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무엇을 보고 판단을 하길래 저런 병신같은 결정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조중동 눈치보고 비위 맞춘다고 외연 확장이 이뤄진다고 믿는 걸까? 무서워해봐야, 새누리당에는 우습고 쉬운 상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는 역시 새누리당이 강하다는 자부심만, 힘겹게 지들 편 들어주는 사람들한테는 정말 이런 것들을 계속 지지해야하나 환멸과 수치심만 안겨줄 뿐인데.
며칠 동안 계속 틀어두었던 필리버스터 중계를 오늘은 완전히 머리속에서조차 지웠다. 필리버스터 중단에 가장 열성이었던 한 의원이 "소수정당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으니 표를 달라"고 구걸하고 울었다는데 기사만 봐도 완전 정나미가 뚝뚝뚝뚝뚝뚝뚝 떨어진다. 차라리 나오지를 말지, 입이나 닫고 있지, 왜 나와서 그 뜨겁고 순수했던 연단에 찬물을 끼얹고 구질스럽게 만드나. 하긴, 새정치연합이 마구 쪼개지던 당시 탈당이냐 잔류냐 끝까지 결정 못하다가 잔류하기로 했을 때 뉴스룸에 나와서 한다는 말이 "신영복 선생께서 돌아가신 후 그 분의 글을 읽으며 마음에서 어떤 소리를 들었다"고 어이없는 말을 했을 때 정나미는 이미 떨어졌었다. 손석희가 바로 대꾸하기를, "이렇게 말씀드리면 좀 그렇지만 신영복 선생께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결정이 바뀌었을 거라는 말씀이신지?" 내 말이. 듣는 내가 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지지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힘 없는 야당으로서 결과적으로 아무 것도 못하는 게 아니라, 힘 없다고 지레 포기하는 거 아무 것도 못 한다고 알아서 기는 거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또 해먹고 싶어서 표 달라고 하는 거라는 걸 아직도 모르고 있다는 게 진심으로 놀랍다. 저런 상황에서 운다고 감동받거나 최소한 불쌍하게라도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아주 미치도록 애달프고. 당신이 원하는 동정이 아닌 완전히 다른 동정을 느끼며 나도 눈물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