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큐의 경제학 - 4판
그레고리 맨큐 지음, 김경환 & 김종석 옮김 / 교보문고(교재)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는 경제원론 한권 안 읽고 경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이 별로 문제될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경제교육(소위 '정치경제'세대인 나로써는 요즘엔 어떤지 모르겠다만)이 그렇게 우스운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고, 주류경제학적 담론과 마인드라는게 오늘의 우리 사회에는 일종의 '메인 프레임'같아져서 굳이 떨쳐내고 싶어도 떨쳐낼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는 점도 있고, 거기에 각종 경제신문들과 매체에서 쏟아내는 정보만 어느정도 따라가더라도 원론수준의 지식은 알게모르게 익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본서를 굳이 읽게 된 것은, 한마디로 '시간이 남아돌아서'라고 해야할 것 같다. (솔직히 개인적으로야 시간이 남아서는 안될 처지이기는 한데, 또 사람 일이란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보니-) 여기서 고백하자면, 시간이 남아돌아서 혹은 비전공자로써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 있는지 한번쯤 알고싶어서 읽은 터라 그리 세세하게 읽지는 않았다. 익히 아는 부분은 정말 번갯불에 콩구워먹듯 읽었고(이런저런 경제 교양서를 가끔씩 읽어왔던 것이 이럴 때 도움이 되었다) 연습문제같은 것은 당연히 뛰어넘었다. 그러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은 것도 사실인데, 솔직히 이건 상당부분 이 책의 너무도 쉬운 서술체계에 기인하는 것도 없지 않은 듯 싶다.

아마 수식이 존재하지 않는 유일한 경제학 전공서적이라 할법한 본서는, 사실 전공서라기보다는 입문서에 가까워 보인다. 입문서치고는 적지않은 분량과 외양에서 풍겨나오는 묘한 포스만 뺀다면 사실 이 책은 '경제 교양서'코너에 가져다놓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 점에서 '원론'으로서 본서를 비추하는 의견도 어느정도 이해가 가는 점이 있다.) 상당부분 미국의 역사적 사례를 수록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간의 상식을 요한다는 점도 없진 않지만, 그 또한 그렇게 깊은 이해를 요구하는 것 또한 아니다. 아울러 각 챕터마다 호흡이 그리 길지 않은데, 이는 본서의 독자, 특히 비전공자로서의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무시못할 장점으로 보인다.

전공하시는 분들께는 굉장히 죄송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비전공자이며 아마도 학문적으로 경제학에 접근할 일이 거의 없을 듯한 나같은 사람의 눈으로 본다면 경제학은 '과학'이라기보단 일종의 '사고체계'로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 이는 한편으론 경제를 비롯한 사회 제부문을 바라보는 도구로서 현대 경제학이 갖는 압도적 지위에 대한 부인이기도 하며, 다른 한편 좁디좁은 하나의 학문 분과를 넘어 응용 가능한 일종의 '논리체계'라는 인정이기도 하다. 하일브로너 말마따나 자신의 구조에 갖혀 가끔씩은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 싸움을 하는 듯해 보이기까지 하는 경제학이지만, 경제학이 갖는 그 논리적 사고의 '힘'은 결코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자유방임적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오늘, 어찌보면 굉장히 편향된-하지만 빈틈없는-논리로 무장된 주류 경제학 교과서를 읽는 일은 좀더 독특한 의의를 지닐 것이다. 본서는 외려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고자 하는 독자라던지 경제에 대한 어느정도의 식견이 있으신 분보다는 경제학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분께 권하고 싶다. 그만큼 쉽고, 교양서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않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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