옮김 / 현문미디어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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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방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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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 특별하지 않게 특별하게 사는 집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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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3학년때 나는 한 소년을 지독히도 짝사랑했었다.

잘생기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던 아이였지만 그는 '많은 이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인다지만,별들도 노동을 한단다.밤하늘에서 힘겹게 반짝이며 노동을 한단다.'라며 아름다운 시를 쓸 줄 알았던 이였다.

10년도 전의 일이지만, 그 시의 느낌만 기억하지만,그 시를 처음 들었을 때 '아~이런 시를 짓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라고 느끼던 내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그 소년의 시가 떠올르기도 한다.

토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신문의 북섹션에서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본 순간 나는 뜬금없이 그 소년이 떠올랐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노동을 한다던 그 소년의 감성과 바람에게서 백만번째 어금니를 발견한 이 시인의 감성이 어찌나 닮아 있던지 일순간 나는 혹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던 그 소년이 필명으로 시인이 된 건 아닌가 했었다.감성이 비슷해 그럴까 그 소년의 19살 모습과 비슷한 시인..

이 시를 읽으며 열병같은 짝사랑을 했던 19살 내가 생각나,그 옛날의 내 모습이 생각만 해도 풋풋하고 이쁘게 느껴져 당분간 따뜻함만 지니고 있을 듯 하다.

19살..
나는 바보같았지만 참으로 보석같은 열병을 치뤘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열병이 헛되지 않았기에 이 시들을 더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 내가 나는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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