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혁당 사건>
'조작이다.' '조작이라는 그 주장 자체가 조작이다.' 라고 아직도 왈가왈부 말이 많은 사건이다.
그 사건의 언저리에 있다가 20년 20일을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게 된다면 당신은 어찌하겠는가?

함민복 시인의 <미안한 마음>을 읽을 때에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의 얘기가 다 있었음에도 코끝을 간질이는 봄바람 내음만 잔뜩 맡은 기분이었다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읽으면서 스산하고 코끝을 꺠어버릴 듯한 겨울 찬바람만 자꾸 느껴져 실내에 있으면서도 자꾸만 옷깃을 여미어야만 했다.

지난 30여년의 내가 살아온 세월..
세상 속에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았음에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떠나지 못하는 나의 신세를 창살 없는 감옥에 비유하기도 하였는데 그 얼마나 배부른 소리였던가..

감옥에 있으면서 바깥 소식에 목말라 하고,그에 비추는 사색들로 가득차 있을 줄 알았으나,오히려 담장 밖 사람들에게 많은 삶의 지혜를 주는 그의 서간들은 한자 한자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왔다.(방대하고 분야를 가리지 않는 독서는 참으로 존경스러웠고,그 독서의 끝에 담장 밖 조카와 형수,계수에게 주는 지식의 가르침은 눈물로 다가왔다.)

청목회의 그 푸르디 푸르던 아이들은 그 이후 어찌 되었을까?혹여 가진 것 없었으나 비루하지는 않던 그이들 중 누군가 통혁당 사건으로 인해 삶이 황폐화되지는 않았을까?
저자의 어머니는 당신의 아들이 출감하는 모습을 보고 돌아가시었을까?
책을 덮고도 자꾸만 그런 걱정들이 내 맘을 어지럽힌다.

대전 교도소 새 건물로 이사가면서 죄수들끼리 했다는 말 중..
"야!거기 화단자리 밟지 마라"
"이제 이사갈 텐데 어때"
"아니야.우리가 떠나고 난 뒤 이곳에 꽃이 피게 해야지"
이 글귀를 읽고 저절로 탄식과 함께 가슴이 울어야만 했다.
지나온 내 삶 중 지탄 받아 마땅한 시기도 있었고,어쩌면 앞으로도 자의는 아닐지언정 이 세상에 누가 되는 일을 만들지도 모른다.그러나 내 삶의 끝에는 내가 있던 곳에 꽃이 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그러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겠지...

깊어가는 가을..내 인생에 큰 화두를 안겨준 책을 만나게 되어 기쁘고,
인생을 살면서 이 책을 알게 된 이 가을을 가끔 떠올릴 듯하다.
그런 의미로 이 책을 선정해 준 기현군,석찬군에게 고마운 맘도 함께 보낸다.....


책사랑 클럽
11월 정모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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