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3학년때 나는 한 소년을 지독히도 짝사랑했었다.
잘생기지도 유명하지도 않았던 아이였지만 그는 '많은 이들은 밤하늘의 별들이 아름답게 반짝인다지만,별들도 노동을 한단다.밤하늘에서 힘겹게 반짝이며 노동을 한단다.'라며 아름다운 시를 쓸 줄 알았던 이였다.
10년도 전의 일이지만, 그 시의 느낌만 기억하지만,그 시를 처음 들었을 때 '아~이런 시를 짓는 사람을 한 번 만나보고 싶다'라고 느끼던 내 감정은 아직도 생생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월이 흘러 가끔 밤하늘의 별을 볼 때면 그 소년의 시가 떠올르기도 한다.
토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신문의 북섹션에서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를 본 순간 나는 뜬금없이 그 소년이 떠올랐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노동을 한다던 그 소년의 감성과 바람에게서 백만번째 어금니를 발견한 이 시인의 감성이 어찌나 닮아 있던지 일순간 나는 혹시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한다던 그 소년이 필명으로 시인이 된 건 아닌가 했었다.감성이 비슷해 그럴까 그 소년의 19살 모습과 비슷한 시인..
이 시를 읽으며 열병같은 짝사랑을 했던 19살 내가 생각나,그 옛날의 내 모습이 생각만 해도 풋풋하고 이쁘게 느껴져 당분간 따뜻함만 지니고 있을 듯 하다.
19살..
나는 바보같았지만 참으로 보석같은 열병을 치뤘었다.
그리고 그 시절의 열병이 헛되지 않았기에 이 시들을 더 만끽할 수 있었다.
그런 내가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