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조선일보를 비난하지만 나에게 조선일보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집 아침 풍경의 하나였던데다, 커서는 기자들의 아름다운 문장이 좋아 나에겐 바이블 같이 좋아하고 경외하는 신문이다. 그 중에서도 늘 글이 기다려지는 기자가 있었으니 이름도 유명한 '이동진'기자(나는 지금도 그를 기자라 부르고 싶다.)
이동진 기자는 내게 늘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기분 좋은 선물 같다.한동안 글이 보이지 않아 기다리고 있었더니 (이 책의 모티브가 된)영화기행문을 신문에 짜잔~하고 실으며 나타나고,늘 듣는 푸른밤에 그 신뢰감 가는 목소리로 (또 이책의 제목이 된)'필름 속을 걷다'를 진행하고,기다렸던 책을 사서 열심히 읽고 있었더니 역시나 내가 좋아하는 이국환 선생님이 이주의 책으로 선정하고...그렇게 나는 내 맘에서 이동진 기자를 기분좋은 선물로 포장을 하고 있다.
커다란 가게 전면창..
그 창 너머 몰아치는 늦가을 찬 바람과 늘어지는 햇살을 구경해가며 몬탁의 해변을,큐쥬쿠리 해변을 따라 걷는 기분.그리고 내 중학교 시절의 오마쥬 장국영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걷고 난 기분은 마치 이 가을을 꽉 차게 보낸 것 같다.이동진 기자의 아름다운 글들을 읽고 있자면,분명 나는 그냥 책을 읽고 있을진데 필름 속 그 곳을 직접 자박자박 걷고 있는 듯 하다.
당분간 기행문은 읽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는데 결국은 또 기행문을 읽어버렸다.그러나 늘 그렇듯 기행문을 읽고 나서 어디론가 뛰쳐나가고 싶은 맘보다 이 스산함을 어두컴컴한 극장에 앉아 혼자 삭히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