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최승호 PD 등 6명 끝내 교체
김준일 기자 anti@kyunghyang.com
‘비판 프로 죽이기’ 완결
MBC가 김재철 사장 연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을 마무리했다. 이번 인사의 기조는 ‘김재철 측근 중용’ ‘친(親)정부색 강화’ ‘비판 프로그램 약화’로 요약할 수 있다.
MBC는 지난 2일 대표 시사 프로그램인 ‘PD수첩’의 간판 격인 최승호 PD를 아침 교양 프로그램 관리를 담당하는 시사교양3부로 발령하는 등 ‘PD수첩’ 제작진 11명 중 6명을 교체했다.
‘PD수첩’에 대한 압박은 김 사장 연임 때부터 이미 예견됐었다. 김 사장은 ‘편성과 제작의 분리’라는 암묵적 원칙을 깨고 지난달 ‘PD수첩’이 속한 시사교양국을 편성본부 아래로 이관했다. 또 자신의 고교·대학 후배인 윤길용씨를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했다. 최근 최승호 PD는 이명박 대통령이 다녔던 소망교회의 문제점을 취재 중이었다. 시사교양국 PD들은 “이번 인사는 ‘소망교회’의 ‘소’자, ‘4대강’의 ‘4’자도 꺼내지 말라는 경고”라며 반발했다.
친정부 성향이 뚜렷한 인물을 전면 배치한 이번 인사로 MBC 프로그램의 공정성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안광한 신임 부사장은 편성본부장 시절 ‘W’ 폐지, ‘PD수첩’ ‘4대강’편 불방에 개입하는 등 김 사장 친위대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받는 인물이다. 전영배 신임 보도본부장은 이동관 청와대 언론특보와 고교·대학 동창으로 2009년 보도국장 재직 당시 신경민 ‘뉴스데스크’ 앵커 교체를 주도했으며 이후 기자들의 불신임 결의로 한 달 만에 보직 사퇴한 전력이 있다
이장선 신임 보도제작국장도 시사 프로그램 ‘뉴스후’ 담당 부장으로 있으면서 프로그램명을 ‘후플러스’로 바꾸고 방송시간대를 심야시간으로 옮겨 MBC의 비판색 약화에 일조했다. 이우용 신임 라디오본부장은 MBC 내부의 보수적 인물들이 모인 자칭 ‘공정방송노조’ 출신으로 손석희씨와 김미화씨의 라디오 진행자 자격 문제를 여러 차례 거론한 바 있다.
MBC 구성원들은 이번 인사를 사실상 ‘MBC 공영성 말살’로 보고 적극 투쟁한다는 방침이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3일 성명에서 “조합이 확보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활용해 문화방송에 대한 침탈 행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종결 투쟁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3032156185&code=940705
-
저 무소의 뿔같던 피디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가슴을 울리며 여운으로 남아있는데... 이런 기사를 본다. PD수첩의 피디들이 그토록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편성과 제작의 분리" 원칙은 PD수첩 20주년을 기점으로 무너지고, 이렇게 진실의 목격자들은 눈도 입도 모두 빼앗겨버리고 만다. 엄 전 사장의 행보와, 지금껏 굳건히 지켜온 20년이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소망교회"를 취재하다가 하루 아침에 말랑거리는 "아침교양"프로그램을 맡게 됐다는 최승호 피디를 보니 흔히 붙여서 말하는 시사교양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낯설 수가 없다. "시사"와 "교양"이 이렇게 다른 거였구나. 지금 이 땅에서 가져야 할 교양 혹은 가져도 되는 교양은 최대한 시사에서 먼 거리에 있는 거구나.