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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을 넘어선 자본 리라이팅 클래식 2
이진경 지음 / 그린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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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서적도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나의 편견은 이 책을 보면서 여지 없이 깨졌다. 내가 받은 이 감동이 맑스에 기인한 것일까? 아니면 이진경씨에게 기인한 것일까? 그런건 별 상관없다. 중요한건 지금 내가 이 책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는 사실일테니.

이진경씨는 '맑스'와 '자본'을 재해석함으로써 맑스라는 불사조에 또하나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물론, 이진경씨의 맑스 속에는 폴라니, 네그리, 푸코, 알튀세르 그리고 무엇보다 들뢰즈!!의 맑스가 또아리를 틀고 있다. 물론 나 또한 이 책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들은 바 있고, 아울러 실제 내가 보기에도 다소 궤변처럼 보이는 논리도 있긴 했지만, 적어도 맑스를 지금, 여기에서 부활시키려는 그의 노력과 발상의 전환을 비난할 사람은 그 누구도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진경씨는 줄곧 '외부'를 이야기한다. 외부는 사물과 체계가 존재한다면 있을 수 밖에 없는 바로 그 '외부'이다. 그리고 그는, 맑스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의 외부를 사유하려 했던 학자였고, 그리고 그 외부를 사유하기 위해 '자본'을 썼다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자본을 리라이팅 즉, '다시 쓴다.'(물론 그 다시쓰는 과정에서 우리가 흔히 '자본'에 쓰여져 있다고 알고 있는 몇몇 '법칙'에 대한 설명을 누락시키는 우를 범하지도 않는다)

읽다보면 종종 정말 '반짝반짝 빛난다'는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정보화시대 그리고 세계화 시대 맑스는, 혹은 '자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그에 대해 정말이지 감동적일 정도로 좋은 정보를 얻었고, 그의 사고 방식은 그만큼 내가 사유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 준 것 같다. 물론 그의 작업이 이 책으로 '완성'된 것이라 보여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이 책에서 보여준 분석과 기획은, 나로하여금 이후 그의 행보를 더욱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말았다. 정말 강추~!! 나에게 있어 이 책은 정말 '올해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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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42
홍기빈 지음 / 책세상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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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은 소재의 독창성이 아닐까 싶은 생각을 하곤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능력있는 젊은 인문학자들을 새로이 발굴해내는 기능 또한 이 시리즈의 무시못할 장점이기는 하지만, 이 문고본의 가장 큰 의의는 역시 그 짧은 분량상의 한계를 독창성으로 커버해 낸다는 점에 있는 듯 싶다.

아리스토텔레스 관련 서적들을 검색하다보면 대부분은 철학과 정치학 관련된 것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는 제목부터 독자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사실 책의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제사상이라고만 국한해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 외려 본서는 '경제학의 계보학'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니 말이다.

맑스가 '자본'을 쓸때만해도 '경제학'이라는 용어는 없었다. 단지 '정치경제학'이라는 용어만 있었을 뿐.(때문에 '자본'의 부제는 '경제학 비판'이 아닌 '정치경제학 비판'이다.) 그 이전에도 경제학은 경제학 그 스스로 존재하지는 않았다. 과거 아테네의 폴리스 운운하던 시절까지 내려갈 것도 없이 산업화 초기단계까지만해도 경제학을 다룸에 있어, 무엇이 좋은 삶이고, 무엇이 옳은 삶인지에 대한 논의를 경제학으로부터 떼어놓지 않았다. 그거 아는가? 오늘날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아담스미스는 경제학자(물론 당대에는 그나마도 '경제학자'가 아닌 '정치경제학자'로 불리웠다)이기 이전에 윤리학자였음을. 경제학을 사회, 정치 및 가정으로부터 독립시키고, 희소성(사실, 희소한 물건은 '없다' 단지 그것을 독점해낼 수 있는 권력이 희소할 뿐이다.)과 시장가격이란 개념을 우상화 시키는 행태는 유구한 인간 역사속의 아주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경제 관료들과 경제학자들에서부터 오늘도 여기저기서 찌질한 댓글달고 앉아있는 키보드 워리어들까지 경제가 우리 삶의 가장 우선된 무엇이라는 가정하에 세상만사를 논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중요한 것이 '경제'라면 '경제학'을 인간이 배제된 '순수한'경제학으로 다루는 것은 경제학 자신의 존립 근거를 스스로 박탈하는 일일게다. 실제로도 그런 '순수한'경제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파레토 최적이니 이런게 실제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임은, 모든걸 시장에 맡겨야 하기에 노동시장도 '완전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현실적으로 말도 안되는 소리임은, 다른 누구보다 경제학자들과 관료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경제학은 수익성이 맞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을 실업의 구덩이로 몰아놓고, 혹은 제3세계 어린이들을 저임금과 장시간의 중노동 속에서 그들의 삶을 피폐하게 해놓고, 그것이 시장의 뜻입네 하는 식의, 그저 가진자의 좋은 핑계꺼리가 되고 말았다.(그런면에서 오늘의 고상한 이들은, 자신의 사회적, 도덕적 판단 기준조차 시장에 맡기지 않으면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알고보면 불쌍한 영혼들인지도 모르겠다.)그럼, 시장이 신인가? 이것이 신이라면 그것은 우리가 극복해 내어야할 신이 아닐까? 안되면 되게하라는 식의 구호는 사회적 약자를 탄압하는 곳이 아닌 이런 곳에 써먹으라고 있는 멘트이다.

사람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기 보다는 오늘의 삶이 피폐해진 이유를 변명하는 데에나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러한 오늘의 경제학 속에서는, 사실상 어떤 한 순간에라도 '경제가 좋아졌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저 한가한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경제학을 극복해 내고 새로운 경제학에 대한 논의를 해 나아가는 것은 기존 경제학의 '신화'가 너무도 강고하기에 쉬운 일은 아닐게다. 아마 저자가 오래전 철학자의 이름을 들먹이며 경제학을 계보학적으로 탐구한 것은 그 새로운 논의를 위한 시작지점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그 시작지점을 만들기 위한 저자의 이러한 '희생타'는 매우 멋졌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제 문제는, 저자의 그 멋진 희생타를 기초로 삼아 새로이 경제를 이야기 해 나가야 할 우리 모두의 노력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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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시대 초국적기업의 실체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80
장시복 지음 / 책세상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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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라는 단어도 그렇지만, 이러한 세계화의 '본좌'(?)라 할만한 '초국적 기업'이라는 단어도 정의내리기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몇 국가 이상에서나 기능을 해야 '초국적'일까? 그 국가에서의 활동정도는 어느정도 이상이 되어야 '초국적'인 것일까? 저자는 이처럼 모호한 의미를 가진 '초국적 기업'을 정의내리는 것으로 서술을 시작한다. 저자가 정의하는 초국적 기업이란 '거대한 규모를 가지고 본국의 기반을 바탕으로 자본 축적을 세계적 규모에서 수행하며, 이러한 축적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과 조직을 갖고 있는 기업'이다. (아마 이러한 정의에 대해 크게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1장에서는 마치 정치경제학의 기초이론을 설명하려는 듯, 세세하면서도 핵심적으로 초국적 기업의 발전과정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초국적 기업의 행태(기업 내부거래나 초국적 기업의 금융화 등등등)와 초국적 기업의 또다른 구성원이라 할만한 노동자들의 '바닥으로의 경쟁'(이는 선진국 노동자들도 예외는 아니다)을 서술하고 있다. 3장에서는-개인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인데-초국적 기업과 국민국가와의 관계를 다루며, '세계화'시대에 국민국가는 단순히 축소되거나 복구되어야 할 대상인 것이 아니라 신자유주의 시대의 새로운 착취형태(?)로서 탈바꿈한 것일 뿐이라는 설명을 한다. 4장에서는 세계기구가 어떻게 초국적 기업에 복무하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고('다자간투자협정'의 내용은 다시봐도 경악스럽다) 5장에서는 그러한 초국적 기업에 대한 '초국적 저항'을 논하고 있다.

내심 불만스러웠던 것은 5장이었다. 애초 '초국적 저항'이라는 것이, 그리고 그것의 '승리'라고 말해지는 조그마한 성과라는 것이, 초국적기업의 지금까지의 행태에 비하자면 민망할 정도로 보잘것 없을 정도(?)로 보이는게 솔직한 심정이었고, 아울러 오늘의 시대에 대한 대안이라는 것 또한 이런저런 결함을 안고있음에도 저자는 그에 대한 지적만 할 뿐 별다른 대안은 내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저 구체적인 언급없이 에른스트 블로흐(Ernst Bloch)의 말을 빌어 '문제는 희망을 배우는 일이다'라고 할 뿐이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러한 나의 불만이 오히려 더욱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보면 미래에 대한 모든 기획이란 불완전한 인간의 산물이다. 어떠한 진보적 기획도 완벽한 적은 없었고, 그러한 불완전한 기획 속에서 인간은 진보하고 발전해 왔던 것이 우리의 역사였다. 지나친 지적, 동적 결벽증은 사실상 우리의 현실을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못했으며, 심지어 종종 현실에 대한 무관심과 게으름에 대한 괜찮은 변명꺼리로 구실해온 것도 사실이지 않던가. 물론 그렇다고 이론이나 기획, 그리고 그에 대한 고민을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실천'이라는 것이다. 완벽한 기획에 대한 요구는 어찌보면 일종의 '노예근성'은 아닐까? 따지고보면 파시즘이나 스탈린주의같은 지난 시대의 전체주의적인 야만도 근대성이라는 '완벽한' 기획에의 요구와 그에 대한 충실한 복무 속에서 싹튼 것 아니던가? 결국 행동하며 고민하고, 그리하여 만들어진 '대안'을 '실천'하며 다시 그 대안을 보완하는 대안과 실천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러한 대안과 실천을 위해서는 우선 오늘,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함이 자명할 것이고 이러한 문제들을 날카롭게 고찰하며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본서는 분명-그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탁월하다. 본서의 문제제기와 고찰이 독자로 하여금 다소간의 답답함과 실천적 공허함(?)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답답함과 공허함은-역설적이게도-현실을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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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우석훈 지음 / 녹색평론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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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앞에 서평을 올린 바 있었던 '한미FTA 국민보고서'가 그 충실한 분량과 내용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논점을 서술했던지라 다소 산만했던 감이 없지 않아서 읽은 책 되겠다. 사실 책을 구입하게 된 데에는 저자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한몫 했는데, 경제학자이면서도 단순히 경제 '그 자체'뿐 아니라 우리 생활에 있어서 무시할 수 없는 '외생적 요소' 또한 학문적 탐구에 있어서 빼놓지 않는 저자의 연구방향에 굉장히 공감도 했고, 관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책은 한미FTA를 언급하기 이전에 우선 2차대전 이후의 세계무역체제가 어떠한 경로로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한미FTA가 세계무역의 화두(?)로 등장하였는지를 시작으로 과연 정부는 무슨 생각으로 FTA를 진행시키고 있는지, 이처럼 정부가 독주를 넘어 '폭주'하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한미FTA의 근본적인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대안은 무엇인지를 논하고 있다.

본서가 이런 류의 다른 서적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 몇가지를 들 수 있겠는데, 먼저 '협상론'에 상당부분 중점을 두고 있다는 부분을 들 수 있겠다. 저자는 외교 협상에 대한 자신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외교라는 '게임'에 있어서 우리 정부가 범하고 있는 실책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도 한미FTA에 대한 경제적인 분석 또한 놓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어떻게하다 이처럼 불합리해 보이는 한미FTA를 '저지르게'(?) 되었는가에 대한 분석 또한 이 책만이 갖고 있는 특징으로 보이는데, 주민투표법은 통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 부의권은 오로지 대통령에 일임되어 있으며, 때문에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실효성있는' 의사표현은 5년에 한번 돌아오는 대통령선거에 의해서만(아울러, 책에서 지적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선거는 '과점체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유권자의 선택에 있어서 제한이 올 수밖에 없다)가능한 소위 '87년 체제'의 모순과 현 정부의 '닫힌구조', 그리고 상대(즉, 미국)와의 협상에서 알아야 할 것은 정작 모르면서 '국민'을 상대로 협상에서 '이기는 법'만 너무 잘 알도록 기형적으로 발전된 정부 시스템이 이러한 어이없는 한미FTA추진의 배경이라고 저자는 지적하고 있다. 아울러 한미FTA 협상 중지/연기 외에 우리의 선택이 가능한(?) 몇가지 옵션을 제시하고 있는 점 또한 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자본과 상품 뿐 아닌 인력시장까지 개방 대상으로 하는 것, 대선 등에서 한미FTA를 주요이슈로 삼아 실질적으로 국민투표를 연계시키는 것 정도를 들고 있다.(사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다소 냉소적(?)이랄만한 이러한 옵션마저도, 협상중지/연기보다 현실적으로 '더' 실현 가능한 대안인지 굉장히 의문스럽기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미FTA의 협상중지는 더욱 긴절히 요구된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무엇보다 책이 돋보이는 점은 경제학의 학문적 외연을 넓혔다(혹은 독자에 따라선 철학적 판단과 경제학적 판단을 구분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저자는 경제학에 대한 철학적 질문까지 하고 있으며, 이 부분은 철학은 잘 모른다는 저자의 엄살과는 달리 굉장히 탁월했다. 사실 경제학에서 우리의 '생활'을 단순히 '외생적 요소'로 돌린다면 경제학은 그저 유한계급의 지식놀음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경제(經濟)라는 것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약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생활적 요소를 배제한 경제학을 과연 경제학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저자는 기존 경제학이 추구하는 탐구분야를 조금 더 넓혀(혹은 기존 경제학의 탐구분야와는 별개로 경제에 대한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여) 우리의 '생활'에 대한 경제학적 탐구를 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FTA가 파생시키는 효과가 단순히 경제적 부문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우리 삶 전반에 미치는 것임을 생각해 볼때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바람직한 분석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부부 합산소득 6000만원 이하이신 분은 올해 안에 빨리 떠나시라'하는 것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너무도 현실적인 예상이기에 그만큼 비현실적이고 과격하게 들린다.(지나치게 '현실'적인 '예상'은 그 현실성만큼이나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언급 정도를 제외한다면 책은 제목과 걸맞지 않게(?) 시종일관 진지하며 실증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즉 어줍짢은 이데올로기 공세는 없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책은 쉽고 재미있으며, 다루는 주제가 무색하게 유쾌하기까지 하다.

무진장 한가한 소리 되겠지만, 한미FTA가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은 생각하기에 따라 우리에게 좋은 '배움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활동가가 될 수 없다면(아울러, 여담이다만 모든사람이 활동가로 살아가는 사회를 올바른 사회라고 볼 수 있는가 또한 의문스럽다-이걸 개인적인 변명으로 생각해도 좋다-_-;;;) 한미FTA에 대해 하나, 둘 알아가고 진지하게 고민하며, 그에 대해 '떠들어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참여'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곤한다. 암튼 결론적으로 이해영 교수의 추천사 말마따나 '한미FTA, 유쾌하게 읽어내고 옹골차게 반대하기를 원한다면' 당장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ps.저자인 우석훈씨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관심있으신 분은 함 가보셔도 좋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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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국민보고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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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분량의 본서는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산하 '정책기획 연구단'의 1차 공동기획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논문 모음집 형식의 본서는 의외로(?) 다양한 형식과 시각이 혼재해 있으며(심지어 현실적으로 미국과 FTA체결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식의 실용주의(?)적 입장을 취한 글도 있다) 그럼에도 모든 논문이 '지금 추진되고 있는 방식의 FTA는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있어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한미FTA는-IMF사태가 그랬던 것처럼-외려 산술적인 경제문제를 넘어선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한미FTA는 기본적으로 정책이나 제도, 나아가 환경이나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우리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금융과 복지정책에 있어서의 구조적 틀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이냐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부터 시작하여, 한 사회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며 기업의 위치는 어떠해야하는지, 우리는 어느 정도의 개방을 해야 하며 개인은 어느정도의 자치권을 지녀야 하는지, 우리의 환경은, 그리고 우리 삶의 터전은 어느 정도 속도로, 얼마만큼 지속가능하게 발전되어야 하는지가 모두 이 한미FTA와 무관하지 않은 문제이다. 협상문의 포괄주의적 형식으로보나, 이행강제의무금지조항과 정부-기업간 소송제도 등등의 내용으로 보나, 한미FTA는 그 심대한 영향력도 영향력이지만 한번 잘못 체결되면 그 결과를 돌이키기란 매우 어려우며, 때문에 정부 말마따나 단순히 홍보운운할만큼 한가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산업처럼 우리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분야에 대해서는 '외국업체를 들여와 경쟁력을 높인다(여담이다만, 고등학교 정치경제교과서적 지식 정도밖에 없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서 그런데, 유치산업은 개방 이전에 보호하여 경쟁력을 높인 후 시장에 내보내는게 원칙 아니었나?)' 운운하다가 영화산업처럼 국내에서(그나마 우리 영화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으로 넘어갈 경우 점유율은 단2%밖에 안된다. 미국? 85%다-_-;;;) 좀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신이 없느냐'운운하며 어찌되었건 개방으로 결론을 내는 말장난만 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애초 제대로 된 협상의지가 있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이며 무얼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나 있긴 한건지 의문스러울 지경이다.(뿐만아니라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미국과 어느정도 공정한 협상을 체결했다손 치더라도 책에 나와있는 미국의 여타 FTA 사례들을 볼때 이것이 협상문대로 공정하게 운영될 것이냐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단순히 외세에 의해 타의로 FTA를 체결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미 우리는 한미FTA에서 요구하고 있는 수준 만큼의 개방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거나 추진중이었으며, 이에 대한 그간의 저항과 관심이 미미했기에 우리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개방'에 대한 충격이 현재 시점에서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설령 이번 한미FTA가 체결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본의 공세는 계속될 것이라는 것. 때문에 지금의 한미FTA반대에 대한 목소리는 이번 협상의 내용과 그 체결의 여부를 떠나서도, 신자유주의와 그로 인해 침해되는 수많은 민주적 가치들을 논의하는 것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본서를 읽다보면 한미FTA도 한미FTA지만, 결과적으로 신자유주의 전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도 받게된다. 기실, 한미FTA가 체결된다 해도 미국의 노동자, 농민들에게 득될 일은 거의 없다봐도 무방하다.(단적으로 초국적 농식품복합체 덕분에 미국의 중소농가들이 어떻게 궤멸되었는지 책에서도 적나라하게 소개된다) 아울러 어떤 내용으로 한미FTA가 체결된다 하더라도 국내 대기업에게는 득이면 득이지 실이될 요소는 그렇게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미FTA는 나아가 빈곤의 세계화, 양극화의 세계화, 자연과 인간과 수많은 가치들을 괴물처럼 집어삼키는 신자유주의의 문제이며 때문에 우리는 자유(Free)무역 이전에 공정(Fair)무역을 주장해야 한다는, 세계화 이전에 어떤 세계화이며, 개방 이전에 무엇을 위한 개방인지를 물어야 한다는 저자들의 외침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다.

세계화는 소수의 초국적 자본의 배만 불리게 하는 '돈'의 세계화만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닐게다. 리우 환경협약,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 세계식량안보에 관한 로마선언 등에서 보여지듯, 진정한 세계화의 목표는 세계인이 쾌적한 환경에서 서로 공존하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데에 맞춰져야 할 것이며, 수많은 세계화 중 하나로서 '돈'의 세계화 또한 그러한 목표에 기반되어야 할 것임은 자명하다. 우리는, 아무런 목적없이 순전히 자본의 세계화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이러한 편향된 세계화담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필요가 있다. 광우병 의심이 가는 소를 국민에게 먹이고, 남아도는 칼로스를 처리해주는 것이 과연 세계화를 통한 후생복지일까? 경부선과 호남선이 경쟁하는 것, 강원도 두메산골의 전화선과 서울 강남의 전화선이 경쟁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경쟁이란 말인가.

책은 정말이지 두껍고 솔직히 말하자면 재미도 없다. 하지만, (전문적인 것을 넘어 다소 시시콜콜하다 싶은 서술이 이루어지고 있는 부분을 제외하자면) 그 두툼한 분량 속에 '자유무역'과 관련된 오늘, 우리의 문제들을 분야별로 거의 다 담고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라 보여지며, 때문에 본서는 오늘날 한국자유무역론에 대한 대안교과서(?) 역할을 잠시나마라도 충분히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추상적인 주장만 되풀이하는 여타 서적들과 달리 굉장히 구체적인 자료로 구체적인 비판을 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본서는 상당부분 책으로서의 재미는 희생할 수 밖에 없긴 했지만, 그 부분을 채우고도 남을 만큼의 만족도를 독자에게 선사(?)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아울러 반대편의 주장을 왜곡시켜 선동하기에 급급한 정부의 어설픈 논리에 비해, 외려 상대의 헛점까지도 메워주면서 그 점을 논박하여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저자들의 성실성은 책을 더욱 빛나게 만들고 있다. 한미 FTA야말로 오늘, 이땅에 살고있는 우리들이 대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은 비단 나만의 생각은 아닐게다. 때문에 그 누구든, 다소 만만치않은 가격에 부담스런 분량이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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